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디자인기법의 활용, 생활용품에서 무대디자인까지...

아바타라는 3D영화가 몰고 온 3D바람은 영화에 이어 3DTV, 3D컴퓨터까지 전이되면서 바야흐로 세계는 ‘입체(3D) 전성시대’를 앞두고 있다. 특히 영화 ‘아바타’ 열풍 이후 방송, 영화, 컴퓨터 모니터 등을 휩쓸었던 3D는 이제 ‘보는 것’뿐만 아니라 일상 속 생활용품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3D 영상이 가상의 공간을 실제처럼 생생하게 느끼게 해 인기를 끌었다면 ‘3D 생활용품’은 제품에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시각뿐 아니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감(五感)을 생생하게 만족시키는 ‘입체 효과’로 소비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3D기술이 가장 먼저 실용화되고 있는 분야는 패션분야인 것 같다. 3D 기술을 이용하면 번거롭게 옷을 직접 입어보지 않고도 내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을 고를 수 있게 된다.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일'이 현실화되고 있는데, 지난 9월 진 브랜드 리바이스는 '리바이스 커브 ID' 출시를 기념해 3D 보디 스캐너를 통한 체형 측정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건국대 아이패션의류 기술센터가 개발한 '3D 보디 스캐너'를 이용해 고객의 신체를 정밀하게 스캔한 후, 고객과 똑같은 체형을 가진 아바타를 생성시키고 이 아바타에 여러 가지 옷을 입혀 봐 고객에게 가장 어울리는 색상과 디자인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D 기술은 신발에도 적용되고 있다. 컬럼비아의 라브너스 트레일 러닝화는 '3D 테크라이트'라는 발목 지지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자의 발목에 맞춘 듯한 입체감을 제공, 오랜 시간 신고 있어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했다. 3D 입체 기술을 적용해 360도 회전 가능하도록 설계된 유모차도 등장했다. 오르빗이 올해 초 출시한 G2 모델은 아이가 원하는 모든 방향으로 입체적으로 회전이 가능한 360도 회전 유모차다.
3D기술이 채용된 면도기는 어떨까. 최근 필립스가 출시한 '센소터치 3D(SensoTouch 3D)' 면도기는 안팎으로 360도 회전하는 3D입체 헤드 방식의 '자이로플렉스 3D(GyroFlex 3D)' 기술을 적용했다. 피부 '평면'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면도기에 '입체' 개념을 도입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차별적 기능은 깔끔하게 모든 털을 밀어버리는 일반적인 면도기능을 넘어서서 길게 유지할 곳은 길게 남길 수 있는 기능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세련된 그루밍(grooming·몸단장, 털 손질)족들을 위해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정밀 트리머(trimmer·풀이나 털을 다듬는 기계)로 콧수염이나 턱수염, 구레나룻 등을 더욱 손쉽게 다듬을 수 있도록 했다.
필립스는 '센소터치 3D' 출시와 함께 탤런트 현빈을 모델로 국내 최초의 '인터렉티브 무비 스타일'의 광고를 온라인상에서 시작했다. 고객이 현빈에게 전화를 걸어 약속을 잡고, 면도 스타일을 선택할 수 있는 식의 '고객 참여형 광고'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처럼 면도기에서부터 신발, 유모차, 피팅룸(fitting room) 등에 이르기까지 3D 기술은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3D기술을 실용화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천기술이 되어야 하는 설계 작업은 어떻게 진화되고 있을까. 그 점에 대해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3일에 걸쳐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열린 ‘솔리드웍스 월드 2010’에서는 중요한 단서가 제공되었다.
당시 ‘솔리드웍스 월드 2010’에서는 다쏘시스템솔리드웍스(www.solidworks.co.kr)가 3D CAD 솔루션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접근성이 높고 강력한 협업기능을 갖춘 설계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클라우딩 컴퓨팅 작업을 통한 3D기술의 실용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
여기서 말하는 클라우딩 컴퓨팅이란 IT 관련된 기능들이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컴퓨팅 스타일로서, 웹 2.0, SaaS(software as a service)와 같이 최근 잘 알려진 기술 경향들과 연관성을 가지는 일반화된 개념이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서버에 저장하고, 사용자들은 웹 기반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상의 유틸리티 데이터 서버에서 그때그때 컴퓨터나 휴대폰 등에 불러와서 사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용자가 지원하는 기술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거나 제어할 줄 몰라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네트웍 구성도상 인터넷은 구름으로 표현되는데, 구름은 숨겨진 복잡한 인프라 구조를 의미한다. 사용자는 이러한 복잡한 인프라 구조를 알지 못해도 클라우드 컴퓨팅을 이용할 수 있다.
5000여명의 3D 디자이너, 엔지니어 및 전문가들이 참석한 지난 ‘솔리드웍스 월드 2010’는 현장의 다양한 기술 전시와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듣는 성공 사례들을 통해 3D 기술 트렌드의 현재와 미래를 경험함으로써, 전 산업 분야에서 걸쳐 활용되고 있는 3D 설계 기술력의 역할과 가치를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3D 영화의 기술을 스스로 개척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특별 게스트 연설을 통해 영화 <아바타>의 제작 과정에 엔지니어로서 임했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3D 등 첨단기술에 매혹돼 깊은 조예를 갖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흥미롭게 소개했다. 그는 현장에 모인 5000여명의 디자이너 및 엔지니어들에게 누구든지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 옆에 앉아서 제품의 디자인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서, 자신의 ‘창의적인 작업’에 대해 “우리는 늘 모여서 브레인스토밍을 하는데 나는 칠판에 ‘바램이 전략은 아니고 행운이라는 것은 없고 두려움은 우리 것이 아니다’라는 말만 써 놓는다”고 말했다.
솔리드웍스의 CEO 제프 레이 역시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하는 설계 환경에서 협업은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자신들은 협업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솔리드웍스 3D CAD 솔루션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접목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 어디에서나 온라인 환경을 이용해 누구나 3D로 설계 작업이 가능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설계 협업이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클라우딩 시스템에 의한 협업적 디자인 작업을 통해 3D기술을 실용화할 수 있는 것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만, 우리가 더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이러한 디자인 작업방식을 곧바로 응용함으로써 예술분야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가능성일 것이다. 앞서 3D기술을 이용하여 내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어보지 않고 고를 수 있는 핏팅룸의 장면을 무대의상이나 무대조명 디자인 과정에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을 것이다.
무대의상을 일일이 만들어보지 않고도, 무대조명을 일일이 적용해보지 않고도 3D 기술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을 함으로써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보다 창의적이고 효율적인 무대의상이나 무대조명 디자인이 가능하지 않을까. 3D 기술은 그 자체가 창의력을 불러일으키고 그 결과 우리에게 효율성을 보장해주는 마이더스 기술인 셈이다.
<참고자료>
“3D 기술, 더 쉽고 편하게 활용하게 될 것”, 컴퓨터타임즈, 2010. 2. 23.
"머리부터 발끝까지 오감만족! '3D생활용품'", 조선일보, 2010.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