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80만마리 등 10년간 2500만마리 예방적 살처분
'공장식 밀집 축산방식'과 '예방적 살처분' 폐기해야
지난 2003년 국내에 조류독감(AI)이 처음 발생한 이후 10년동안 약2500만 마리의 닭과 오리들이 ‘예방적 살처분’을 당했다. 정부는 조류독감 확산의 빠른 저지와 부족한 예산 등을 이유로 조류독감이 발생한 농가로부터 반경 3km내의 건강한 닭과 오리마저도 예방적 살처분을 하고 있다. 올 한해동안에만 380만마리가 이같은 명목으로 이미 살처분됐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고병원성 조류독감’에 감염된 것으로 실재 확인된 닭과 오리의 숫자는 예방적 살처분을 당한 닭과 오리 가운데 0.0004%인 121마리에 불과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부장 보화스님)는 오늘(2월17일) 오후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회의실에서 ‘조류독감, 살처분 대응과 생명평화’라는 주제로 생명평화토론회를 개최하고 무분별하게 진행중인 조류독감 살처분에 대한 성찰과 더불어 불교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 |
생명체학대방지포럼 대표인 박창길 성공회대 교수는 ‘대재앙으로서의 조류독감, 그 사회적 성찰과 실천방향’이라는 주제발제를 통해 조류독감의 주된 원인인 ‘공장식 밀집 축산방식’과 현재의 ‘예방적 살처분’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전이가 가능해지면 1918년 5000만명이 죽었던 스페인 조류인플루엔자사태와 같은 재앙이 되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면서 “이는 동물의 대참사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류의 재앙으로 연결되고 그렇게 한 책임이 바로 우리 인간에게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이에 대한 현실적 대안으로 케이지사육에 대한 점진적인 폐지와 더불어 과도한 육식위주의 식생활 패턴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지난해부터 케이지 사육을 금지하고 있는 유럽연합의 사례를 소개한 박 교수는 “과도한 육식위주의 식생활패턴을 점차적으로 바꿔 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공장식 밀집 축산 중에서 케이지사육 등 특정사육방식에 대해 유예기간을 두고 폐기시켜 나가는 등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이번 지자체 선거에서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한 축산정책을 제시하고 실천할 정치가가 나서길 희망한다”고 피력했다.
허남결 동국대 교수 |
허남결 동국대 교수는 ‘조류인플루엔자의 무분별한 살처분의 시대, 우리의 생명평화의식은 건전한가’라는 주제발제를 통해 무분별한 육식문화가 조류인플루엔자의 원인이라고 진단한 뒤 육식을 줄이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불살생계는 불교의 생명평화 이미지를 상징하는 계목이자 생태위기에 직면한 오늘날의 세계적 상황과도 호응하는 측면이 크다”고 전제한 뒤 “불자들이 수계법회에서 불살생계를 지키겠다고 서원하지만 일상생활속에서는 너무나도 쉽게 지키지 않는 현실을 되새겨봐야 하다”고 세태를 꼬집었다. 허 교수는 이어 “무분별한 육식문화는 날이 갈수록 환경오염과 자연파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한달 혹은 일주일에 한번씩이라도 고기를 먹지 않는 날로 정하는 등 조금이라도 고기를 덜 먹겠다고 서원하고 실천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살처분 현황과 외국사례를 비교하며 무분별한 예방적 살처분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세계동물보건기구(OIE)는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해당 농가의 가금류들만 살처분하고 반경 500m, 3km 지역내의 가금류에 대한 예찰과 방역 강화, 이동제한, 이동금지 등을 권고하고 있으며, 실제로 유럽연합은 해당 농가나 500m 오염지역내에서의 선택적 살처분만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진행중인 조류독감 확진 없는 예방적 살처분은 하루빨리 중단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 대표는 이어 “저병원성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365일 국내에 상존하고 있다”면서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의 창고역할을 하고 있는 공장식 밀집사육을 폐기하고 ‘동물복지농장’을 전면도입해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더불어 토론자인 불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법응스님은 종단 관련 연구소를 통한 전문적 대안 제시와 함께 전국 사찰에 대한 법문지침하달을 통한 국민의식 계도, 원칙불교의 현실적용, 정부에 대한 제도적 개선 촉구 등을 펼쳐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