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성남에서 고등부 이유신(3회), 신혜경(?)의 결혼식이 있었습니다.
충주에서 차를 운전해서 가다보니 가을산들이 막바지 단풍을 뽐내고 있더군요.
가을을 노래한 한시의 만산홍엽(滿山紅葉)이라는 글귀가 저절로 떠올랐습니다.
모처럼 화창한 일기에 결혼식은 아름다왔고 분위기도 특별히 좋았습니다.
신랑인 유신이는 고등학교 다닐 때 담임을 한 적이 있습니다.
유신이의 누나는 유라인데 내가 교생으로 성심학교와 처음 인연을 맺었을 때-1977년이었지요-
유라는 초등학생이었어요.
그리고 신부인 혜경이는 좀 각별한 기억이 있습니다.
교생을 왔다가 나중에 대학을 졸업하고, 그리고 공군을 마치고 충주로 복귀(?)한 것이 1983년이었어요.
학교에 돌아왔는데 아주 쬐그맣고 귀여운 -아마 다섯 살 쯤이었겠지요- 꼬마 아이가 있었는데
너무 귀엽고 예쁘고 안스러워서 가끔씩 집에 데려가곤 했어요.
자전거 뒤에 태우고 집에 데려가서 같이 밥을 먹고, 우리 딸이면 하고 바라던 아이가 혜경이였지요.
어제 주례사를 하면서 옛날 얘기를 좀 했습니다.
신랑 신부가 함께 고개를 끄덕이면서 또 간간이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듣고 있더군요.
나도 모처럼 기분이 좋아져서 수어로 하는 주례사가 좀 좌충우돌했습니다.
늘 그런 것 처럼 어제 정다운 얼굴들을 참 많이 만났습니다.
결혼식에 자주 참석하는 동문들 말고도 오랜 만에 보는 얼굴들이 많이 눈에 띄었어요.
오래된 선생님들, 동문들 기억하시는지요. 최상진!
고등부가 생기기 전에 초등학교부터 담임했던 남학생인데
그 동안 연락이 전혀 없다가 어제 불쑥 나타나서 나를 놀라게 했습니다.
원래 집이 부천인데 지금도 부천에서 건축업을 한다고요.
얼굴이 어렸을 때도 특색이 있었는데 어제 보니 사장 타입의 중후한 몸집에 이국적인 얼굴로
가수 나훈아의 젊은 시절 판박이였습니다.
그리고 키가 작고 눈이 파란 이현이(맞나?)가 왔는데
내가 자기 이름을 제대로 기억 못한다고 좀 삐졌습니다.
유신이의 누나인 유라의 동기들도 여럿이 왔는데
최정련, 김영희, 오균숙(균남이 언니) 같은 중년 아줌마들이 식당에 진을 치고 앉아 있었습니다.
중후하게 앉아 있다가 옛날 담임선생을 보고는 달려와서 마구 어리광을 부리지요.
최광근이도 보였고 정길채도 보이고 허정림도 보였습니다.
자주 만나는 동문들의 이름은 지면상 생략합니다.
어제 한 가지 느낀 것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꾸 기억에 오류가 생긴다는 사실입니다.
유신이 누나 유라가 고등부 1회 또래로 생각했는데 사실은 2-3년 앞선 기수라고 하더군요.
이름이 안 떠오르고 혼동이 되는 것은 기본입니다.
여하튼 어제 모처럼 좋은 자리에서 정다운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신랑과 신부는 정말 잘 생기고 예쁘고 훌륭했습니다.
잘 자랐고 잘 가르치고 잘 키웠습니다.
두 사람이 우리가 바라는대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제 참석한 동문들 모두, 또 함께 자리 하지 못한 우리의 사랑하는 제자들이
축복 속에서 복된 삶을 누리기 바랍니다.(2006년 11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