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시열 (宋時烈, 1607 ~ 1689)

님이 해오시매 나는 전혀 믿었더니날 사랑하던 정을 뉘 손대 옮기신고처음에 믜시면 이대도록 설우랴 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기에 그 사랑을 전적으로 믿었습니다.그런데, 이제 그 사랑을 누구에게로 옮기셨단 말씀입니까?처음부터 저를 미워하셨다면 이처럼 슬프지는 않을겁니다. (감 상) 지은이는 송시열(宋時烈, 1607~1689) 선생이시다. 公의 字는 영보(英甫), 號는 우암(尤庵)이며, 시호는 문정(文正)에,  본관은 은진(恩津)이다. 일찌기 생원시 (生員試) 에서 발군의 실력으로그 이름이 유명하였으나, 어수선한 국내외 정세하에서 과거를 통해 조정에 나오지 않았다. 주자학과 예학에 전념하면서 당대 예학(禮學)의 거두였던 사계(沙溪) 김장생(金長生)과 그 아드님 신독재(愼獨齋) 김집(金集)에게 수학하여, 조광조와 이율곡에서 김장생으로 이어지는 기호학파의 학맥(學脈)을 계승하여, 당대최고의 학자로 인정을 받았다.  이러한 학문적인 바탕과 위상은 그대로 정치세계로 연결되어 조정의 공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公은 서인과 노론(老論)계를 이끌며 효종, 현종, 숙종 3대의 치세하에서 영(榮)과 욕(辱)을 번갈아 겪어가면서, 파랑만장한 풍운의 역사를 기록해 나갔다. 일세(一世)의 중망(衆望)을 얻어 좌의정에까지 오르면서 정국(政局)을 이끌다가도, 반대파의 반격에 시달리며 함경도 덕원(德源), 경상도 장기와 거제, 제주도에까지 여러 차례 유배생활의 고통을 겪었다.  결국은,83세의 노구(老軀)를 이끌고 유배지 제주에서 한양으로 소환되던 도중에 전라도 정읍에서 왕이 내린 사약으로 생을 마감하였다. 公은 그렇게 신앙처럼 여기던 주자학에 대한 깊은 애정을 품고 별세하셨지만, 남긴 학문적, 사상적, 정치적 영향력은 후학들을통해 우리 역사에 깊게 그리고 오래도록 전해내려 왔다.  公은 학문은 물론, 詩와 글씨에도 능하여 많은 작품들과 필적을 후세에 남겼다. 나의 11대 방조(傍祖)이신 鳳羽 (봉우) 어른과의 교분으로 경상도 근처 장기에서 유배 중이던 무렵, 멀리 보은에서 이곳을 찾으신 나의 방조 할아버지 부탁을 받아 내 15대조 할아버지들의 비문과 묘지명, 그리고 11대조 할아버지의 신도비문과 고향에 있는 고봉정사의 현판 글씨까지 친히 써서 보내주셨기에, 公의 숨결은 그 유묵(遺墨)과 유문 (遺文)들을 통해 우리 가문에도 지금까지 전해오고 있다.  위 시조는 효종을 비롯한 군왕들의 신임을 받아 국사에 진력하던 시절을 회고하며 남긴 시조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