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이 되어서 - 정현우
갈바람의 속삭임에 귀 기울이며
중년이란 어설픈 길목에서
과거를 돌아보는 여유 속에
후회라는 것도 이제
아련한 추억이 되어
돌아오는 나이가 되었구려.
청춘의 격량은 지나갔으나
마음속엔 더 넓은 강이 흐르고
삶의 깊이를 보는 눈은
천리를 내다본다.
삶의 맛을 아는 만큼
쓴 잔도 달게 마시는 나이
그 속에서 찾아낸
보석같은 행복의 조각들.
어제의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나이
아침 창가에 쓰며드는
잔잔한 햇살에도 행복해하고
밤세워 무탈함에
감사하는 나이가 되었소.
때론 긴 한숨을 쉬고
해야 할 일이 있었고
가끔은 한숨 자고
해야 할 일이 있더라.
살아보니 세상엔 꽃 피는 봄보다
더 아름다운 것이 많더라
지는 노을이며
가을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는 것을
중년이 되고서야 알았지.
그 중의 으뜸은
나의 동반자가 아닌가 하네
같은 날 같은 자리
같은 밤을 지센 그이가
곁에 있다는 것이
가장 크게 내세울 일 아닌가.
청춘의 열정은 사그라 졌으나
고요한 마음으로 삶을 노래하고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나를 담은 그 길을
가벼운 걸음으로 걷고 있다네.
철없던 시절
이정표 없는 외진 곳에
이 몸 홀로 두고
방황도 했었건만
그것도 한 세월 지나
생각해 보니 걸어온 길 위에
소복이 쌓인 낙엽처럼
미소 짓는 추억이 되었소.
비록 오랜 길을 걸어
중년이 되었지만
그떄 청춘의 하늘처럼
중년의 하늘도
여전히 높고 푸르다오.
이제는 알았소
꽃이 피지 않는 계절에도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을
그리고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더 단단해져야 한다는 것을.
난 내가 걸어온 길을
사랑한다오
이렇게 멋진 중년이 된
자네에게 정말 고맙구려.
카페 게시글
☆―낭송시 모음
중년이 되어서 - 정현우
德山/정상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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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0.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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