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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산 취재팀이 울산 무학산 정상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다. 멀리 보이는 능선은 오룡산에서 시살등 영축산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남부 주능선이다. | |
울주군 범서읍 망성리 망성마을의 태화강변 가마정 식당 앞에서 출발하는 전체 산행을 요약해봐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도는 형태여서 간촐하다. 가마정 식당~동래 정씨묘 앞 갈림길(본격 산행 시작)~299봉~무학산 정상~285봉 갈림길~309봉~325봉~한실재(임도)~갈림길(임도 이탈)~377봉 갈림길~학성 이씨묘~287봉~적송숲 관찰지대~갈림길~망성마을~태화강변 도로(날머리) 순. 총산행 거리 8.8㎞의 전형적인 원점회귀 산행이다. 산이 낮은데다 험한 구간도 별로 없어 순수하게 걷는 시간만 3시간30분이면 충분히 주파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욱곡마을을 오른쪽 발아래 두고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가마정 식당 앞에서 서북쪽을 바라볼 때 무덤 위로 제법 가팔라 보이는 산이 눈에 띈다. 바로 무학산이다. 태화강변 도로를 타고 서쪽으로 50m만 가면 욱곡마을 진입로가 나타나는데 길가 간판에 '울주군 지정 단간 대미수출단지'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그만큼 욱곡마을의 단감 품질이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 비해 물이 많이 맑아진 태화강에는 겨울 철새인 청둥오리 수백 마리가 내려앉아 평화롭게 자맥질을 하고 있다. 태화강 옆 포장도로를 따라 150m가량 가면 오른쪽으로 멋들어진 소나무 수 그루가 아담하게 감싸 주고 있는 동래 정씨묘가 있다. 산행로 초입이다. '범서 옛길 탐방로' 약도가 그려진 입간판도 보인다. 무학산 정상까지 40분 걸린다고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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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X & GTM 파일 / 고도표 jpg파일 | |
동래 정씨묘에는 '통정대부 이조참의 동래 정공지묘'라는 비석이 서 있다. 그 이력이 범상치 않은 듯하지만 자세히 알 수는 없다. 무덤 터 왼쪽 위로 등산로가 열려 있다. 과거 산불이 난 듯 주변이 휑하지만 경사도는 만만찮다. 가풀막을 20분가량 치고 오르면 정상 아래 봉우리인 229봉. 오른쪽 수목 사이로 욱곡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살짝 안부를 거쳐 다시 10분만 오르면 산불감시 초소가 있는 무학산 정상에 닿는다. 정상석 대신 산꾼들이 임시로 세워 둔 작은 돌에 무학산임을 알리는 글씨가 적혀 있다. 탁 트인 조망이 주는 느낌에 비해 초라한 정상석이다.
무학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300m대의 작은 산이라곤 믿기 힘들 만큼 시원하다. 우선 남쪽. 산 아래에 횡으로 흘러가는 태화강 물줄기가 끝없이 이어지고 남동쪽의 울산시가지가 한눈에 띈다. 남쪽 맞은편에는 문수산이 우뚝 솟아 있고, 좀 더 서쪽(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오룡산 시살등 영축산 신불산 간월산에 이르는 영남알프스 남동부 주능선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 같은 빼어난 풍광 덕분에 실제로 무학산은 울산의 아마추어 사진작가들에게 불타는 저녁놀 장면 촬영지로 인기가 높다. 뒤돌아 서서 북쪽을 보면 멀리 연화산이 보이고, 그 오른쪽 뒤로 신라 충신 박재상과 그의 아내의 애끓는 망부가로 유명한 치술령, 그리고 치술령 우측 앞으로 국수봉과 옥녀봉까지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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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팀 뒤로 움푹 패인 듯한 욱곡마을 전경이 드러난다. | |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북쪽 발아래 아담하게 자리 잡은 욱곡마을의 전경이다. 작은 출입구만 열려 있을 뿐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욱곡마을은 그야말로 천연의 요새다. 또한 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줄기가 방풍벽의 역할을 해주니 무풍지대에 다름 아니다. 이런 연유로 한국전쟁 땐 빨치산이 은거지로 삼는 등 슬픈 현대사도 품고 있다.
이 마을의 자랑인 감은 197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재배됐고, 1990년대에는 전국에서 가장 비싼 값을 받았을 만큼 전국적인 명성을 쌓았다. 세찬 바람이 불지 않는 안온한 분지라는 지형적 조건과 마을 사람들의 정성이 어우러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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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산행도중 우연히 만난 울산 오름산악회 회원들. | |
무학산 정상 이후에는 힘든 구간이 거의 없다. 능선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돌면 된다. 10분 후 285봉 갈림길. 좀 더 선 굵은 능선을 따라 오른쪽 길을 택한다. 10분이면 309봉을 갓 통과한 안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때마침 산행에 나선 울산 오름산악회 회원들이 취재팀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한다. 취재 산행에 나선 날이 지난 12월 31일이었는데 이들은 연말 기념산행으로 무학산에 왔다며 취재팀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새해 더 좋은 산행지와 코스를 소개해 달라고 당부했다.
5분 뒤 임도 갈림길인 한실재. 반구대암각화로 유명한 서쪽의 대곡리 한실마을과 동쪽의 욱곡마을을 연결하는 고개다. 이곳에서 울산 오름산악회 회원들과 작별하고 임도를 따라 북쪽으로 200m가량 간 뒤 임도를 버리고 오른쪽 능선길로 들어선다. 낙엽이 융단처럼 깔린 완만한 오르막이다. 15분 만에 갈림길 역할을 하는 377봉에 닿는다. 치술령과 연화산 국수봉 옥녀봉 등이 더 가깝게 다가온다. 왼쪽은 조금 전 이탈했던 임도와 다시 만나 연화봉 방향으로 가는 길이지만 취재팀은 오른쪽 내리막으로 방향을 잡는다. 15분 후 학성 이씨묘를 지나 몇 개의 무덤이 더 있는 오른쪽으로 살짝 틀어 진행하면 갈림길. 우측 내리막은 욱곡마을로 떨어지는 길이지만 직진한다. 안부를 거쳐 다시 완만한 산길을 올라 280봉을 지나면 곧바로 287봉에 닿는다. 갈림길이지만 오른쪽 능선길을 타고 계속 진행하면 15분 후 갑자기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선 솔숲을 통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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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12경의 하나로 꼽히는 태화강 중류의 선바위. 산행 기점인 범서읍 망성리에서 차로 불과 2~3분이면 접근할 수 있다. | |
둥치 작은 적송들로 가득 찬 숲이 500m가량 계속된다. 10분 후 Y자 갈림길. 왼쪽 능선길을 따른다. 7분 후 또 한 번 만나는 마지막 갈림길에선 능선을 버리고 왼쪽 계곡 쪽으로 내려서야 한다. 직진해도 길은 있지만 마지막 날머리 부근에 단감 과수원이 있어 산행로 안내를 하기에는 무리라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왼쪽 계곡 쪽으로 5분만 내려서면 경산 김씨묘가 나오고 곧바로 마을 임도에 닿는다. 임도를 따라 오른쪽으로 300m만 걸어 나오면 최초 출발지인 가마정 식당과 연결되는 차도에 닿아 산행을 마무리한다. 태화강에는 청둥오리 떼가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롭게 노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