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부산 유일의 축산물 도매시장인 구포축산물 도매시장은 공포스럽기까지 한 지역이었다. 상점의 진열대를 차지하고 있는 돼지머리, 각종 이물질과 피가 묻은 도살된 고기들, 가공 후 아무데나 버려져있는 고기 찌꺼기와 핏물 등 업계에서는 불결함의 대명사로 통했다. 근처에는 혐오시설인 도살장까지 위치해 있어 비위가 약한 소비자는 방문하기 힘든 시장이었다.
이처럼 '무시무시하던' 시장이 지속적인 환경 개선과 상인 교육으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다. 기존의 불결한 시장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보다 위생적인 환경을 갖추고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대형마트와 당당히 경쟁하고 있다.
냉장 진열대·하수도 정비 위생 강화
꾸준한 자체 교육 상인 변화 이끌어
구포축산물 도매시장은 영남권에서 가장 큰 축산물 도매시장으로 점포 수만 250곳에 이른다. 국내산 한우와 돼지고기를 비롯, 수입산 고기, 각종 부산물 등 축산물과 관련한 모든 상품을 구할 수 있는 시장으로 알려져있다.
지난 1968년에 처음 생긴 후 영남권 최대 축산물 도매시장으로 명성을 이어오다 대형마트의 공습이 시작된 지난 1999년부터 차츰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며 하락세를 타기 시작했다.
구포축산물 도매시장 상인회 신종만 회장은 "쾌적한 쇼핑 환경을 주무기로 대형마트들이 들어서면서 손님들이 절반 정도로 줄었다"며 "대형마트와 달리 시장 곳곳에서는 악취가 나고, 거부감이 드는 각종 고기들이 진열돼 있는 등의 비위생적인 환경이 가장 큰 원인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가만히 앉아있다가는 시장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확산되면서 상인들이 스스로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위생적인 환경을 갖추기 위해 냉장 진열대를 도입했다. 또 핏자국이 흥건하던 시장 바닥을 청결히 유지하기 위해 하수도관을 정비하고 매주 한차례씩 상인들이 직접 나서 청결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내년부터는 고대하던 현대화사업도 시작된다. 예산 8억원으로 보다 위생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시장에 '어닝 지붕'을 설치한다. 어닝 지붕은 아케이드 지붕과는 달리 환기가 잘 되도록 특수 설계된 게 특징. 여기다 바닥과 하수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새로운 축산물 도매시장으로 재탄생시킬 계획이다.
상인들을 적극 나서게 한 원동력은 바로 교육이다. 축산물 도매시장은 정부의 '상인대학'이 활성화되기 전부터 상인회 사무실에서 자체적으로 교육을 개최해 상인들의 의식을 선진화하는 데 집중했다. 위생적인 진열대 차리기, 바닥 청소하기, 앞치마 입기 등 변화를 위한 대책들을 논의하고 홍보하는 게 교육의 주된 내용이었다.
구포축산물 도매시장 상인회 안경환 총무는 "처음에는 상인들이 고가의 냉장 진열대를 구입하는 데 난색을 표했고 특히 청소하고 정비하는 것도 귀찮아하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몇몇 상인들이 적극 나서 자체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면서 상인들의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내년 현대화사업이 마무리되면 시장은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