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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제법 살다 보니
느끼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슴 깊게 느껴 오는 것
하나.
그 건 내 곁에 소중한 사람 하나 두는 것이다.
열 묶음의 자식보다
열 두 다발의 형제보다
더 소중한 사람 단 한 사람.
그 한 사람과 함께 하며
함께 웃고 같이 위로 받는 사람이
가장 소중 하다.
따뜻하고 포근한 봄 햇살 아래
일년 내내 함께 할 필요도 없고
맛있고 기름진 밥상머리에 내내
함께 할 필요는 업다.
그저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고
남에게 차마 할 수 없는
내 속내 아픈 이야기를 언제나 할 수 있고
들어 줄 수 있는 사람 하나면 족 하다.
셀 수도 없이 많은 책속의 소중한 교훈과
경구보다도 그저 곁에서 함께 웃어 주는 한 사람
그 한사람이 더 내 삶에 젖줄이 되고
풍요의 강이 되어 준다.
그 한 사람
굳이 이성일 필요도 없다.
내 마음 알아 주는 사람이라면
동성이면 어떻고 이성이면 어떻고
굳이 연상이냐 연하냐를 따질 필요도 없다.
세상에 나와 쬐금 살아 보니
노인이 초.중등 아동보다 세상물정 모르고 아둔하고
아집만 가득한 경우도 많이 보아 왔다.
사회생활 수십년 하며 살다보니
이런 저런 사교모임에도 가보게 되고
여러가지 모임에도 자연스레 참여도 해 보니
그 또한 남여노소 따질 일이 전혀 없더라.
그런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저 서로의 속내를 알아 주는 사람이 최고더라.
그런 사람.
그런 소중한 사람 하나가
오늘도 봄바람 타고
꽃잎에 실려 내게 왔다.
아름답고 고운 사람.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
그 사람과 오늘도 용두산 공원 입구에 있는 식당
모리쵸에 갔다.
모리쵸 바로 앞에는 부산 사람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이재모 피자 집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피자보다 우아한 식사를 즐기기에 모리쵸로 갔다.
히츠마부시(장어덮밥) 한 마리와 나가사끼 짬봉을
마주 보며 함께 식사 하는 동안 서로 밀린 이야기도 나누었다.
식당에서 마저 못한 이야기는
집으로 와서 간단한 술상을 차려 놓고
아주 오랫동안 못 본양 이런저런 이야가를 길게
나누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한 두 달에 한 번 잠깐 만나 식사한 후 헤어 지는
자식들 보다
오랫만에 만나 식사하고 함께 차 마신 후
갈길 바쁜 철지난 바람처럼 가 버리는
형제보다
훨씬 정겹고 살가운 벗 하나가
얼마나 내 삶에 소중한 인연인 지.
아침에 눈을 뜨니
그 무성하고 풍성하게 온 산을 뒤덮고 있던 벚꽃이
어느새 하얀 잎을 떨구어 내며
푸른 옷으로 갈아 입고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고운 벗과 함께 하는 미숫가루로 대신 하는 아침은
세상 가장 행복한 식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