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세계적으로 유명한 무신론자, 크리스토퍼 히친스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저서 '신은 위대하지 않다'는 종교에 반대하는 이유와 인간을 존중하는 그의 사상이 잘 드러나 있는 책이다.
그 책의 도입부는 제목부터가 도전적이다.
종교에 반대하는 그의 생각을 애둘러 표현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날을 세운 그 책 첫 장의 제목은 이렇다.
'좋게 말해서'
이 책에 실린 필자의 주장에 반대하는 경지를 넘어서서, 도대체 얼마나 죄와 결함이 많은 인간이기에 이런 책을 쓸 생각을 했는지 알아내고 싶어하는 독자라면, 나를 이런 식으로 만든, 감히 입에 올리기도 황송하고 그 뜻을 미처 다 헤아릴 수도 없는 창조주와 싸움을 벌이는 꼴이 될 것이다.
기독교 등 유일신을 믿는 종교인들이 그에게 취할 공격의 예봉을 히친스는 그들의 유일신 창조주에게로 돌린 것이다. 곧 그를 공격하는 것은 '좋게 말해서' 그가 창조주를 비판하고 조롱하게 만든 그들의 신 창조주에게 창을 겨누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는 9살 소년 시절의 워츠 선생님을 추억한다.
야외로 나가 새와 나무와 풀과 다양한 생물들에 대하여 가르쳐 주던 할머니 선생님. 이 선생님은 바이블 수업도 담당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신앙심 깊은 이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
"여러분, 하나님이 모든 나무와 풀을 초록색으로 만드셨어요. 우리 눈에 가장 편안한 색깔로.
만약 식물들이 전부 자주색이나 오렌지색이었다면 얼마나 금찍했겠어요."
워츠 선생님을 좋아했던 히친스였지만, 그는 선생님의 이 말을 듣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9살이었지만 그는 직관적으로 '우리 눈이 자연에 적응한 것이지, 자연이 우리 눈에 적응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많은 것에 의문을 품었지만, 어떤 종교도 만족스러운 답변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종교에 반대하는 주장을 네 가지로 정리하게 된다.
그것은 종교가 인간과 우주의 기원을 잘못 설명하고 있다는 것, 그 때문에 최대한의 노예근성과 최대한의 유아독존을 결합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 종교가 위험스러운 성적 억압의 결과이자 원인이라는 것, 종교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희망사항을 기반으로 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
히친스는 점차 무신론으로 기울고, 종교는 인간이 만든 것이며, 종교가 모든 것을 망가뜨린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우선 그는 종교가 생명을 죽인다는 점을 자신의 경험과 실례를 들어가며 역설하고 있다. 종교는 문명뿐만 아니라 인류의 생존까지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는 한편으론 미신이기도 하다.
히친스는 돼지고기와 관련하여, 또 건강과 관련하여 이 점을 지적하고 있다.
종교가 금기하는 음식, 종교가 의학에 반대하여 건강과 생명과 정신에 해를 끼치는 사례들을 설명하면서, 그는 종교와 교회는 사람이 만들어 낸 것이고, 윤리와 도덕은 신앙에서 유래할 수 없으며, 믿음으로 신에게 특별한 면죄부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종교는 부도덕하며, 종교의 형이상학적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또 그는 지적설계론은 스스로를 비참한 존재로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일종의 노예사상이라며, 지적설계론의 맹점을 실례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논박하고, 구약의 허황한 이야기를 문제 삼으면서 신이 전지전능한 것은 고사하고 상식이나 제대로 갖춘 존재인지 의아해 하며, 바이블의 무대가 숨 막힐 정도로 좁은 한 지역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신이 사막과 가축, 그리고 유목민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들 외에는 알지 못하는 시골뜨기의 모습이 아니냐며 혀를 찬다.
히친스는 신약도 그 사악함은 구약을 능가한다며, 신약 속에 등장하는 사건들도 구약과 마찬가지로 그 시점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조잡하게 짜맞추어진 흔적들을 찾아내어, 결국 종교를 만든 것이 바로 인간임을 입증하는 증거로 제시한다.
그느 또 코란도 유대교와 기독교의 신화를 빌려온 것이라며 그 증거를 제시하고, 고대 캄보디아의 왕과 모세의 기적, 모하메드의 야반도주 이야기 등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기적을 조롱한다. 그가 책에 쓴 대로 엄청난 주장을 하려면 엄청난 증거가 필요한 법이지만, 경전에 나타난 어떤 기적에도 종교인들은 믿을 만한 증거를 대지 못한다.
히친스는 최근의 사례로 마더 테레사의 기적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멜라네시아의 적하신앙(조상의 영혼이 배나 비행기를 타고 돌아와 자신들을 백인들에게서 해방시켜 줄 것이라는 믿음), 모르몬교가 탄생하는 과정을 소상히 적어, 종교도 이러한 과정을 거쳐 발명되었다는 점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또 종교로서 종말을 맞이한- 종교가 될 뻔 했다가 실패하여 사라진- 사례를 들어 이 점을 확실히 했다. 또한 그는 종교가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라며, 최근 사례들을 들어 진지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제까지는 주로 서구에서 발생한 종교를 이야기한 것이지만, 그렇다면 동방의 종교에 그 해법이 있을까?
아니란다.
히친스는 자신의 경험과 기타 사례들을 들어 가며, 많은 서구인들이 동방의 종교에 관심을 갖는 것에도 경계의 시선을 보낸다. 모든 종교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들이 찾는 새로운 종교 역시 그들에게 이성을 잠재우고 정신을 버리라고 요구한다는 것이 히친스가 우리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다.
그는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말한다.
종교가 유용했던 것은 과거의 일이며, 종교의 근간이 된 책들이 사실은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로 가득하고, 종교는 인간이 꾸며 낸 사기극이며, 과학과 탐구의 적이고, 주로 거짓말과 공포에 의존해 목숨을 부지해 왔고, 노예제도, 인종 학살, 인종 차별, 폭정은 물론 무지와 죄책감의 공범이었다고 하는 사실을 증명하지는 못한다 해도 종교가 이런 비판을 확실히 인식하고 있으며,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 관한 증거들이 점점 쌓여 감에 따라 종교는 점점 변방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이제는 합리적인 사람들의 저항이 있어야 한다며, 새로운 계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히친스는 외친다. 그는 이 운동이 예전처럼 특별한 소수사람의 획기적인 성과에만 의존할 필요는 없으며, 평범한 사람들의 능력 범위 안에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