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협상 결렬” 문 박차자, 김양건 “뭔 결렬” 팔 붙잡았다 [박근혜 회고록 18]
2014년 1월 1일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당시)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남조선 당국은 자주와 민주, 조국통일을 요구하는 겨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북남 관계 개선으로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불과 그 전달만 해도 보수단체의 북한 규탄 시위를 문제 삼아 북한이 국방위원회 명의로 전화통지문을 보내 “예고 없이 남한을 타격하겠다”고 협박한 것과는 사뭇 달라진 기류였다.
나는 지난해 취소됐던 이산가족 상봉을 다시 제안해보기로 했다. 인도주의적 교류는 남북 관계를 풀어나갈 수 있는 첫 단추다. 나는 1월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으로 첫 단추를 잘 풀어서 남북 관계에 새로운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고 밝힌 뒤 곧바로 북측에 전통문을 보냈다. 나는 당시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국민 중 ‘통일비용이 너무 많이 들지 않겠는가, 굳이 통일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한마디로 통일은 대박”이라고 말했다.
그 이후 ‘통일은 대박’이란 표현이 시중에 화제가 됐던 모양이다. 그런데 나중에 표현의 출처를 놓고 이런저런 낭설이 떠돌았다고 들었다. 사실은 2012년 신창민 중앙대 명예교수가 쓴 책의 제목이 ‘통일은 대박’이었다. 대통령 취임 후에 그 책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통일이 됐을 경우 남북 주민이 갖게 될 여러 가지 편익들이 잘 정리돼 있었다. ‘통일은 대박’이란 표현이 워낙 압축적으로 통일의 당위성을 설명한 것이어서 회견 때 인용한 것이다.
2014년 2월 22일 북한 금강산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이산가족 작별상봉이 끝난 뒤 북측과 남측 가족들은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중앙포토
북한은 2013년과 달리 이산가족 상봉에 협조적으로 나왔다. 한때 ‘키 리졸브’ 한·미 합동 군사훈련을 구실로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재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가 어떤 경우에도 안보는 절대로 타협하지 않는다는 걸 못 박자 북한도 더는 억지를 부리지 못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2월 20~25일 금강산 면회소에서 2박3일씩 두 차례에 나눠 진행됐다. 2010년 10월 18차 이산가족 상봉 이후 3년4개월 만이었다. 1차로 남측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82명이 금강산에서 북한 가족 178명과 만났다. 2차에선 북측 신청자 88명이 남측 가족 372명과 만났다. 60년을 기다렸지만 정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은 11시간에 불과했다. 그리고 또다시 기약 없는 이별을 했다. 2013년 9월 상봉이 무산되면서 그 사이 남북에서 각각 두 명과 세 명이 세상을 떠났다.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