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 나스르 궁
▶ 2012년 7월 4일(수), 맑음, 불볕
- 스페인, 그라나다, 알함브라 성, 플라멩코 춤
알함브라(Alhambra) 성을 보러간다. 그라나다의 명물이자 이슬람 건축문화의 자존심이라고
한다. 그중 백미는 나스르 궁이다. 입장표는 서울에서 미리 예약하였다. 세계각처에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이 몰려들기에(하루 수입이 3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입장객 수를 시간대별로
제한한다. 물론 이곳에서 표를 살 수 있지만 언제 들어갈 지 기약하기 어렵다.
아닌 게 아니라 세계에서 구경 온 사람들 구경한다. 우리나라 사람도 여럿 만난다. 성문에 들
어 많은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길 양쪽 열주의 긴 측백나무 숲과 측백나무 토피어리(형상수)
지나고 행렬이 멈춰 입장 대기다. 바코드 검표 받고 입장한다. 1일 1회에 한하여 입장할 수 있
다. 들락날락할 수가 없다.
나스르 궁. 겉과 속이 완전히 다르다. 겉은 투박하기 이를 데 없는데 속은 화려함의 극치를 이
룬다. 회랑, 출입문, 방 등 사방의 벽면과 기둥, 천정에 부조한 이슬람의 문양이 눈부시다. 섬
세한 공예품이다. 가톨릭을 물론하고 보는 사람마다 얼굴에는 경이의 눈빛이 가득하다.
알함브라 성은 이곳 토양인 황토를 이용하여 축조하였기에 붉은 색을 띤다. 함브라는 ‘붉
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따라서 ‘붉은 성(Red Castle)’으로도 알려져 있다. 알함브라 성은 무슬
림 거주지역(당초에 그라나다를 건설하기 위하여 코르도바에서 강제 이주하였음)인 알바이
신을 방어하기 위하여 군사시설인 알카사다 요새를 축조하였으며, 나중에 나스르가 왕이 되
면서 알카사다 옆에 궁을 세웠다.
에스파냐 이슬람 최후의 왕국인 그라나다의 이 나스르 왕조 궁전은 무함마드 1세
(Muhammad, 1232 ~1273)가 착공하여 여러 왕조를 거치면서 주로 14세기에 완공하였다고
한다.
1. 알함브라 성
2, 알함브라 성, 측백나무
3. 알함브라 성의 카를로스 5세 궁전 외벽 장식
4. 알함브라 성의 카를로스 5세 궁전 외벽 장식
5. 나스르 궁 입장
6. 나스르 궁에서
7. 나스르 궁에서
8. 나스르 궁에서
9. 나스르 궁에서
10. 나스르 궁에서
11. 나스르 궁에서
12. 나스르 궁에서
사막에서 터 잡고 살아야 하는 그들은 물을 알라신 다음으로 중요시했다. 곳곳에 좁은 수로
따라 물이 흐르고 분수가 있다. 물은 시에라 네바다의 눈이 녹은 물이라고 한다(수질이 좋아
수돗물도 바로 마신다). 나스르 궁을 나서면 어질해진 눈을 식히라는 듯이 시원한 파르탈
(Partal) 정원이 나온다.
왕궁을 포함하여 서양 조경사(造景史)에 굵직한 한 획을 그은 정원이다. 우리나라 조경관련
필기시험에도 자주 등장한다. 장미가 흔한 것은 프랑코 총통시절 석류를 뽑고 장미를 심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곳 지명인 ‘그라나다’는 석류를 뜻한다. 길바닥 박석에서 석류 모양을 볼
수 있다.
여름 별궁인 헤네랄리페(Generalife) 궁은 세계 뭇 정원의 정수라고 할 수 있다. 낙원의 정원,
향연의 정원이라고도 한다. 연못 중앙에는 으레 한줄기 분수가 있고 긴 직사각형 수조 안에는
분수가 열을 지었다. 타레가(Francisco Tárrega, 1852~1909)는 짝사랑하던 연인과의 이별을
슬퍼하다 이곳에 와서 분수의 떨어지는 물을 보고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알함브라의 추억
(Recuerdos de la Alhambra)’을 작곡하였다고 한다. 민박집 주인에 의하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원제의 명백한 오역이라고 한다.
헤네랄리페(Generalife) 궁을 나서 꽃 피운 협죽도 터널을 지나고 길게 늘어선 측백나무 숲을
빠져나온다. 성 밖으로 나와도 하늘 가린 숲길이 이어진다. 걸어서 시내로 간다. 숲 벗어나자
직사광선이 따갑다. 대단한 불볕 더위다. 볼록렌즈로 살갗에 초점 조준하여 마구 쏘아대는 것
같다. 이만하면 여행이 고행이다. 걷다가 쉴 곳 나오면 잠시 시에스타(siesta)에 빠지곤 한다.
저녁에는 시내에서 여행사도 운영하는 민박집 주인의 안내로 플라멩코(flamenco) 공연을 보
러간다. 공연장은 알함브라 성 맞은편인 알바이신에 있는데 시에라 네바다와 시내가 잘 보인
다. 공연은 21시 30분에 시작한다. 공연장은 허름하고 작은 2층 건물이다. 플라멩코 분위기에
썩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13. 나스르 궁에서
14. 나스르 궁에서
15. 나스르 궁에서
16. 나스르 궁 정원
17. 카를로스 5세 궁전,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18. 알함브라 성 알카사바에서 전망
19. 알함브라 성 알카사바에서 전망, 멀리 산맥은 시에라 네바다
20. 알함브라 성 알카사바에서 전망
21. 알함브라 성 알카사바에서 전망
22. 헤네랄리페 궁
23. 헤네랄리페 궁
24. 헤네랄리페 궁 나서는 협죽도 터널 길
플라멩코(flamenco)는 15세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에 정착한 집시(gypsy)들에 의해
서 만들어진 음악과 춤이다. 플라멩코는 노래, 춤, 연주(기타)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오랫동안
이곳저곳을 떠돌아 다니며 방랑생활을 하던 집시들은 이곳에 모여 살면서 자신들의 슬픈 처
지를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게 되었다고 한다.
민박집 주인으로부터 미리 플라멩코의 역사, 내용, 무희들의 이력, 감상하는 요령 등에 대하
여 자세히 들었다. 플라멩코는 우리나라 마당극과 같은 것으로 48종이 있다는데 우리는 이중
시집가는 집시를 얘기하는 ‘산부라’를 본다.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무턱대고 이 공연을 보았
더라면 집시들에게 크게 실례할 뻔했다는 생각이 든다.
주제는 결혼식이다. 출연자는 무희로 신부, 엄마, 친구, 신랑 등 4명이고, 기타리스트 1명, 가
수 1명이다. 악기는 기타 1대이고 손바닥 치는 것과 발바닥 구르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악
기다. 무희가 돌아가면서 경쾌한 리드에 맞추어 춤춘다. 잔잔한 춤사위가 격렬하게 이어질 때
에는 내 심장도 두근거린다.
춤사위와는 달리 노래 가락과 기타 소리, 무희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슬프다. 인생에 있
어 가장 화려한 축제이어야 할 결혼식 또한 그네들 찌든 삶의 연속이기 때문이어서라고 한다.
3명의 여자 무희 중 누가 신부인지 알아맞히기가 어렵다. 이곳 사람들은 노래가사를 알아들
을 수 있으니까 논외이지만 이방인에게는 공연 막판까지 알기 어렵다.
민박집 주인이 한 번 알아맞혀 보라고 한다. 대개 여성 관객이 맞히더라고 한다.
나는 맨 처음 무희로 나선 여자가 옷차림이 가장 화려하고 노출도가 그중 높다는 점을 들어
신부로 지목하였는데 틀렸다. 아내가 맞혔다. 춤사위와 표정을 읽어 알아냈다고 한다. 무희의
표정이 슬픈 것은 엄마를 두고 가는 자식의 애틋한 효심이 아니겠느냐? 우리나라 노래 ‘칠갑
산’에서처럼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딸을 시집보내는 엄마의 속내라고 한다.
플라멩코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근처 전망대에 들려 알함브라 성의 야경을 본다. 둥근
보름달이 조명에 한 몫 한다.
25. 플라멩코 공연장의 공연 준비
26. 플라멩코 무희
27. 플라멩코 남자(신랑)
28. 플라멩코 무희
29. 플라멩코 무희
30. 플라멩코 무희
31. 밸리땐스 무희
32. 알함브라 성의 야경
33. 알함브라 성의 야경
34. 알함브라 성의 야경
35. 헤네랄리페 궁의 야경
36. 알함브라 성의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