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경스님의 명상수행 에세이] ⑤ 집중명상 (1)
탐착·분노의 ‘마음 번뇌’ 그치고
고요한 평화의 상태로 남겨지다
집중명상은 빠알리어 사마타(samatha, 止)의 번역어입니다. 집중이란 호흡과 같은 특정한 대상에 마음이 머물러서 고요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우리의 마음은 항상 들떠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이곳저곳으로 떠돌아다닙니다. 이런 마음상태를 ‘산만하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심해져서 근심과 걱정으로 휩쓸리고, 갑자기 강박적인 압박감으로 돌변하기도 합니다. 이러할 때, 마음을 어떤 하나의 대상, 호흡에 지속적으로 머물러서 집중을 하면,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고요해집니다. 이것을 우리는 ‘집중명상’이라고 부릅니다.
어원적으로 풀어보면, sama란 ‘고요함’, ‘평정’, ‘평화’로서 마음이 느려져서 가라앉는 상태를 말하고, tha는 동사형으로 ‘지키다’, ‘머물다’, ‘어떤 상태로 남겨지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대상에 마음이 머물러서 고요한 평화의 상태로 남겨짐을 뜻합니다.
분석적으로 이해하면 호흡과 같은 특정한 대상에 머무름이 원인이 되어서, 그 결과로서 마음이 고요해진 상태입니다. 그런데 전통적인 한역에서는 이것을 ‘멈추다’는 의미의 ‘止’로 번역했습니다. 탐착이나 분노와 같은 마음의 번뇌가 그치고 멈추어진 상태를 강조한 번역입니다. 번뇌가 그치면, 곧 마음의 평화가 나타난다는 의미입니다.
숲 산책하며 열린 마음 ‘오감명상’
언어적 판단 멈추고 꾸준한 연습
그런데 필자는 사마타를 ‘머물기’로 번역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음의 평화는 머물기의 결과로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결과보다는 그 결과에 도달하는 원인으로서 방법적인 측면을 강조할 목적입니다.
이를테면 마음이 다른 생각들로 산만하거나 불안하면, 우리는 호흡으로 돌아와서 명상을 할 수가 있습니다. 이 과정은 정리하면 먼저 ‘알아차림(sati, 念)’이 선행하고, 그런 다음에 호흡에 대한 ‘머물기(samatha, 止)’가 존재합니다. 이렇게 알아차림과 함께 지속적으로 호흡에 머물러 있으면, 호흡에 대한 머물기를 조건으로 하여 조금씩 마음이 안정이 되고 커다란 평화와 행복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 집중명상을 할 때에 주의점이 있습니다. 우선적으로 명상의 대상을 선택할 때 감각기관의 직접적이고 구체적인 대상을 선택하라는 원칙입니다. 예를 들면 숲을 산책합니다. 눈의 대상은 꽃의 색깔입니다. 귀의 대상은 새 소리이고, 코는 소나무 냄새이고, 혀는 약간의 쓴 맛이고, 몸은 숲 속의 감촉입니다. 이들 감각기관에 기반한 명상을 ‘오감명상’이라 부릅니다. 이들 가운데 하나를 먼저 선택하여 연습을 하라는 뜻입니다. 이들은 매우 직접적이고, 구체적이며, 현재의 경험내용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때 언어적인 판단을 멈추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장애가 끼어들면서 마음은 다시 산란함에 빠져듭니다. 반복적으로 끊임없이 일어나는 생각을 멈추기는 참 어렵지만, 꾸준한 연습을 하면 개선될 것입니다. 또 주의할 점은 처음 집중명상을 할 때, 느낌에 초점을 맞추지 말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즐거운 느낌에 대해서는 탐닉하여 그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반대로 불쾌한 느낌에 대해서는 회피하게 됩니다.
이런 느낌의 바다에 빠지면 매우 힘들어져서 계속하여 명상수행을 할 수가 없게 됩니다. 처음에는 쉽고 구체적인 감각대상을 명상의 주제로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들려오는 전화벨 소리에 귀를 기울여 그곳에 머물러 보는 것, 이것이 일상에서 실천하는 우리의 마음을 평화롭게 하는 집중명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