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예수님!
“잠잠해져라. 조용히 하여라! 하시니 바람이 멎고 아주 고요해 졌다.”
오늘의 독서와 복음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시련과 고초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또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먼저, 복음은 예수님과 제자들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을 모시고 호수를 건너가고 있는데
갑자기 거센 돌풍이 불어 닥쳤습니다.
높은 파도가 일어 물이 배 안으로 들이쳤고,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흔히 복음에서 제자들이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가는 상황은
제자들이 교회라는 배를 타고
세상이라는 호수를 건너가는 상황으로 상징됩니다.
오늘 복음의 제자들의 이 여정을 묵상하며, 우리 신앙인들의 삶을 묵상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인 우리는 ‘교회’라는 배를 타고 호수 저쪽,
지상의 것에서 천상의 것으로, 현재의 것에서 미래의 것으로
즉 이 세상을 가로질러 하느님 나라를 향해서 항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예수님께서 새우신 이 배에
우리는 주님을 모시고 공동체가 함께 세상의 여정을 나아갑니다.
그런데 주님께서 함께 계신다고 이 여정이 수월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더욱 거친 풍파를 마주하게 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즉 하느님을 따르기 위해 우리는 세속적으로 열망하는 것을 거슬러 나아가야 하고, 또한 현실적으로 인간적인 나약함과 부족함을 지니고 있기에
그러한 난관을 헤치고 나아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그동안 우리가 열망하는 것, 탐욕에 따라 살 때,
현실적인 나약함에 굴복하여, 복음의 길이 아니라 세속적 길을 선택하여 살아갈 때,
주님은 우리들의 삶에서 잊혀지게 되었음을 말입니다.
마치도 복음 속에서 제자들이 겪는 고초 속에서도
예수님은 배 한 켠에서 조용히 잠을 자고 계셨듯,
우리의 신앙의 여정에서도 주님께서 마치 잠을 자고 계시듯 곁에 계셨어도,
우리는 그러한 주님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처럼 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할 때, 풍랑과 바람이 일 때,
우리는 곁에 계신 주님을 기억하고 깨어야 함은 분명합니다.
즉, 우리가 신앙 안에서 숱하게 들어온 다음의 성경구절의 말씀과 같은
사실들을 통해서 말입니다.
“나 주님이 너의 하느님 내가 네 오른손을 붙잡아 주고 있다.”(이사 41,13)
“임마누엘, 하느님(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마태 1,23)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마태 10,31)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오늘 복음의 제자들은 자신들 앞에 들이닥친
세상의 돌풍과 높은 파도 안에서 주님을 찾아 깨웁니다.
내적인 두려움과 고통 안에서 예수님을 기억하여 찾고 흔들어 깨웁니다.
자신들의 위태로운 처지를 모른 채 잠들어 있는 것만 같은
주님을 찾아 흔들어 깨우는 것입니다.
그것이 원망이든 다급함이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마음이든 상관없습니다.
그 순간에 주님을 찾고 그분께 의탁하는 것이 중요할 따름입니다.
그렇게 그분을 찾고 맡길 수 있는 것이 바로 믿음입니다.
그러한 믿음을 보여준 인물이 오늘 제 1독서의 주인공 욥입니다.
욥은 흠 없고 올곧으며 하느님을 경외하고 악을 멀리하고
하느님께 충실했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욥에게 갑작스런 돌풍이 몰아닥쳤습니다.
이방인의 침략과 자연재해로 하루아침에 자녀들과 재산을 모두 잃게 된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도 병들어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됩니다.
그렇게 되자 신앙심이 깊은 욥도 인간적인 나약함과 괴로움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욥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 하느님께 묻고 또 묻습니다.
마치도 복음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을 깨워서 애원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응답으로 깨닫게 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기준으로 이해하고 헤아릴 수 없는 크신 분으로,
모든 것을 하실 수 있음을,
그리고 어떠한 계획도 그분께는 불가능하지 않음을 깨닫게 됩니다.
이처럼 욥기는 시련의 시기가 닥쳐도 하느님을 믿고 신뢰하는 사람은
그대로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줍니다.
세상 그 어떤 능력보다 더 큰 능력은
바로 예수님을 믿을 수 있는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내 힘으로 아등바등 살아보려 하지만 이내 힘이 빠질 때,
그분께 맡기면 그분께서 기꺼이 도와주시리라 기억하는 힘이 바로 믿음입니다.
우리 안에 그러한 믿음이 살아있게 만들 때,
우리도 사도 바오로와 함께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3)
라고 고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씀을 읽어 드리며 강론을 마치겠습니다.
<그대 안에 주무시는 그리스도>
“그대가 욕을 듣는다면 그것은 바람과 같습니다. 화가 치민다면 그것은 풍랑입니다. 욕을 들으면 그대는 복수하고 싶어집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잘못되는 것을 즐기면서 복수를 했다면 그대는 파선한 셈입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리스도께서 그대 안에서 주무시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그대 안에서 주무신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대가 그리스도를 잊어버렸다는 뜻입니다.
그리스도를 다시 깨우고, 그리스도를 기억하십시오.
그대 안에 계시는 그리스도를 흔들이 깨우고, 그분을 생각하십시오. ....
유혹이 생기면 그것은 바람과 같습니다.
그대가 흔들린다면 그것은 풍랑입니다.
그리스도를 깨우십시오. 그리고 이 말씀을 떠올리십시오.
“도대체 이분이 누구시기에 바람과 호수까지 복종하는가?”
(마태 8,27 ; 마르 4,41 ; 루카 8,25).
•성 아우구스티누스 ‘설교집’, 6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