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3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指針)을 돌려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 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 한용운, ‘님의 침묵’
(나) 거미 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 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어니젠가 새끼 거미 쓸려 나간 곳에 큰 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 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 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이번엔 큰 거미 없어진 곳으로 와서 아물거린다
나는 가슴이 메이는 듯하다
내 손에 오르기라도 하라고 나는 손을 내어 미나 분명히 울고불고할 이 작은 것은 나를 무서우이 달 아나 버리며 나를 서럽게 한다
나는 이 작은 것을 고이 보드라운 종이에 받아 또 ㉠문밖으로 버리며
이것의 엄마와 누나나 형이 가까이 이것의 걱정을 하며 있다가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하고 슬퍼한다
- 백석, ‘수라(修羅)’
31 (가)와 (나)의 공통된 시상 전개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시상이 전개되면서 화자의 정서가 변화되고 있다.
② 시상이 전개될수록 화자의 자기애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③ 시상이 전개되면서 화자가 위치해 있는 공간이 바뀌고 있다.
④ 시상이 전개될수록 화자의 현실 변화 의지가 두드러지고 있다.
⑤ 시상이 전개되면서 화자의 시선이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하고 있다.
32 ㉠에 내재된 화자의 정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화자는 거미를 가엾게 여기고 있다.
② 화자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다.
③ 화자는 거미를 무심하게 대하고 있다.
④ 화자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
⑤ 화자는 거미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33 (가)와 (나)의 어조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3점]
① (가)는 화자의 간절한 마음을 영탄적 어조로 드러내고 있다.
② (가)는 이별을 받아들이는 화자의 자세를 관조적 어조로 드러내고 있다.
③ (나)는 현실의 문제를 염세적 어조로 지적하고 있다.
④ (나)는 미물에서 얻은 깨달음을 격정적 어조로 전달하고 있다.
⑤ (나)는 외부 세계와의 대결 의지를 단호한 어조로 부각하고 있다.
도움자료
[2014 EBS 수능특강 B]
[31~33]
(가) 한용운, ‘님의 침묵’
해제 : 만남은 헤어짐을, 헤어짐은 만남을 전제한다는 불교의 역설적 진리를 바탕으로 임과 이별한 데 머물지 않고 새로운 만남을 기약하고 있다. 임이 떠난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새로운 만남에 대한 의지와 확신으로 임이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임의 부재를 임이 침묵하고 있다고 표현 하고 있는데, 이는 임과 완전히 이별한 것이 아니기에 임이 내 주위에 있으나 잠시 나와 대화를 멈춘 것과 같다고 보는 시적 화자의 인식을 보여 준다.
주제 :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구성
•기(1~4행): 이별의 상황
•승(5~6행): 이별 후의 고통과 슬픔
•전(7~8행): 새로운 희망
•결(9~10행): 영원한 사랑의 다짐
(나) 백석, ‘수라(修羅)’
해제 : 가족이 뿔뿔이 헤어져야 했던 1930년대 우리 민족의 비극적 현실을 ‘새끼 거미’와 ‘큰 거미’, ‘무척 작은 새끼 거미’가 서로 헤어지게 된 상황에 빗대고 있다. 거미 가족이 헤어지는 상황을 통해 가족 공동체가 해체되는 우리의 현실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 가족이 함께 지내지 못하는 눈물겨운 상황을 하늘에서 쫓겨난 사람들의 세계,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끔찍하게 흩어져 있는 현장이라는 뜻의 수라(修羅) 혹은 아수라(阿修羅)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주제 : 해체된 가족 공동체의 비극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
구성
•1연 : 거미 새끼 하나를 문밖으로 버림.
•2연: 큰 거미를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문밖으로 버림.
•3연: 무척 작은 새끼 거미를 제 가족을 만나라고 종이에 받아 문밖으로 버림.
31 작품 간의 공통점, 차이점 파악 답 ①
이 문제는 두 작품 간의 시상 전개 양상을 올바르게 비교할 수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지문] (가): 그러나, (나):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가)의 화자는 임과의 이별로 고통스러워하나 다시 임과 만날 것을 기대하며 슬픔을 극복한다. (나)의 화자는 새끼 거미를 문밖으로 쓸어버릴 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가 큰 거미를 문밖으로 쓸어버릴 때에는 서러움을, 무척 작은 새끼 거미를 문밖으로 쓸어버릴 때에는 슬픔을 느낀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가)와 (나) 어디에도 화자의 자기애가 강하게 표출된 부분은 없다.
③ (가)와 (나) 어디에도 화자가 위치한 공간이 변하고 있음을 알려 주는 단서는 없다.
④ (가)와 (나)의 화자는 현실을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표출하고 있지 않다.
⑤ (가)와 (나) 어디에도 화자의 시선이 외부에서 내부로 이동하 고 있음을 알려 주는 단서는 없다.
교육과정연계
문학Ⅱ (2) 문학과 삶 (가) 문학과 자아
② 문학을 통하여 타자를 이해하고 삶의 다양성을 수용한다.
32 화자의 정서, 태도 답 ①
이 문제는 시적 대상에 대한 시적 화자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는지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지문] 쉬이 만나기나 했으면 좋으련만
화자는 무척 작은 새끼 거미를 문밖으로 쓸어버리며 거미가 제 가족을 만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가족과 헤어진 거미가 가엾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화자가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부분은 없다.
③ 화자는 새끼 거미를 문밖으로 쓸어버릴 때에는 무심했으나 큰 거미, 무척 작은 새끼 거미를 반복하여 문밖으로 쓸어버릴 때에는 불쌍함과 슬픔을 느끼게 된다.
④ 화자가 무척 작은 새끼 거미를 불쌍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맞으나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지는 않다.
⑤ 화자는 연민을 느끼고 있으며 거부감을 느끼고 있지는 않다.
교육과정연계
문학Ⅱ (2) 문학과 삶 (다) 문학과 문화
② 문학을 통하여 인간과 세계의 진실을 심미적으로 인식하고 표현하는 안목을 기른다.
33 표현상 특징 파악 답 ①
이 문제는 작품의 내용, 형식, 표현 중 표현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적절히 이해하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실마리[지문] 감탄사 ‘아아’
감탄사를 보면 (가)는 영탄적 어조로 화자의 간절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관조적 어조는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화자가 자신의 삶이나 대상에 대해 사색적이고 통찰적인 모습을 보일 때 나타난다. (가)의 화자는 임과의 이별을 슬픔 가득한 어조로 말하고 있고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으므로 관조적 어조라고 보기 어렵다.
③ 염세라는 말은 ‘세상을 괴롭고 귀찮은 것으로 여겨 비관함.’이란 뜻인데 (나)의 어조를 염세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④ 감정이 강렬하고 갑작스러워 누르기 어려운 때를 격정적이라 고 표현한다. (나)의 어조를 격정적이라고 보긴 어렵다.
⑤ (나)에는 외부 세계와의 대결 의지가 드러나 있지 않다.
교육과정연계
문학Ⅱ (2) 문학과 삶 (가) 문학과 자아
③ 문학 활동을 생활화하여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