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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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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 여정으로 대구가 잡혔다.
팔공산을 오르고 싶은 욕심에
소망하던 지역 중 한 곳이다.
2016년 10월 출장으로 다녀왔지만
남서쪽 끝자락이라 팔공산에 들 엄두도 낼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최강 한파가 예보되어있다.
한여름, '대프리카'라고 표현할 만큼 따뜻한 지역이지만
마음의 준비를 해야한다.
눈소식에도 주의를 기울여본다.
충청과 호남지방에는 대설주의보가 발효중이지만
경상도지역은 눈 예보에 비켜있다.
겨울 출장 중 늘 입던 복장에
주머니 난로, 핫팩 세 개를 준비한다.
다른 날 보다 일찍 길을 나서
서울역에서 KTX에 몸을 싣는다.
서울을 지나 얼마쯤 더 갔을까?
하얗게 눈을 덮어 쓴 풍경이
차창 밖으로 한동안 따라 스쳐지난다..
처음에는 좋은 구경거리라 여겼는데
예정한 산행을 생각하니 잔뜩 먹구름이 몰려든다.
어디서 어떻게 경계를 그었는지
설경은 사라지고 산은 갈빛을 띄고 있는 풍경들이 지나간다.
그제서야 회심의 미소를 지어진다.
숙소에 짐을 풀고 동화사로 가는
급행 1번 버스에 몸을 싣는다.
차창 밖으로 멀리 팔공산이 보인다.
장엄산 산군이 늘어서 있는 정상부가
하얗게 눈에 덮인 모습을 보니 '아차' 싶다.
동화사앞 정류장에 내려 이정표를 보는데
'노태우 전대통령 생가'방향이 보인다.
어차피 여정에도 없었고
일부러 들어가 볼만큼 특별한 느낌도 없다.
해가 짧은 겨울,
산행시간으로 대략 3시간 반 정도를 염두에 두었다.
동화사에서 정상 비로봉에 올랐다가
동봉으로 해서 갓바위 쪽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하지만 여건을 봐서 무리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포장로를 벗어나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초입,
두텀게 쌓인 눈은 아니지만,
마침 물방울이 떨어지는 아이젠을 들고 하산하는
산객이 있어 걱정스레 물어본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길이세요?"
"네."
"저도 정상까지 갈껀데 아이젠 없어도 괜찮을까요?"
"조심해서 가면 괜찮을것 같아요."
비로소 마음을 놓지만 산행 내내
'조심'이라는 단어를 곱씹게된다.
길 한 쪽 바위에 기대선 장대가 보인다.
산행을 끝낸 어느 산객의,
누군가 필요한 이를 위한 배려를 헤아려본다.
이번 산행길 훌륭한 동반자로 나와 함께했다.
밑에서 계단을 올려다보면
눈을 치웠을 것 같지만 막상 보면 다져져 있다.
갈림길에서 계단을 올라가면
케이블카 정상에 닿을수 있다.
산자락을 따라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든다.
흙이나 침엽수 이파리 등이 흩뿌려진 길은
미끄럼이 다소나마 줄어 편하게 내딪지만
평소보다 좁혀지는 간격은 어쩔수 없다.
사전에 확인한 지도와는 달리
길은 곳곳에서 여러갈래로 나뉜다.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정상으로 짐작되는 방향으로 요령껏 접어들다보니
등산로와는 또 다른 궤적이 그려진다.
지도를 보며 짐작했던 가파른 길은 없지만
눈쌓인 능선 오르막을 간간이 만나면
디딤발과 내딛는 걸음은 더없이 힘이 들어간다.
아까 만났던 등산객의 '조심해서'라는 표현이
저절로 떠올려지는 순간이다.
바짝 말라버린 잎들을 오롯이 매단 나무들이
섣달 찬바람, 삭풍에 떠는 소리가
무당이 영혼을 부르는 요령같은 스산함으로 온 산을 홀린다.
양지녘 비탈에 드러난 낙엽이 반갑다.
오르막을 거침없이 내딛는 걸음이
잠시나마 경쾌하다.
능선마루에 정자가 서있다.
그 정자에 잠깐 올라서 전망을 보지만
시야를 가린 나무에 볼품은 없다.
한겨울 추위가 엄습한 평일,
케이블카가 연신 오르내린다.
조금 더 위쪽으로 케이블카 정상부가 보인다.
데크앞 높게 솟은 솟대에
새가 하늘을 우러르고 있다.
팔공산에는 기도 명소로 알려진 곳이 세군데 있다.
입시철 자녀 합격을 기원하는 명소, 관봉석조여래좌상은
부처님 머리에 씌워진 갓이 학사모를 연상케 해
'갓바위'로 널리 알려져있다.
매년 가을 약 한 달간,
'동화사' 경내에서 열리는 국화축제 때 꾸며지는 '어사화'는
수능시험을 앞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모정을 불러모은다.
그리고 이 곳 케이블카 정상부 데크에 있는 '소원바위'다.
수직으로 된 바위에 동전을 붙이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알려져있다.
자연적으로 떨어진 동전을 수거하여
연탄나눔, 서문시장 화재 피해 위로성금 등
좋은 일에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다.
바위에 하얀점처럼 보이는 것들이
소원을 빌며 붙여놓은 동전이다.
전망데크에서 팔공산 정상부를 본다.
통신탑 있는 곳이 정상부인 '비로봉'이다.
그 오른쪽으로 '동봉'이 보인다.
흰눈으로 장식되어 그 장엄함을 더한다.
보기에는 참 좋은데
막상 그 속으로 지쳐들어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예까지 와서 돌아설수는 없다.
정상 동남쪽
산마루와 능선을 파노라마로 담았다.
케이블카 종점 건물 앞 식당 배식구 앞 탁자에
앙증맞은 눈사람이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있다.
케이블카를 지나 정상부로 진행하는 길,
야트막한 봉우리가 보인다.
계단 앞 신사가 들고 서있는 표지판에
'신림봉, 해발 820미터'라고 적혀있다.
신림봉에서 바라본 동봉은 깊은 골을 거쳐야 될것 같다.
신림봉이 해발 820미터, 정상인 비로봉이 1,193미터이니
앞으로도 370여미터를 더올라야 한다.
각오를 했지만 능선을 에두르는 길은
다행히도 굴곡이 깊지않다.
신림봉 넘어 고개마루로 내려서는 길
돌계단에 눈이 치워져 걷기에 무리가 없다.
목계단을 한참 오르다가 나무사이로
방금 지나온 케이블카 정상 건물을 담아본다.
양지에 녹아 드러난 돌 모서리 안쪽을 디디며
걷는 걸음은 여전히 안전하다.
나무에 가려지던 전망이 탁 트이는 곳에서
걸어온 길을 되돌아 조망한다.
구름 아래 햇볕을 받아 흰빛으로 반짝이는 강물이
대구시가지를 휘돌아 흐르는 금호강이다.
말간 모습으로 보는 것도 좋지만
희뿌옇게 보이는 전망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한다.
아련하게 보이는 모습이
거대한 대구시가지를 품고흐르는 유장함을 연상할수 없다.
서남쪽으로 파노라마 사진을 담는다.
해발 917미터 낙타봉이다.
생긴 모습에서는 낙타를 연상할수 없다.
이 낙타봉이 신림봉과 연결하는 구름다리 건설 예정으로
환경단체와 논란을 빚고 있다.
팔공산에 길이 230m의 국내 최장 구름다리가 생긴다.
대구시는 '2016 대구경북 방문의 해' 사업으로 중화권 관광객이 30만 명을 넘어서자
관광도시 도약을 위한 핵심 관광자원 개발의 일환으로
'팔공산 구름다리 설치'와 '앞산 관광명소화 사업' 등을 추진한다고 19일 밝혔다.
팔공산 케이블카 정상에서 동봉 방향 낙타봉까지
구름다리(폭 2m)를 놓는 사업은 올해 기본`실시설계에 들어가
2019년 완공할 계획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이 사업에는 국`시비 70억원씩 총 140억원이 투입된다.
<출처 : http://www.imaeil.com/sub_news/sub_news_view.php?news_id=3282&yy=2017>
낙타봉에서 바라보는 동봉과 비봉이 있는 정상부다.
눈으로 보기에는 동봉이 훨씬 높아보인다.
별천지처럼 닿을수 없을듯 하다.
줌으로 정상부를 당겨본다.
오른쪽으로는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사지다.
등산로에 내린 눈은 잘 다져져있다.
갈림길에서 계단을 오른다.
돌계단이 한동안 이어진다.
초입에서 만난 눈길은
흙과 잎, 낙엽으로 세속의 때를 묻히고 있었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다져지긴 했지만 순백을 간직하고있다.
밟히는 소리가 정겹다고 느껴짐은
그만큼 '눈'에 주려있어서 일게다.
갓바위로 하산하려던 계획은 포기한지 오래다.
비로봉, 동봉까지만 오르고
되돌아 내려가기로 수정했다.
바로 아래 이정표에는
왼쪽 서봉이 700미터, 동봉이 300미터로 표시되어있다.
순간 욕심이 생긴다.
비로봉에 갔다가 서봉, 동봉까지는 다녀오자.
능선 건너쪽으로 동봉이 보인다.
통신사 송신탑이 서리에 제빛을 잃고
하얗게 겨울에게 아부하고있다.
정상을 때리는 세찬 바람에도 꿋꿋히 견뎌낸
서리꽃, 상화(霜花)가 장관이다.
기대하지 못했던 광경이라 더 반갑고 황홀하다.
해발 1,193미터 비로봉 정상이다.
팔공산은 그 위상과 여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립공원이다.
꾸준히 국립공원 승격이 거론되고 있으나
재산권 행사 제한 등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지자체의 미온적인 태도로 성과가 없었다.
팔공산은 신라시대 중악, 부악, 공산 등으로 불려졌다.
신라시대에는 산악을 신격화하여
호국신군으로 받드는 산악숭배사상으로,
삼산 오악을 두어 불리던 명칭이었다
이 중 오악은 토함산(동악), 계룡산(서악),
지리산(남악), 태백산(북악),
그리고 중앙의 공산(중악)을 지칭한다.
팔공산이 통일신라 중심적 위치였으며
상징적인 존재로 국가차원에서 숭배되어 온 영산이었슴을 알 수 있다.
후 삼국시대 견훤이 서라벌을 침략하자
왕건이 오천여 군사를 거느리고 정벌하러 나섰다가
공산에서 견훤에게 포위당하여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처한다.
그 때 신숭겸이 왕건 복장으로 변복하여
적군을 유인하는 틈을 타서 왕건이 목숨을 구한다.
당시 신숭겸, 김락 등 여덟장수가
모두 전사하여 팔공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이외에도 몇 가지 설이 있다.
원효대사의 여덟 제자가 공산에 들어
득도한데서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여덟 스님 중 세 분은은 삼성암,
다섯 분은 오도암에서 득도했다고 전해진다
.
진표율사가 미륵보살에게 받은 팔간자를
공산 동사에 봉안하였다 하여 개명되었다는 전설이다.
이외에도 공산이 여덟개의 고을에 걸쳐있어
팔공산이라고 불렀다는 설도 있다.
팔공산 정상부에 군부대가 주둔하고
방송사와 통신사들의 송신탑, 중계탑들이 들어서며 출입이 통제되다가
2009년 11월 정상부 남쪽 비로봉 지역이 개방되었다.
마침 등산객이 있어 사진을 부탁했다.
철책이 처음에는 흰색인줄 알았다.
그게 아니었다.
서리가 철책도 고스란히 잠식했다.
통신탑도 제 색을 잃고
겨울이 억지로 안겨준 옷으로 갈아입었다.
정상까지 한 시간 정도 예정했던 계획이
얼마나 오만했던가?
내려갈 길을 따져보면
오르는 길보다 시간이 더 소요될 수도 있겠다.
서봉으로 향하려던 발길을 돌린다.
하지만 바로 내려가기는 너무 아쉽고
동봉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해발 1,100미터 내외, 산허리와 능선에는
푸르렀던 잎을 억지로 떨군 나무들이
상복같은 하얀 눈을 잔뜩 가지에 달고 속울음을 울고있다.
정상부에 쌓인 눈을 보니
적설량이 꽤 되었슴을 알 수 있다.
스패츠없는 런닝화 차림에
눈밭을 고스란히 밟았다면
아마도 호된 일을 당했으리라 생각하니 진땀이 난다.
다행히 선행자들이 남겨놓은 발자욱을 따라걸으며
앞으로 나아가는 걸음이 조심스러운 한편
속도를 늦출수는 없다.
동쪽으로 그림자가 길게 눕는다.
계곡으로 이어지는 능선마루에
뜻밖에도 불가의 연등을 만난다.
뒤로 동봉을 드리운 석불이
어리석은 중생이 지은 죄를 속죄하며
영원같은 시간을 기립하여 풍상을 맞고있다.
통일신라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팔공산 동봉 석조 약사여래입상'이다.
앞으로 몇 겁을 더 풍화되어야
그 지중한 죄가 소멸될까?
흑백의 세상에 천연색 연등이
갈 곳 없는 부랑아같다.
눈으로 길을 쫓다 오른쪽으로 내리막길을 걷는데
아무래도 느낌이 이상하다.
다시 돌아오니 비로소 갈림길이 눈에 들어온다.
왼쪽이 지나온 방향, 오른쪽이 동봉으로 가는 길,
즉 내가 가야할 방향이다.
동봉으로 오르는 계단이다.
하늘이 열리는 느낌이다.
건너편 송신탑, 통신탑과
오른쪽 끝, 군부대 레이더가 눈에 들어온다.
해발 1,167미터,
'미타봉'이라고도 부르는 '동봉'이다.
관봉, 갓바위가는 길이지만
아쉬운 마음을 접는다.
먼지가 있는지, 박무가 꼈는지
여전히 시야가 깨끗하지 않다.
멀리 금호강 구부러지며
태양을 받아 만든 빛줄기가 하늘에 닿을것 같다.
그 부분을 줌으로 당겨 담는다.
등산길에서 앳되 보이는 젊은 연인을 만났다.
벙거지를 쓴 복장이 어리숙해보였지만
추워보이지는 않았다.
그네들은 하산길이었던가?
한참 하산을 서두르고 있는데
능선 고개마루 삼거리에서 두 사람을 또 만난다.
"죄송하지만, 케이블카 타는 곳으로 가려면
어디로 가는지 아십니까?"
초행길인 내게 길을 묻다니...
하지만 나 또한 스마트폰에 기록된
궤적을 더듬어 케이블카 방향으로 가는 중이었다.
지나온 길에 대한 기억이 새록 새록,
같은 방향으로 향하는 길을 안내해주니
왠지 기분이 뿌듯하다.
두 사람은 케이블카를 타고 하산한다고 한다.
먼저 지나친다 목례를 하고 조금 앞서가다보니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두 분, 길찾는데 괜찮겠어요?"
"네, 괜찮습니다."
"그러면 조심해서 가세요."
인사하고 헤어진다.
케이블카 정상부를 200미터 앞둔 삼거리,
잠시 망설이다 '동화사'방향으로 접어든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잠시라도 둘러 볼 요량이다.
완만한 오르막을 만나지만
대체적으로 평탄한 내리막이 이어진다.
건너편 석축 밑으로 포장길이 보인다.
아마도 위쪽에 있는
사찰로 이어지는 길이리라 짐작된다.
그 길로 편하게 걸을까 망설였지만
언제 또 이렇게 소복한 길을 걸을까 싶은 마음에
내처 눈밭을 따라간다.
갈림길이다.
스마트폰 지도를 봐도
방향 가늠하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어느 길이든
조금만 둘러가면 같은 목적지에 닿으리라는
이 막연한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걸까?
오름길에서 만났던 삼거리다.
이제 왼쪽으로 접어들면
출발지 동화사입구에 당도할 것이다.
등산을 마무리한다.
계곡 옆 펜스에
누군가 두고간 나무지팡이가 보인다.
나와 함께 고생한 대나무지팡이와
친구하라 그 곁에 둔다.
동화사입구 버스정류장 가는 길
나와의 은밀한 이야기를 새롭게 간직한 팔공산이
아쉬움에 작별을 고한다.
좋은 날 다시 오라고...
숙소로 돌아가는 버스를 탄다.
종점을 막 출발한 차에
승객이 이미 대여섯은 타고있다.
두리번 두리번, 안으로 들어가는데
낯선 여인이 인사를 한다.
케이블카 방향을 찾던 앳된 연인들이다.
웃으며 화답해준다.
오래전부터 팔공산을 찾고싶었다.
마음으로만 간직했던 열망을 해소하고
덤으로 설산 산행과 서리꽃, 눈꽃을 마주하며
정말 행복한 하루였다.
비록 충분한 준비를 하지못해 다소 힘들었고
처음 예정했던 길을 밟지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욕심보다 안전을 우선으로한 결정은 옳았다고 믿는다.
우람하게 뻗은 산군의 시원함이
멀리서 보기에 험할것 같았지만
막상 산에 들어보니 유연하고 편안했다.
이렇게 열망했던 산들을
새해에도 열심히 찾아 들고자 하는 소망이 더욱 커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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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몸살기가 아직이라 편히누워 그냥 있으려니 심심해서
손에닿는 휴대폰으로 잠깐씩 시간을 보내는 중에
차장님의 재미있게 표현된 글을 잘 읽었습니다.
말로만 들었던 사진의 풍경도 잘 보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