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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편 다리 어귀에 벌써 휘장을 친 수레가 한 채 기다리고 있다.
“선생님, 타십시오. 길이 멀더라도 피로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길이 멀다고 말씀드린 것은 가는 시간 때문에 그런 것보다도, 율법을 더 존중하는 손님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기 위하여 이곳에 여러 쌍의 소를 항상 준비해 놓으라고 명령했기 때문입니다…. 그 사람들을 동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어디에 있소?”
“그들은 다른 수레들을 타고 우리보다 먼저 갔습니다. 토비트!”
“예?”하고 소들에 멍에를 메우고 있는 수레 모는 사람이 말한다.
“다른 손님들은 어디 계신가?”
“오! 많이 앞서 가셨습니다. 집에 다 가셨을 것입니다.”
“들으셨지요, 선생님?”
“그러나 만일 내가 오지 않았더라면?”
“오! 저희들은 선생님께서 오시리라고 확신했습니다. 왜 안 오시겠습니까?”
“왜냐구!! 쿠자, 내가 온 것은 내가 겁쟁이가 아니라는 것을 당신에게 보이기 위해서요. 겁쟁이는 악인들밖에 없소. 정의를 두려워하게 하는 잘못이 있는 악인들… 그들이 우선, 오로지 하느님의 정의를 두려워해야 할 터인데, 불행히도 사람들의 정의를 두려워하지만. 그러나 나는 죄가 없으니 사람들을 두려워하지 않소!!”
“그러나 주님! 저와 같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주님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처럼. 그러니까 주님께서 저희들을 두려워하실게 절대로 없습니다! 저희들은 선생님께 경의를 표하기를 원하지, 모욕을 드리기를 원치는 않습니다!”
수레가 푸른 들판으로 삐걱거리며 천천히 전진하는 동안, 쿠자와 마주 앉아계신 예수께서 대답하신다.
“적들의 공공연한 전쟁보다 나는 거짓 친구들의 음험한 전쟁이나 참 친구들이 기는 하지만 아직 나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의 옳지 않은 열성을 더 무서워해야 하오. 내가 베델에서 말한 것이 기억나지 않소?”
“저는 주님을 이해했습니다”하고 쿠자가 중얼거린다. 그러나 썩 자신이 있는 것은 아니고, 또 질문에 직접 대답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소. 당신은 나를 이해했소. 고통과 기쁨의 영향으로 마치 소나기가 오고 무지개가 꽂힌 다음 지평선이 맑아지듯이 당신의 마음은 맑아졌소. 그리고 당신은 정확하게 보았었소. 그리고… 쿠자, 몸을 돌려 우리의 갈릴래아 바다를 보시오. 저 바다가 새벽에는 몹시도 작게 보였소! 밤 동안에 이슬이 공기를 맑게 하고, 시원한 밤기운이 물의 증발을 더디게 했었소. 하늘과 호수가 서로 아름다움을 돌려보내는 맑은 사파이아로 된 두개의 거울과 같았소. 빙 둘러 있는 야산들도 하느님께서 밤사이에 그것들을 창조하신 것처럼 신선하고 깨끗했었소. 그런데 지금은 보시오. 사람들과 짐승들이 지나다니는 호숫가 길의 먼지들과, 화덕에 올려놓은 큰 솥에서처럼 수풀과 정원들에서 김이 피어오르게 하고, 호수에 불을 질러 물을 증발시키는 뜨거운 태양,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지평선을 흐리게 하는지 보시오. 전에는 호숫가가 대단히 맑은 공기로 인해서 맑았기 때문에 아주 가까이 보였었는데, 지금은 보시오…. 호숫가가 마치 흐린 물을 사이에 두고 보는 물건들과 같이 가려지고. 휘저어지고 떨리는 것 같소. 당신에게도 이렇게 되었소. 먼지는 인간성이고 해는 교오요. 쿠자, 당신의 자아를 흐리게 하지 마시오….”
쿠자는 고개를 숙이고, 그의 옷의 장식들과 다른 화려한 허리띠의 고리를 기계적으로 만지작거린다.
예수께서는 마치 졸리는 것처럼 눈을 거의 감고 계시면서 잠자코 계신다. 쿠자는 예수의 잠을, 또는 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수레는 동남쪽으로 가벼운 땅의 기복을 향하여 천천히 가고 있다. 이 땅의 기복들은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이 동쪽의 요르단강 계곡가에 있는 높은 고원의 첫째 단계이다. 틀림없이 지하수가 풍부하고 몇 개의 물줄기 때문이겠지만, 들판이 매우 기름지고 아름다우며, 포도송이들과 실과들이 나뭇잎들 사이로 나타난다.
수레는 큰 길을 버리고 사도(私道)로 들어서서 잎이 매우 우거진 가로수 길로 깊숙이 들어가는데, 그곳은 해가 쨍쨍 내리쬐는 화덕과 같은 큰 길에 비하면 적어도 비교적 그늘이 있고 서늘하다. 가로수길 저 안쪽에 우아한 모습을 한 낮고 흰 집이 있다. 더 보잘것없는 집들이 밭과 포도원 여기저기에 있다.
수레가 작은 다리와 울타리를 지나니, 울타리 너머로는 과수원 대신 정원이 나타나고, 그 길에는 자갈을 깔았다. 바퀴가 자갈 위를 가며 내는 다른 소리에 예수께서는 눈을 뜨신다.
“선생님, 다 왔습니다. 손님들이 듣고 달려옵니다”하고 쿠자가 말한다.
과연 모두 훌륭한 신분의 많은 사람이 가로수길이 시작되는 곳에 모여서, 오시는 선생님께 장중하게 절을 하며 인사한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마나헨과 티몬과 엘르아잘이 보이고, 초면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보이는 것 같은데, 그들의 이름은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한번도 보지 못했거나, 적어도 특별히 주의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매우 많이 있다. 검을 차고 있는 사람이 많고, 검을 차지 않은 사람들은 바리사이파 사람들이나 사제들이나 교사들의 많은 장신구를 과시한다.
수레가 멎고, 예수께서 먼저 내려오시면서 집단적으로 인사하시느라고 몸을 굽히신다. 제자 마나헨과 티몬이 개별적인 인사를 나누기 위하여 앞으로 나아온다. 그 다음에는 엘르아잘(이스마엘의 집에서 있었던 연회 때의 착한 바리사이파 사람)이 나오고, 그와 더불어 자기를 알아보게 하고 싶은 율법학자 두 사람이 나온다. 다리케아에서 첫번째 빵을 많게 하신 날 손자의 병이 고쳐진 사람이 있고, 또 한사람은 진복팔단의 산 아래에서 군중에게 음식을 준 사람이다. 그리고 또 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온다. 밀 수확 때에 요셉의 집에서 그의 옳지 못한 질투의 진짜 동기에 대하여 예수께 가르침을 받은 바리사이파 사람이다.
쿠자가 소개를 시작하는데, 그것은 그냥 지나치겠다. 그 많은 시몬, 요한, 레위, 엘르아잘, 나타나엘, 필립보, 요셉 등등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으니까. 사두가이파 사람들, 율법학자들, 사제들, 많은 해로데 당원, 사실 이 사람들이 제일 많다고 해야 하겠다. 그리고 얼마 안 되는 개종자와 바리사이파 사람, 최고회의 위원 두 사람과 회당장 네 사람, 그리고 어떻게 길을 잃고 이 군중 속에 왔는지, 에세네파 사람도 한 명 있다.
예수께서는 이름을 댈 때마다 몸을 구부리시고, 얼굴 하나하나를 유심히 들여다보시며, 때로는 어떤 사람이 자기의 신분을 확실히 밝히기 위하여 자기가 예수와 관련이 있게 된 어떤 사실을 밝혀 말할 때 가벼운 미소를 지으신다.
이와 같이 보즈라의 요아킴이라는 사람이 예수께 말한다. “제 아내 마리아의 문둥병을 선생님께서 고쳐 주셨습니다. 찬미 받으십시오.”
그리고 에세네파 사람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이 여리고 근처에서 말씀하실 때 저는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의 형제들 중의 한 사람은 사해 연안을 떠나서 선생님을 따라 갔습니다. 그리고 엔갓디의 엘리세오의 기적에 대해서 선생님 말씀을 또 들었습니다. 이 땅에서 저희들은 깨끗하게 살면서 기다립니다….”
그들이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이 사람이 그 말을 하면서 약간 흥분한 우월감을 가진 태도로 다른 사람들을 바라본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분명히 열렬한 신앙심을 가진 사람인양 처신하지 않고, 그들의 신분으로 누릴 수 있게 되는 안락을 즐겁게 누리는 것 같다.
쿠자는 그의 주빈에게 까다로운 인사에서 벗어나시게 하고, 쾌적한 욕실로 인도하여, 이 더위에 틀림없이 상쾌할 관례적인 목욕을 하시게 남겨두고, 손님들에게로 돌아와 그들과 힘차게 말한다. 그런데 그들은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에 거의 말다툼을 하기까지에 이른다. 어떤 사람들은 즉시 연설을 시작하자고 한다. 무슨 연설인가? 이와 반대로 어떤 사람들은 즉시 선생님을 공격하지 말고, 우선 자기들의 깊은 존경을 믿게 하자고 제안한다. 이 의견에 대다수가 찬성하기 때문에 이 의견이 우세하다. 그래서 쿠자는 주인의 자격으로 하인들을 불러, “눈에 띄게 피로하신” 예수님께 “쉬실” 시간을 드리기 위하여 저녁때쯤에 하도록 연회를 준비하라고 명한다. 모두가 그것을 수락한다. 그래서 예수께서 돌아오시자, 손님들은 몸을 많이 굽혀 예수께 인사를 하고 물러가 쿠자와 단둘이 계시도록 남겨둔다. 쿠자는 호화로운 양탄자를 간 낮은 침대가 있는 그늘진 방으로 예수를 인도한다.
혼자 남으신 예수께서는 먼지를 털고 전날 여행의 흔적을 없애라고 옷과 샌들을 하인에게 맡기신다. 예수께서는 주무시지 않으시고, 팔꿈치와 무릎까지만 내려오는 속옷을 입으신 채 침대가에 앉으셔서 방바닥에 잔 자리에 맨발을 얹으시고 골똘히 생각하신다. 이렇게 간소한 옷을 입고 계시니, 예수님은 당신의 남성적인 육체의 눈부신 완전한 조화 속에서 더 젊어 보이시지만, 분명히 즐거운 것이 아닌 골똘한 생각으로 이마에 주름이 생기고, 얼굴이 찌푸려져서 고통스러운 피로의 표정을 지으시게 되어 나이가 들어 보이신다. 집 안에는 아무 소리도 없고, 무더위 속에서 포도가 익어가는 들판에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문과 창 앞에 늘어져 있는 어두운 빛깔의 커튼들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렇게 여러 시간이 지나간다….해가 짐과 동시에 어슴푸레한 그늘이 더해간다. 그러나 더위는 계속되고, 예수의 묵상도 계속된다.
마침내 집이 깨어나는 것 같다. 목소리와 발소리와 명령들이 들려온다.
쿠자가 예수를 방해하지 않고 살펴보려고 커튼을 살그머니 젖힌다.
“들어오시오! 나는 자고 있지 않소”하고 예수께서 말씀하신다. 쿠자가 들어온다. 그는 벌써 화려한 연회복을 입고 있다. 그는 둘러보다가 사람의 몸을 받아들인 것 같지 않은 침대를 보고 말한다.
“안 주무셨습니까? 왜요? 고단하실 텐데…?”
“조용하고 그늘진 곳에서 쉬었소. 그것으로 넉넉하오.”
“옷을 가져오라고 하겠습니다….”
“아니오. 내 옷이 틀림없이 말랐을 거요. 내 옷을 입는 것이 더 낫소. 나는 연회가 끝나는 대로 떠날 생각이오. 이를 위해 수레와 배를 준비시켜 주기를 부탁하오.”
“주님께서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저는 내일 새벽까지 선생님을 모시려고 했었는데요….”
“그럴 수가 없소. 나는 가야 하오….”
쿠자는 몸을 구부려 절하면서 나간다. 속삭이는 소리가 많이 들려온다….
얼마가 지난다. 하인이 빨아서 시원하게 되고, 햇볕으로 향기롭게 된 아마포 옷과 깨끗이 하고 기름을 잘 발라 반짝반짝하고 부드럽게 된 샌들을 가지고 돌아온다. 다른 하인 한 사람이 대야와 물항아리와 손수건들을 가지고 따라와서 모두를 작은 탁자에 내려놓는다. 그리고 나간다….
예수께서는 손님들이 있는 안마당으로 오신다. 이 안마당은 집을 남북으로 갈라놓고 통풍이 잘 되는 상쾌한 장소를 만들어 놓으며, 의자들이 있고, 통풍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빛에 변화를 일으키는 여러가지 빛깔로 된 가벼운 커튼으로 장식되어 있다. 지금은 옆으로 당겨놓아서, 집을 둘러싸고 있는 초록빛 주위를 볼 수가 있다.
예수께서는 위엄 있으시다. 주무시지 않았는데도 기운을 차리신 것 같고, 거동이 왕의 거동이다. 방금 입으신 아마포 옷은 매우 희고, 아침 목욕으로 빛나게 된 머리카락은 우아하게 반짝이며 그 황금빛으로 얼굴을 둘러싼다.
“선생님, 오십시오. 저희들은 선생님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고 쿠자가 말하며 제일 먼저 식탁들이 있는 방으로 인도한다.
기도를 드리고, 보충적으로 손을 씻은 다음, 언제나 그렇듯이 호화로운 식사가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말이 없다가,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진다.
예수께서는 쿠자 옆에 앉아 계시고, 맞은편에는 마나헨이 티몬과 이웃하여 있다. 다른 사람들은 쿠자가 그의 궁정인 다운 솜씨로 U자 모양으로 된 식탁 옆으로 자리를 정해 준다. 에세네파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과 공동 식탁에 앉아 연회에 참가하기를 한사코 거절하였다. 쿠자의 명령으로 한 하인이 과일이 가득 찬 값진 바구니를 드릴 때에야 비로소 낮은 식탁 앞에 앉기를 수락하는데, 수없이 여러번 손을 씻고, 더럽히지 않으려고 그러는지 어떤 의식을 따르느라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흰 옷의 넓은 소매를 걷어 올리고 나서 앉는다. 말보다는 눈길로 더 많이 연락을 취하는 이상한 연회이다. 그저 짤막한 인사말들이나 하고 서로서로 살펴본다. 예수께서 회식자들을 살펴보시고, 그들은 예수를 살펴본다.
마침내 쿠자가 하인들에게 큰 과일 쟁반들을 가져온 다음에 물러가라는 눈짓을 한다. 과일들은 아마 우물 속에 보관하였던 모양으로 신선하고 아름다운데, 얼음에 채워 보관한 과일의 특징이 되는 서리가 있어 거의 얼었다고도 하겠다.
하인들은 등에 불도 켜고 나가는데, 오래 가는 여름 황혼이라 아직 밝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쓸데없다.
“선생님!”하고 쿠자가 시작한다. “선생님께서는 이 모임과 저희들이 지키고 있는 침묵의 이유를 의아하게 생각하셨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가 말씀드려야 할 것은 매우 중대한 것이고, 조심성 없는 귀가 들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이제는 우리끼리 만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보시다시피 모두가 선생님께 대해 가장 큰 존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지금 선생님을 사람으로서 또 메시아로서 숭배하는 사람들 가운데 계십니다. 선생님의 정의, 선생님의 지혜, 하느님께서 선생님께 지배권을 주신 선물들을 저희들은 알고 있고, 또 감탄하며 봅니다. 저희들 생각에 선생님께서는 이스라엘의 메시아, 정신적인 사상과 정치적인 사상에 따른 메시아이십니다. 선생님께서는 한 민족 전체의 고통과 굴욕에 종지부를 찍으시게 될 기다려지는 분이십니다. 이스라엘, 아니 그 보다도 팔레스티나의 경계 안에 들어 있는 이 민족뿐 아니라, 전 지구상에 퍼져 있는 디아스포라(팔레스타인 외부의 유대인 공동체)의 수천 수만의 식민지의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위하여 말씀입니다. 그들은 세계 각처에서 야훼의 이름을 울려 퍼지게 하고, 재건자, 복수자, 해방자, 그리고 참다운 독립과 이스라엘 조국, 즉 세상에서가장 위대한 조국을 만드는 분이신 메시아에 대한 약속과 소망을 알립니다.
그런데 그 약속과 소망이 지금 실현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조국은 과거의 추억과 노예생활의 생생한 표를 일체 없애버리는 여왕과 지배자이고, 히브리주의는 모든 것과 모든 사람을 영원히 지배할 것입니다. 이렇게 예언되었고, 또 사실이 이렇게 되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님, 여기 주님 앞에서 지극히 높으신 분의 벌을 받지마는 그분께서 지극히 사랑하시고, ‘당신 백성’이라고 선언하시는 이 영원한 민족의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통하여 이스라엘 전체가 와있습니다. 주님 앞에는 최고회의 위원들과 사제들을 통하여 이스라엘의 살아있고 건전한 마음이 있고,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사두가이파 사람들을 통하여 권력과 성덕이 있고, 율법학자들과 교사들을 통하여 지혜가 있으며, 헤로데 당원을 통하여 정치가 가치가 있고, 부자들을 통하여 재물이 있고, 상인들과 지주들을 통하여 백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개종자들을 통하여 디아스포라도 와 있고, 지금까지 갈라져 있었지만, 선생님을 기다려지는 분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은 다시 합칠 준비가 된 사람들, 즉 에세네파 사람들, 융합할 수 없는 에세네파 사람들까지도 와 있습니다. 주님, 이 첫번째 경탄할만한 일, 주님의 사명과 주님의 진리의 위대한 표를 보십시오. 폭력이 없고, 재산도 하인도 없고, 군사도 검도 없는 선생님께서 마치 빗물받이 웅덩이가 수많은 샘물을 모으듯 선생님의 민족 전체를 모으셨습니다. 거의 말씀이 없고. 절대로 명령하지 않으시는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불행과 증오와 정치 및 종교 사상으로 갈라진 백성인 저희들을 모으셨고, 저희들을 화해시키십니다. 오 평화의 왕이시여, 왕홀을 잡고 왕관을 쓰시기도 전에 벌써 구제하시고 복구시키신 것을 기뻐하십시오. 선생님의 왕국, 기다리던 이스라엘 왕국이 태어났습니다. 저희들의 재산, 저희들의 권력, 저희들의 검이 선생님 발 앞에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명령하십시오! 때가 왔습니다.”
모두가 쿠자의 연설에 찬성한다. 예수께서는 팔짱을 끼시고 잠자코 계신다.
“말씀을 안 하십니까? 대답을 안 하십니까, 주님? 아마 이 일에 놀라셨나보군요…. 혹 주님에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느끼시고, 특히 이스라엘이 준비가 되었는지 의심하시는가 보군요….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들의 목소리를 들으십시오. 제가 말씀드리고, 저와 함께 왕궁을 대표해서 마나헨이 말씀드립니다. 왕궁은 이재 존재할 자격이 없어졌습니다. 그것은 이스라엘의 치욕이요 타락입니다. 백성을 압제하고 비굴하게 되어서 찬탈자에게 아부하는 부끄러운 폭정입니다. 그의 최후가 왔습니다. 오 야곱의 별이여, 일어나셔서 저 범죄와 치욕의 집단을 쫓아버리십시오. 헤로데 당원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로, 그들에게는 신성한 헤로데가의 이름을 모독하는 자들의 원수인 사람들이 여기 있습니다. 여러분, 말씀하십시오.”
“선생님, 저는 나이가 많아서 옛날의 찬란함이 어떠하였는지를 기억합니다. 역한 냄새가 나는 짐승의 쌕은 시체에게 준 영웅이라는 명칭과 같이, 우리 민족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품격이 떨어진 후손들이 지닌 헤로데라는 이름이 그렇습니다. 지금이야말로 자격이 없는 군주들이 국민의 고통을 지배할 때에 이스라엘이 여러번 행한 행동을 되풀이 할 때입니다. 선생님만이 행동을 하실 자격이 있습니다.”
예수께서는 잠자코 계신다.
“선생님, 우리가 의심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저희들은 성경을 자세히 살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바로 그분이십니다. 선생님께서 다스리셔야 합니다”하고 어떤 율법학자가 말한다.
“선생님은 왕과 사제가 되셔야 합니다. 느헤미야보다 더 위대하신 새로운 느헤미야이신 선생님께서 오셔서 깨끗하게 하셔야 합니다. 제단이 더럽혀졌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께 대한 열성이 선생님을 재촉하기를 바랍니다”하고 한 사제가 말한다.
“저희들 중에서 선생님을 공격한 사람이 많습니다. 선생님의 지혜로운 통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백성은 선생님 편이고, 저희들 중에서 가장 좋은 사람들은 백성들과 한편입니다. 저희들은 현인이 필요합니다.”
“저희들은 깨끗한 분이 필요합니다.”
“진짜 왕이 필요합니다.”
“성인이 필요합니다.”
“구속하시는 분이 필요합니다. 저희들은 점점 더 모든 것의 모든 사람의 노예가 되어 갑니다. 주님, 저희들을 구해 주십시오.”
“세상에서 저희들은 짓밟히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수가 많고 재산이 있으면서도 목자 없는 양들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아, 네 장막으로 오너라’ 하는 오래된 외침으로 모이라고 부르십니다. 그러면 디아스포라의 사방에서 선생님의 신민(臣民)들이 군대를 소집하는 것처럼 일어나, 하느님의 사랑을 받지 않는 권력자들의 흔들리는 왕좌를 쓰러뜨릴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여전히 입을 다물고 계신다. 예수님만이 40명쯤 되는 이 열광적인 사람들 가운데에서 마치 당신에 대한 일이 아닌 것처럼 조용히 앉아 계신다. 그들이 모두 함께 마치 혼란한 장마당에서처럼 말하기 때문에, 나는 그들이 말하는 이유를 겨우 10분의 1이나 기억할 뿐이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태도를 그대로 유지하시고, 계속 잠자코 계신다. 모두가 외친다.
“한마디 하십시오! 대답하십시오!”
예수께서는 식탁 가장자리를 두 손으로 잡고 천천히 일어나시니 아주 조용해진다. 활활 타는 것 같은 여든 개의 눈동자가 뚫어지게 지켜보는 가운데, 예수께서는 입을 여시고, 다른 사람들은 마치 예수의 대답을 들이마시려는 듯이 입을 벌인다. 그런데 대답은 짧지만 분명하다.
“아닙니다.”
“아니, 뭐라구요? 아니, 왜요? 선생님께서는 저희들을 저버리십니까? 선생님은 당신의 백성을 저버리십니다! 선생님은 당신의 사명을 포기하십니다! 하느님의 명령을 물리치십니다!….”
야단법석이고! 소란이다! 얼굴들이 시뻘게지고, 눈이 활활 타오르고, 손들이 위협하는 것 같다…. 충실한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원수들 같다. 그러나 다 그런 것이다. 어떤 정치적 사상이 마음을 지배하면, 온유한 사람들까지도 그들의 사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에 대하여 맹수처럼 된다.
이상한 침묵이 소란을 뒤따른다. 힘을 모두 써버리고 나서 기진맥진하고 한계에 이른 것을 느끼는 것 같다. 그들은 서로 바라다보며 질문한다. 슬퍼하며… 어떤 사람들은 화가 나서….
예수께서는 눈을 들어 휘 둘러보시고, 말씀하신다.
“나는 여러분이 이 때문에 나를 여기 오게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또 여러분의 행동방식이 무익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내가 다리케아에서 그 말을 했다는 것을 쿠자가 말할 수 있습니다. 나는 내 때가 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떠한 계략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러분에게 보이려고 왔습니다. 그리고 내게 대한 계략의 때가 와도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이 때문에 왔으니까요. 그리고 나는 여러분을 설득하려고 왔습니다.
여러분 모두는 아니지만, 여럿이 선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는 여러분이 선의를 가지고도 빠져 들어간 오류를 고쳐 주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나는 여러분을 비난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내 충실한 제자여서 정의의 인도를 받고, 그들 자신의 격정을 정의로 조절해야 할 사람까지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의로운 티몬, 나는 당신을 비난하지 않소. 그러나 나를 공경하고자하는 당신의 사랑 밑바닥에는, 아직도 흥분하는 당신의 자아, 당신에게 타격을 가한 사람들이 타격을 받는 것을 볼 수 있을 더 나은 때를 꿈꾸고 있는 당신의 자아가 있소, 마나헨, 비록 당신은 내게서 얻은, 그리고 그전에 세례자에게서 얻었던 아주 영적인 지혜와 모범을 잊었다는 것을 보이지만, 당신을 비난하지 않겠소. 그러나 당신 안에도 내 사랑이 불이 질러진 다음에 다시 나는 인간성의 뿌리가 있다는 것을 말해 주겠소. 당신에게 남겨진 늙은 아내에 대하여 그렇게도 의롭고, 항상 의로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엘르아잘, 나는 당신도 비난하지 않소.
그리고 쿠자, 선의로 나를 왕을 만들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보다도 당신 안에 당신의 자아가 더 살아 있기 때문에 당신을 비난해야 하겠지만, 비난을 하지 않겠소.
왕, 그렇소. 당신은 내가 왕이 되기를 원하고 있소. 당신의 말에는 계략이 없소. 당신은 내가 잘못을 저지르는 현장을 덮쳐, 최고회의나 왕이나 로마에 고발하려고 오지 않소. 그러나 사랑으로보다는 -당신은 오직 사랑으로만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소.- 사랑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왕궁에서 당신에게 오는 모욕을 복수하기 위하여 행동하오. 나는 당신의 손님이니 당신의 감정에 대한 진실을 말하지 말아야 할 것이오. 그러나 무슨 일에 있어서나 진리요, 그래서 당신의 이익을 위해서 말하오. 보즈라의 요아킴, 당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고, 율법학자 요한, 당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요. 그리고 당신, 또 당신, 또 당신, 당신에 대해서 마찬가지요.”
예수께서는 이 사람 저 사람을 원한을 가지지 않고, 그러나 서글프게 가리키신다…. 그리고 계속하신다.
“내가 당신들을 비난하지 않은 것은, 당신들이 이것을 자발적으로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내가 알기 때문이오. 이것을 꾸미는 것은 계략 자체인 자, 적대자이기 때문이오. 그리고 당신들은… 당신들은 그런 줄 알지 못한 채 그 자의 손에 들려 있는 연장이기 때문이오. 사랑, 오 나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인 오 티몬, 오 마나헨, 오 요아킴, 오 나를 완전한 선생으로 예감하는 당신들, 당신들의 존경을 가지고도, 그것을 가지고도 말이오. 저주받은 자는 당신에게 해를 끼치고, 나를 해하는 데에 사용하오. 그러나 나는 당신들과 같은 감정을 가지지 않고, 점점 더 낮게 내려가서 배반과 범죄에까지 이르는 목적을 가지고 내가 왕이 되기를 수락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도 나는 안 됩니다, 하고 대답합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내가 여러분 안에 다른 것 아무 것도 말고 내 나라를 세우게 내게로 오시오. 그럼 이제는 나를 가게 해 주시오.”
“안 됩니다. 주님, 저희들은 단단히 결심했습니다. 저희들은 벌써 저희들의 재산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계획들을 짜놓았습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의 불안을 지속시키고, 또 다른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해를 끼치기 위하여 이용하는 이 불확실성애서 나오기로 결정했습니다. 선생님께 대해서 계략들을 꾸미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성전 자체 내에 원수들을 가지고 계십니다. 연장자중의 한 사람인 저는 그것을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종지부를 찍기 위하여는 이것이 필요합니다. 즉 선생님께 기름을 바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희들은 선생님께 기름을 발라 드릴 생각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나라의 불행과 불화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어떤 사람을 이렇게 왕으로 선포한 것이 처음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희들이 하게 가만히 계십시오”하고 사제 중의 한 사람이 말한다.
“안 됩니다! 당신들이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당신들에게는 그렇게 할 권한이 없습니다.”
“대사제가 그렇게 보이지는 않지만, 제일 먼저 그것을 원하는 사람입니다. 대사제는 로마가 지배하는 현 사태와 왕의 추문을 더 이상 묵인할 수 없습니다.”
“사제 양반, 거짓말 하지 마시오. 당신의 입술에서는 하느님을 모독하는 말이 이중으로 부정(不淨)합니다. 혹 당신이 모르고, 또 잘못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성전에서는 그것을 원치 않습니다.”
“그러면 저희가 단언하는 것을 거짓말로 생각하시는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당신들 모두는 아니더라도, 당신들 중의 많은 사람의 경우에 그렇습니다. 거짓말 하지 마시오. 나는 빛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마음을 비춥니다….”
“선생님께서 저희들은 믿으실 수 있습니다”하고 헤로데 당원들이 외친다. “저희들은 헤로데 안티파를 사랑하지 않고 다른 아무도 사랑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당신들은 당신들 자신밖에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당신들은 나를 사랑할 수 없습니다. 나는 당신들이 왕권을 쓰러뜨리고, 더 강력한 권력의 길을 트고, 백성에게 더 고약한 압제를 당하게 하는데 지렛대 노릇을 할 것입니다. 나와 백성과 당신들 자신에 대한 속임수입니다. 당신들이 왕을 파멸시키고 나면, 로마가 당신들 모두를 파멸시킬 것 입니다.”
“주님, 디아스포라의 식민지 여러 군데에 봉기할 준비가 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희들은 저희 재력으로 그 사람들을 뒷받침 합니다”하고 개종자들이 말한다.
“그리고 제 식민지에서두요. 그리고 아우리티데스와 트라코니티데스의 전적인 지원이 있습니다”하고 보즈라에서 온 사람이 외친다.
“저는 이 사실을 확실히 압니다. 저희 산들은 군대를 기를 수 있고, 함정으로 보호되어 있는 군대를 선생님을 돕기 위해 내보낼 수 있습니다.”
“페레아도 그렇습니다.”
“가울라니티데스도 그렇습니다.”
“가하의 계곡도 선생님 편입니다!”
“또 사해의 연안도, 저희들을 신으로 믿고 있는 유목민들과 더불어, 선생님께서 저희들과 합치기로 동의하시면, 선생님 편입니다”하고 에세네파 사람이 외친다. 그는 흥분한 사람의 객설을 계속하지만, 그의 말은 소음 속으로 사라진다.
“유다의 산악지대 사람들은 용맹한 왕들의 혈통입니다.”
“또 상부 갈릴래아 산악지대의 사람들은 데보라와 같은 기질을 가진 영웅들입니다. 여자들과 아이들까지도 영웅들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들의 수가 얼마 안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희들은 수많은 집단입니다. 국민 전체가 선생님 편입니다. 선생님은 다윗 가문의 왕이시고 메시아이십니다! 이것은 마음의 외침이기 때문에 지혜로운 사람들과 무식한 사람들의 입술에서 나오는 외침입니다. 선생님의 기적들… 선생님의 말씀들… 표징들….”
그것은 내가 이해할 수가 없는 혼란이다.
예수께서는 회오리바람에 감싸인 아주 단단한 바위와 같이 움직이지 않으시고, 반응조차도 보이지 않으신다. 예수께서는 냉정하시다. 그리고 부탁과 간청과 이유들의 원무가 계속된다.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실망시키십니다. 왜 저희들의 파멸을 원하십니까? 선생님 혼자서만 행동하려고 하십니까? 그렇게는 하실 수 없습니다. 마타티아 마카베오도 앗시레아 사람들의 도움을 거절하지 않았고, 유다는 그들의 도움으로 이스라엘을 구해 냈습니다…. 수락하십시오!!!”
이따금씩, 외치는 소리가 이 말마디에서 일치한다. 예수께서는 양보하지 않으신다.
매우 나이가 많은 연장자 중의 한 사람이 자기보다 더 나이 많은 사제 한 사람과 율법학자 한 사람과 의논을 하더니, 그들이 앞으로 나아와서 잠잠하기를 요구한다. 늙은 율법학자가 엘르아잘과 두 율법학자 요한을 자기에게로 부른 다음 말한다.
“주님, 왜 이스라엘의 왕관을 쓰고자 하지 않으십니까?”
“그것은 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히브리왕의 아들이 아닙니다.”
“주님은 알지 못하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두 사람과 저 자신은 세 현자가 히브리인들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 계신지 물으러왔기 때문에 부름을 받았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왕으로 나신 분’입니다. 질문에 대답하라고 대헤로데의 명령으로 저희 대사제들과 백성의 율법학자들이 모였었습니다! 그리고 저희와 함께 의인 헬렐도 있었습니다. 저희들의 대답은 이러했습니다. ‘유다의 베들fp헴입니다.’ 선생님께서 그곳에서 나셨고, 선생님께서 나실 때에 큰 표징들이 일어났나는 것을 저희들은 압니다. 선생님의 제자들 중에 증인들이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세 현자에게서 왕으로서 경배를 받으셨다는 것을 부인하실 수 있습니까?”
“그 사실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기적이 하늘의 표징처럼 선생님을 앞서가고, 동시에 일어나고, 뒤따른다는 것을 부인할 수 있습니까?”
“그 사실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선생님이 언약된 메시아이시라는 것을 부인하실 수 있습니까?”
“그 사실은 부인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살아계신 하느님의 이름으로 묻습니다. 왜 백성의 소망을 저버리고자 하십니까?”
“나는 하느님의 소망을 실현하려고 왔습니다.”
“그것이 어떤 것들입니까?”
“세상의 구속과 하느님의 나라의 형성에 대한 소망입니다. 내 나라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돈과 여러분의 무기를 도로 가져가시오. 여러분의 눈을 뜨고 정신을 열어 성경과 예언서들을 읽으시오. 그리고 내 진리를 받아들이시오. 그러면 여러분 안에 하느님의 나라를 가질 것입니다.”
“아닙니다. 성경은 해방자인 왕에 대해서 말합니다.”
“사탄과 죄와 오류와 육체와 이교주의와 우상숭배에서의 해방입니다. 오! 지혜로운 백성인 히브리인들이여, 사탄이 당신들에게 어떻게 했기에 예언자들의 진리를 잘못 생각한단 말입니까? 내 형제들인 히브리인들이여, 사탄이 당신들에게 어떻게 하기에, 당신들이 이처럼 눈이 어두워졌단 말입니까? 오 내 제자들, 사탄이 그대들에게 어떻게 했기에, 그대들도 이제는 이해하지 못하게 되었단 말인가? 한 민족과 한 믿는 이의 가장 큰 불행은 표징에 대한 틀린 해석에 떨어지는 것인데, 여기서 그 불행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이해관계, 편견, 열광, 잘못 이해된 조국애, 모든 것이 심연을 만드는 데 소용됩니다…. 한 민족이 그의 왕을 알아보지 못함으로 그 안에서 파멸할 오류의 심연 말입니다.”
“선생님께서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시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여러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나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입니다. 나는 인간적인 왕이 아닙니다. 그리고 여러분… 여기 모인 중의 4분의 3이나 저는 그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은 내 불행을 원하지, 내 행복을 원하지 않습니다. 당신들은 원한으로 이렇게 하지 사랑으로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나는 곧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깨어나시오, 그리고 악의 무의식적인 봉사자가 되지 마시오.’ 나를 가게 내버려 두시오. 다른 말할 것이 없습니다.”
몹시 놀란 가운데 침묵이 흐른다.
엘르아잘이 말한다. “저는 선생님의 원수가 아닙니다. 저는 잘 하는 줄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만이 아닙니다…. 착한 친구들은 저와 같이 생각합니다.”
“나도 그것을 압니다. 그러나 당신도 솔직히 내게 말해 주시오. 가믈리엘은 무엇이라고 말합니까?”
“선생님이요?… 선생님은… 그렇습니다.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만일 그분이 지극히 높으신 분의 그리스도이시면, 지극히 높으신 분이 표징을 주실 것이다 ’하고. “
“그분의 말이 옳습니다. 그러면 연장자 요셉은?”
“선생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시고, 하느님 안에서 다스리실 것이라고요.”
“요셉은 의인입니다. 그러면 베다니아의 라자로는?”
“그 사람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말을 별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저희들의 정신이 선생님을 받아들일 때에야 비로소 다스리실 것이라고… 말합니다.”
“라자로는 현인입니다. 당신들의 정신이 나를 받아들일 때에. 지금 당장은, 받아들이는 정신들이라고 내가 생각하던 당신들까지도 왕과 왕국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내 고통이 되는 것입니다.”
“요컨대 거절하시는 겁니까?” 하고 많은 사람이 외친다.
“당신들의 말 그대로입니다.”
“선생은 우리를 위험한 일에 끌어넣으셨습니다. 선생은 우리에게 피해를 입히십니다. 선생은…” 하고 다른 사람들, 즉 헤로데 당원, 율법학자, 바리사이파 사람들, 사두가이파 사람들, 사제들…이 외친다.
예수께서는 식탁을 떠나셔서, 타는 듯한 눈으로 그 집단을 향하여 가신다. 그 눈길이라니! 그들은 본의 아니게 입을 다물고 벽에 바싹 붙어 선다…. 예수께서는 가셔서 정말 얼굴을 마주 갖다 대시며 조용히, 그러나 칼로 쳐서 자르는 듯이 신랄하게 말씀하신다. “’이웃을 몰래 치고, 선물을 받고서 무죄한 사람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사람은 화를 입을 것이다’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들에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죄는 사람의 아들에게 알려졌습니다, 하고. 만일 내가 당신들을 용서하지 않으면… 이보다 훨씬 못한 일 때문에도 야훼께서는 이스라엘 사람 여럿을 잿더미로 만드셨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실 때에 하도 무시무시하셔서 아무도 감히 움직이지를 못한다. 그러니까 예수께서는 무거운 이중 커튼을 쳐드시고 안마당으로 나가시는데, 아무도 감히 몸짓을 하지 못한다.
커튼이 움직이지 않게 되었을 때에야, 즉 몇 분 후에야 비로소 그들은 마음이 진정된다.
“따라 잡아야 해… 붙잡아야 해…”하고 가장 악착스러운 사람들이 말한다.
“용서를 받아야 해”하고 가장 좋은 사람들, 즉 마나헨, 티몬, 개종자들, 보즈라에서 온 사람, 요컨대 곧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한숨을 쉰다.
그들은 방 밖으로 서둘러 나가서 찾고 하인들에게 “선생님은? 어디 계신가?” 하고 묻는다.
선생님? 아무도 보지 못하였다. 안마당의 두 문에 있던 사람까지도 보지 못하였다. 선생님은 안 계신다…. 횃불과 등들을 가지고 어두운 정원에서 찾고, 예수께서 쉬설던 방에서 찾는다. 아무도 없다! 그리고 침대 위에 놓아두었던 겉옷도 없어졌고, 안마당에 내려놓았던 배낭도 없어졌다….
“우리에게서 빠져 나갔다! 사탄이다!… 아니다. 하느님이시다. 마음대로 하신다. 우리를 배신할 거다! 아니다. 우리의 정체를 알 것이다.”
서로 의견을 외치고 서로 욕을 한다. 착한 사람들이 외친다.
“당신들이 우리를 꾀었소. 배신자들! 우리가 그걸 생각했어야 하는 건데!” 악한 사람들, 즉 대다수는 위협을 한다. 그리고 속죄의 염소를 잃어서 적대할 수가 없게 되자, 두 패는 서로 자기들끼리 적대한다.
그런데 예수님은 어디 계신가? 나는 예수께서 보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예수를 본다. 매우 멀리 요르단강 하구(河口)에 있는 다리께에 계신다. 예수께서는 바람에 불려 가시는 것처럼 빨리 가신다. 머리카락은 창백한 얼굴 둘레에 나부끼고, 옷은 빨리 걸으시는 걸음걸이로 돛처럼 펄럭인다. 그리고 적당한 거리에 와 계신다는 것이 확실하자, 골풀 사이로 들어가셔서 동쪽 호숫가를 걸어가신다. 그리고 높은 절벽의 처음 바위들을 발견하시자, 어두워서 가파른 비탈을 기어 올라가는 것이 위험한 것은 상관하지 않으시고 비탈을 올라가신다. 올라가고 또 올라가셔서, 호수로 불쑥 내민 바위가 있고, 수백년 묵은 참나무가 지키는 곳까지 올라가신다. 그리고 바위에 앉으셔서, 무릎에 팔꿈치를 세우시고, 손바닥으로 턱을 괴시고, 안개가 끼는 무한한 공간에 시선을 고정시킨다. 겨우 옷의 흰 빛깔과 얼굴의 창백함으로 보이는 예수께서는 꼼짝 하지 않고 계신다….
그러나 누군가가 예수를 따라왔다. 요한이다. 겨우 짧은 어부 옷만 입고, 물속에 들어갔던 사람처럼 머리카락이 뻣뻣하고, 숨을 헐떡이면서도 얼굴은 창백한 요한이다. 그는 울퉁불퉁한 절벽 위를 미끄러져 가는 그림자와 같다. 그는 좀 떨어져서 걸음을 멈추고 예수를 지켜본다…. 요한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바위의 일부분인 것 같다. 그의 어두운 속옷 때문에 한층 더 감추어지고, 다만 얼굴과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다리와 팔만이 밤의 어두움 속에서 겨우 보일 뿐이다.
그러나 예수를 본 다기 보다는 오히려 예수께서 우시는 소리를 듣자, 그 때에는 더 이상 견디어내지 못하고 가까이 다가가서 “선생님!” 하고 부른다.
예수께서는 그가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시고 머리를 드신다. 그리고 도망할 준비를 하시고 옷을 치키신다.
그러나 요한이 외친다. “선생님, 그들이 선생님께 어떻게 했기에 이제는 요한도 알아보지 못하시게 됐습니까?”
그러니까 예수께서 당신의 귀염둥이를 알아보시고 팔을 내미시니, 요한은 예수의 품 안으로 뛰어 들어가, 두 사람은 두 가지 다른 고통으로, 그리고 오직 한 사랑으로 운다.
그러나 곧이어 울음이 가라앉고, 예수께서 먼저 정신을 차리시고 사태를 보신다. 예수께서는 요한이 겨우 축축한 속옷만을 입었고, 맨발이고, 몸이 얼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신다.
“대관절 어떻게 이 지경으로 여기에 와 있느냐? 왜 다른 사람들과 같이 있지 않느냐?”
“아니고! 선생님, 저를 야단치지 마십시오. 저는 그대로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가시게 내버려둘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이것만 말고 옷을 버리고, 물에 뛰어들어 헤엄을 쳐서 다리케아로 돌아왔고, 거기서 강변을 따라 갔습니다. 그리고 다리를 건너 선생님을 따라 가서 집 근처 도랑에 숨어 있으면서 선생님을 도와드릴 준비를 하고, 적어도 그들이 선생님을 납치하는지, 선생님께 해를 입히는지 알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들이 다투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제 앞을 빨리 지나가시는 걸 보았습니다. 선생님은 천사 같으셨습니다. 선생님을 놓치지 않고 따라 오느라고, 저는 도랑과 늪에 빠져서 진흙투성이가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옷을 더럽혔을 겁니다…. 선생님이 여기 와 계신 때부터 선생님을 보고 있습니다. 울고 계셨지요? 주님, 그들이 주님께 어떻게 했습니까? 선생님께 욕을 했습니까? 때렸습니까?”
“아니다. 나를 왕을 만들려고 했다. 초라한 왕을 말이다, 요한아! 그리고 여러 사람은 그것을 선의로, 참된 사랑으로, 착한 의향을 가지고 하는 것이었다…. 대부분은… 나를 밀고해서 제거할 수 있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입니까?”
“묻지 말아라.”
“또 다른 사람들은요?”
“그들의 이름도 묻지 말아라. 너는 미워해서도 안 되고 비난해서도 안 된다…. 나는 용서한다….”
“선생님… 제자들이 있었습니까?… 그것만 말씀해 주십시오.”
“그렇다.”
“그럼 사도들은요?”
“아니다, 요한아. 사도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입니까, 주님?”
“정말이다, 요한아.”
“아! 이 때문에 하느님을 찬미합니다…. 그러나 왜 아직도 울고 계십니까, 주님? 제가 여기 주님과 함께 있습니다. 저는 선생님을 모든 사람을 대신해서 사랑합니다. 그리고 베드로와 안드레아와 다른 사람들 두요…. 그 사람들이 제가 호수로 뛰어드는 것을 보고는 저를 미치광이로 취급했습니다. 베드로는 화가 나 있었고, 제 형은 제가 소용돌이에 휘말려 죽으려고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곧 이어 이해하고 소리쳤습니다. ‘하느님께서 자네와 함께 계시기를. 가게, 가!…’하고. 저희들은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그렇지만 보잘것없는 아이인 저만큼은 아무도 사랑하지 못합니다.”
“그렇다. 아무도 너만큼은 사랑하지 못한다. 요한아, 춥겠다! 이리 내 겉옷 속으로 오너라….”
“아닙니다. 선생님 발 앞에, 이렇게… 선생님! 왜 그들이 모두 저 같은 보잘것없는 어린 아이처럼 선생님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예수께서는 요한을 가슴으로 끌어당기시고 그의 곁에 앉으시며 말씀하신다.
“그들은 너 같은 어린이 마음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선생님을 왕을 만들고자 했습니까? 아니, 그들은 선생님의 나라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했습니까?”
“그들은 깨닫지 못했다!”
“이름은 대시지 말고 이야기 해 주십시오, 주님….”
“그러나 너는 내가 말한 것을 말하지 않겠느냐?”
“주님이 원치 않으시면 말하지 않겠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통의 민중 지도자로 소개하고자 할 때에만 이 말을 하여라. 언젠가 그런 때가 올 것이다. 너는 거기 가서 이렇게 말하여라.
‘선생님은 당신의 나라가 이 세상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세상의 왕이 되기를 원치 않으셨고, 그래서 이 세상의 왕이 되지 않으셨다. 선생님은 하느님의 아들, 사람이 되신 (말씀)이셨다. 그래서 지상의 것은 받아들이실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육체와 영혼과 세상을 구속하시기 위하여 세상에 오시고, 육체를 취하기를 원하셨다.
그러나 세상의 화려함과 죄의 발생지를 받아들이고자 하지 않으셨고, 당신 안에 육체적인 것과 세속적인 것은 아무 것도 가지지 않으셨었다. 빛이신 그분은 어두움으로 들러 싸이지 않으셨고, 무한하신그분은 한 있는 것들을 받아들이지 않으셨다. 그러나 선생님은 육체와 죄로 한계가 지어진 인간들을 가지고 이제는 당신을 더 닮은 인간들을 만드셨는데, 당신을 믿는 사람들을 참된 왕위로 데려가셔서, 당신의 나라를 하늘에 세우시기 전에 사람들의 마음속에 세우심으로 그렇게 하셨다. 하늘에서는 그분의 나라가 구원을 받는 모든 사람과 더불어 완전하고 영원할 것이다’ 하고.
요한아, 나를 사람으로만 보려고 하는 사람들과 나를 영으로만 보고자 하는 사람들과 내가 유혹을 당하고… 고통을 겪었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들에게 이 말을 하여라…. 구세주가 울었고… 그들 사람들은 내 눈물에 의해서도 구속되었다고 사람들에게 말하여라….”
“예, 주님. 예수님, 얼마나 괴로우십니까!….”
“얼마나 내가 구속을 하느냐! 그러나 너는 내 고통을 위로한다. 새벽에 이곳을 떠나자. 배를 한 척 얻어 만나겠지. 우리가 노 없이도 갈 수 있다고 말하면 내 말을 믿겠느냐?”
“배 없이 갈 거라고 말씀하셔도 믿겠습니다….”
두 사람은 예수의 겉옷 하나 속에 감싸여 서로 껴안고 있는데, 요한은 피로하여 포근함 속에서 마치 엄마의 품에 안긴 어린 아이처럼 잠이 들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