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인의 모든 것… 감독-작전코치, 투·포수간 1경기 1천여번
상대 속이려다 '아군' 속아 경기 망치기도… 사인 미스하는 선수에겐 5만~10만원 벌금
0-0이던 8회말 선두타자 이종욱이 볼넷을 고르자 두산 덕아웃이 바빠진다. 김경문 감독은 모자, 코, 턱을 차례로 만진다. 그러자 3루에서 감독의 사인을 지켜보고 있던 김광수 작전코치는 양손으로 팔목, 팔뚝, 어깨를 짚더니 오른손을 다시 가슴으로 가져간다. 이어 팔뚝, 어깨, 팔목 순으로 터치한 뒤 두 주먹을 맞부딪친다. 두산의 히트 앤드 런 사인은 이렇게 끝났다.
야구장에 가면 안타는 못 봐도 사인은 구경할 수 있다. 야구에서 사인은 크게 ▲감독-작전코치 사인 ▲투ㆍ포수 간 사인으로 나눌 수 있다. 메이저리그 전문가 폴 딕슨은 그의 저서 < 야구의 감춰진 언어(The hidden language of baseball) > 를 통해 한 경기에서 양팀이 주고 받는 사인이 1,000개가 넘는다고 했다.
(Over the course of nine innings hundreds of silent signs and signals are given and received by managers, coaches, and players - a thousand or more, excluding umpire signals, is a common estimate-9이닝 동안 감독, 코치, 그리고 선수들 사이에 수백개의 사인과 신호가 오간다. 심판의 신호를 제외하더라도 이를 합치면 대략 1,000개가 넘는다)
그라운드의 감독-작전코치
3루 베이스 옆쪽에 서 있는 작전코치는 감독의 대변인이다. 작전코치는 덕아웃에 있는 감독의 사인을 받으면 이를 선수에게 전달하는 메신저다. 작전코치는 경기 전 선수들과의 미팅을 통해 반드시 '키(key)'를 정한다.
가령 모자를 키로 하고 오른손으로 세번째 터치하는 부분이 '진짜 사인'이라고 약속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팔목=번트, 팔뚝=히트 앤드 런, 어깨=스틸 사인이다. 다시 말해 코치가 오른손으로 모자를 만진 뒤 팔목, 어깨, 팔뚝 순으로 터치했다면 히트 앤드 런 사인이다. 오른손이 다시 모자로 가면 사인은 일단 취소가 된다. 대체로 '키=취소'인 셈이다. 오른손이 진짜일 경우 왼손으로 내는 사인은 전부 거짓이다.
한 경기에 최소 300번-배터리
한 경기에서 양팀의 투구 수를 합치면 300개 정도 된다. 누상에 주자가 없으면 포수가 투수에게 사인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누상, 특히 2루에 주자가 있을 경우엔 패턴이 달라진다.
포수가 손가락으로 직구,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의 사인을 내면 투수는 오른 손가락(우완투수 기준)을 왼 어깨에 갖다 대는 것으로 화답한다. 즉, 투수가 손가락 두개를 어깨에 대면 포수가 낸 두번째 사인의 구종을 던지겠다는 뜻이 된다.
사인 미스는 필연
사인은 상대를 속이기 위한 일종의 기만행위지만 종종 '아군'이 속기도 한다. 한 경기에서 작전코치는 대략 20번 가량의 '진짜사인'을 내는데 이 가운데 선수가 사인 을 놓치는 경우가 3, 4차례나 될 때도 있다.
두산은 지난 6일 광주 KIA전 3회말 공격 때 사인 미스로 득점 찬스를 놓쳤다. 무사 1ㆍ3루에서 1루 주자 이종욱이 2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타석의 고영민이 스퀴즈 사인으로 오인, 번트를 댔다. 하지만 타구가 투수 정면으로 뜬 바람에 타자와 1루 주자가 더블아웃 되고 말았다.
사인이 바뀌는 주기는
작전사인은 어지간해선 바꾸지 않는다. 자주 바꾸면 혼선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인이 간파됐다고 생각되면 경기 중에도 키 등 사인의 핵심요소를 바꾸기도 한다.
KIA 김종윤 작전코치는 " 우리 팀 선수가 사인 미스를 하는 경우와 상대가 우리 팀 사인을 간파하는 경우를 비율로 따지면 8대2쯤 된다.
이 때문에 어지간해서는 사인을 바꾸지는 않는다 " 면서 " 야구를 20년 이상 하고도 타석에서 사인을 잘 보지 못하는 선수들도 있다. 사인 미스를 하는 선수에게는 경각심을 주기 위해 5만~1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지만 그래도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 고 말했다.
출처:한국일보
팀들이 상대의 사인을 훔쳐 전해주는 것을 미연에 막기 위해 더그아웃이나, 불펜에 텔레비전을 놓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면 실제 사인은 무엇인가? 보통 포수가 한 소가락을 까딱거리면 패스트볼, 2개는 커브, 3개는 슬라이더나 스플리트 같은 다른 브레이킹 볼 들이다. 네 손가락을 보여주거나 흔드는 것은 체인지업을 요구한다.
주먹을 꽉 쥐는 것은 ‘피치아웃’을 요구하는 것이고, 엄지만 빼는 것은 투수가 견제구를 던져야 한다는 뜻이다. 안쪽이나 바깥쪽으로 공을 집어넣으라고 하고 싶으면, 두 허벅지 어느 한쪽을 문지르거나, 검지나 새끼손가락을 플레이트의 원하는 어느 한쪽을 가리킨다. 공의 높이에 관해 주문할 때면, 손바닥을 펴서 땅이나 하늘쪽을 가리킬 것이다.
주자가 2루에 나가 있으면, 모든 것이 한층 더 복잡해진다. 주자가 사인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배터리는 주자를 속이기 위해 진자와 가짜 사인을 모두 사용한다. 그러지 않으면 주자가 타자에게 사인을 전해주지 않겠는가.
어떻게? 2루에 선 주자는 무릎에 손을 대고 서서 패스트볼이 온다는 표시를 손가락으로 알려줄 수 있다. 주목으로는 공이 어느 곳으로 갈 것인지 로케이션을 일러 줄 수 있다. 저지 셔츠의 소매를 매만지면서 사인을 가르쳐줄 수도 있다. 아니면 헬멧이나 벨트 버클을 만지는 방법도 있다. 또 땅을 차거나, 손바닥을 치기도 한다.
애석하게도 타자가 아니라 투수와 포수가 헷갈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뭘 던지라는 얘긴지 확실할 수 없을 때, 투수는 사인을 다시 달라고 요청한다. 포수가 어떤 공이 오는지 혼동해서 마운드로 올라가 사인에 대해 투수와 점검해볼 것이다. 그럴때면 그는 마스크를 그대로 쓰고 있거나 마스클 벗더라도 글러브를 입 앞에 가져다 대고 상대 팀이 자신의 입술을 읽지 못하게 막는다. 그러고서는 그는 자신이 까딱거린 사인중에 두 번째가 아니라 세 번째가 유효하다거나, 오른손으로 땅을 치면 다신 사인을 시작하는 것이라거나 하는 설명을 할 것이다. 그리고 받은 공을 가랑이 사이에서 꺼내 다시 마운드로 던지면, 어떤 사인을 내든지 간에 같은 공을 다시 던지길 바란다는 뜻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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