포스코 수사 8개월…하명수사 망신살 TV조선
[앵커] 검찰이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포스코 비리 수사를 일단락지었습니다. 시작부터 하명 수사 논란에 휩싸인채 8개월 동안 요란하게 진행된 수사였는데, 결과는 딱 태산명동 서일필, 태산이 떠나갈 듯 요동치더니 쥐한마리만 뛰어나온 격입니다.
하누리 기자입니다.
[리포트] #요란하게 시작했던 포스코비리 수사 검찰은 정부가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포한 바로 다음날, 전격적인 압수수색으로 수사를 시작했습니다. 검찰은 이날부터 8개월동안 모두 13차례에 걸쳐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진행했습니다.
# 소환조사만 100여명...이상득은 불구속 기소 첫 압수수색 일주일 뒤부터 관련자 소환조사를 시작하더니, 전현직 임직원, 협력업체 관계자 등 지금까지 100명 가까이 검찰에 불려왔습니다.
이상득 전 의원이 검찰에 소환된 건 수사 시작 7달 뒤였습니다. 하지만 한달 동안이나 신병 처리를 결정하지 못하다가 결국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이상득 / 전 의원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이유를 명확히 저도 모르고 왔습니다."
# 정준양 전 회장 5차례 소환하고도 불구속 기소 검찰은 이 전 의원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정준양 전 회장을 5차례나 소환 조사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 의원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습니다.
검찰은 모두 32명을 기소하고 이 가운데 17명을 구속했습니다. 하지만 유래없이 긴 수사기간에 비해 수사의 성과가 초라하다는 평가와 함께 하명수사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TV조선 하누리입니다. / 하누리 기자 nuri@chosun.com
【서울=뉴시스】윤정아 기자 = 지난 8개월간 포스코 비리를 수사해온 검찰이 11일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60)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 등을 불구속기소하면서 사실상 수사를 마무리했다. yoonja@newsis.com 【서울=뉴시스】김예지 기자 = 검찰이 전 정권의 몸통비리를 캐겠다며 착수했던 '포스코 수사'가 8개월간의 대장정을 마감했다.
이번 수사는 지난한 시간에 비해 수사결과를 놓고 평가가 엇갈린다.
청와대 '하명'으로 급작스레 진행하다 보니 '충분한 내사'가 부족했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여기다 국내 대표기업에 대한 사정 수사였던 만큼 곳곳에 장애물도 많았다. 실제로 정준양 전 포스코그룹 회장까지 오는데 꼬박 수개월이 걸렸다.
특히 정 전 회장,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정동화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 배성로 전 동양종합건설 대표 등 비리 정점 '4인방'을 전원 불구속 기소하면서 '실패한 수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이명박 정부 때부터 소문만 무성했던 포스코의 고질적 비리 구조를 드러내고, 기업 문화를 개선하는데는 일조했다는 긍정 평가도 있다.
평가는 엇갈리지만, 부패한 몸통의 환부를 예리하게 도려내지 못한 점만 놓고 보면 '신통치 않은 결과'라는 지적이 높다.
◇ 준비 안된 '하명수사'의 한계
검찰에게 포스코는 손에 잡히는 것 없이 소문만 무성한 기업이었다. 수많은 범죄정보가 수집돼 있었지만 입증이 가능한 정보들은 많지 않았다.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 실세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된 파이시티 사건이 터졌을 때도 포스코는 어김없이 등장했지만 검찰은 구체적인 혐의점을 잡지 못하고 캐비닛에 넣어두고 있었다.
이후 2013년 김진태 검찰총장 취임 초기 다시 한번 포스코 수사 가능성을 타진했을때도 여의치 않다는 판단하에 접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 올해 초 포스코 비리에 대한 언론 보도가 잇따라 나오고, 국세청이 검찰에 포스코를 1300억원대 탈세 혐의로 고발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당시 정윤회 문건 파문에 이어 국무총리 후보자 녹취파일 공개 논란 등으로 어수선한 국면을 전환할 필요가 있었던 박근혜 정부는 3월 12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통해 대국민담화를 발표, 부정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했다.
검찰이 포스코건설을 압수수색한 것은 바로 다음날이었다. 이때부터 이명박 정부 실세들을 겨냥한 사정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충분한 내사없이 청와대 하명에 의해 수사를 진행하다보니 비리 몸통 '4인방'까지 오는데 8개월이나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정 전 부회장이나 배 전 대표의 경우 각각 두차례와 한차례 사전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 역량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 살아있는 기업 수사의 한계
포스코 수사가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었던 또 다른 이유는 포스코가 살아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협력업체 관계자나 내부 직원들로부터 비리 관련 진술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혹여라도 잘못 진술했다가 본인들이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되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이 많아 쉽게 진술이나 제보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비슷한 시기 경남기업의 경우 금고지기인 한장섭 전 부사장 등 내부인사들이 서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비리 관련 진술과 제보를 끊임없이 내놓았다. 세차례 워크아웃을 신청하고도 끝내 회생하지 못하고 법정관리를 신청한 경남기업은 그 당시 이미 '죽은 기업'이었던 탓이다.
◇소문난 잔칫집에는 먹을 게 없었다?
포스코 수사가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검찰 내에선 "아쉬움이 남는다"는 얘기가 종종 흘러나왔다.
성진지오텍 고가 인수, 포스코그룹과 포스코건설 비자금 조성 등 이명박 정부 때부터 소문이 무성했던 부분들에 수사 역량을 너무 오랫동안 집중했던 데 대한 아쉬움인 것이다. 말이 많았던 만큼 기존에 문제가 됐던 부분에 대해선 포스코나 협력업체에서 이미 검찰 수사에 상당 부분 대비를 해놓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결과 11일 검찰 수사 결과 발표를 통해서는 소문으로 떠돌던 내용 이상의 것을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정 전 회장이 성진지오텍을 고가에 인수한 이유와 관련해서도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것 외에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미 검찰 수사에 대비를 다 해놓고 있는데 새로운 내용이 나올 게 뭐가 있겠느냐"며 "포스코 사유화를 통한 일감몰아주기 등을 조금더 수사할 수 있었다면 더 나은 결과가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막판에 수사의 방향을 포스코가 협력업체에 일감몰아주기를 했던 부분 등으로 돌렸을때야 비로소 새누리당 이상득 전 의원과 이병석 의원 등이 등장했다.
◇포스코 고질적 비리 구조 밝혀내고 기업문화 개선 일조
많은 비판 속에서도 검찰이 이 수사를 통해 포스코의 고질적 비리구조를 어느 정도 밝혀낸 점은 적지않은 성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이 전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소문이 무성했던 이 전 의원의 포스코 인사 개입설을 사실로 확인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의원은 지난 2008년 12월 포스코 회장 선임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당시 박태준 명예회장을 직접 만나 정준양 전 회장이 포스코그룹 회장으로 오르도록 지원했다. 정 전 회장 취임 이후에 이 전 의원의 '포스코 사유화'는 더 노골적으로 변해 포스코 협력업체 일감을 측근들에게 몰아줬다.
정 전 회장을 비롯한 포스코 임직원들은 하청업체 선정부터 기업 인수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정 전 회장 취임 전인 2008년 포스코 계열사는 32개에서 2011년 67개로 3년 만에 약 209% 증가했고 그 과정에서 각종 재무상황은 악화됐다.
포스코건설 임원들이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도 드러나 전·현직 임원 7명이 구속기소됐다. 포스코건설로부터 영업비 마련을 요구받은 협력업체는 그 부담을 다시 재하도급업체에 전가하기도 했다.
수사팀 관계자는 "수사과정에서 한 포스코 전직 고위 임원은 정치권에 취약한 포스코 지배구조에 대해 '주인 없는 포스코에 주인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며 "임기가 한정된 전문경영인이 정치권과 유착하거나 특정 하도급업체를 지원하기 위해 회사의 자산과 자원을 임의로 '선심 쓴' 사례가 이번 수사에서 드러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여러 언론에서 지적했듯이 수사가 미흡한 부분이 분명히 있는 걸로 안다"면서도 "그럼에도 수사결과가 조금의 단초라도 돼서 포스코에서 확인된 문제들이 다시 재발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yeji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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