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객 /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 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 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누군가를 알게 되고 인간적인 관계가 이어질 때는 이미 그를 상당부분 가슴에 품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다하더라도 그 사람은 서로의 영역 안에서 부서지기 쉽고 부서지기도 한다.
시인은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라고 내다본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 즉 한 사람의 일생이 통째로 오는 것이기에 실로 대단한 인연이라고 일깨운다.
사람 하나가 하나의 소우주가 아니던가. 하나의 소우주를 받아들일 때 나의 소우주는 더 확대되고 안정되며 풍요로워질 수 있다. 바람처럼 세심한 손길로 한 사람의 삶의 갈피를 더듬어보고 기꺼이 보듬는 마음이라면 ”필경 환대“하게 될 것이다.
사람이 하나 탄생한다는 일은 또 얼마나 위대한 일인가? 한 사람이 태어나서 어떻게 성장하고 무슨 일을 하며 타인을 위해서 얼마나 애쓰고 갈 것인가?
그 여정 속에서 만난 인연이 함께 장애를 뛰어넘으며 힘이 되고 소중한 관계로 지속될 때, 사람이 나의 삶속을 방문한 것은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므로 부서진 마음, 실패로 좌절하는 마음, 실연으로 고통 속에 빠져 있는 사람, 모든 아픈 사람을 따뜻하게 사랑으로 껴안아 주고 위로해 주자고 이 시는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구명숙 숙명여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