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완자무늬와 공연배달 서비스 탄탄의 오태영 작 이우천 연출의 모텔 판문점
공연명 모텔 판문점공
공연단체 극단 완자무늬 & 공연배달 서비스 탄탄
작가 오태영
연출 이우천
공연기간 2018년 10월 5일~28일
공연장소 알과핵 소극장
관람일시 10월 9일 오후 4시
알과핵 소극장에서 극단 완자무늬와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의 오태영 작, 이우천 연출의 <모텔 판문점>을 관람했다.
오태영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4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중앙일보≫ 문예 희곡 부문에 <보행 연습>이 당선되면서 등단, 1980년대 극단 76에서 활동했다. 1977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난조유사>가 초청되었다가 돌연 공연이 취소되는 사건을 겪은 뒤 1988년에는 중앙정보부를 소재로 한 <매춘>이 공연법 위반 혐의를 받아 극장이 폐쇄되는 위기에 처한다. 이 일로 한동안 작품 활동을 접기도 했다. 주요 작품에는 <난조유사> <빵>, <전쟁>, <숲 속의 작은 아픔>, <통일 익스프레스>, <돼지비계>, <수레바퀴>,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 <할배동화> <끝나지 않는 연극) <엄마 적 하얀 밥> 등이 있다. 주로 과감한 현실 비판 성향의 작품을 썼으며, 1999년 <통일 익스프레스> 발표 이후에는 통일 문제를 조명한 ‘통일 연극 시리즈’를 선보였다. 1979년 한국희곡작가협회상, 1987년 <전쟁>으로 제32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고, 2006년 한국문학상을 수상했다. 제32회 서울연극제 작품상 희곡상을 수상한 극작가다.
이우천은 현 대학로극장 대표이자 작가인 연출가로 대진대 연극영화학과 대학원 출신이다.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로 2010년 제22회 거창국제연극제 연출상과 희곡상을, <색다른 이야기 읽기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로 2014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연출상, 2016년 <장판>으로 대학로극장이 서울연극제 희곡상 연기상을 수상했다. <청산리에서 광화문까지> <궤짝> <장판> <할배동화> <하멜린> <권력유감> <팬티 입은 소년> <유형지에서> <평상> <결혼기념일> <전통연희극 배뱅이 굿> <창작하다 죽어버려라>, <우박>, <오뎅팔이 청년>, <수녀와 경호원>, <두 남자의 그림자>, <엘리엘리 라마 사박다니> 등 다수의 작품을 쓰고 연출했다.
판문점 근처에는 요나루키, 럭스, 시에나, 에버리치, 그 외의 호텔과 모텔이 10여개나 있다. 남북군사분계선 관광을 위한 호텔 겸 러브호텔이다. 판문점을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판문점에 모텔이나 호텔이 없는 줄 안다.
<모텔 판문점>은 2017년 7월에 출판된 오태영 작가의 희곡집에 실려 있다. 비밀 땅굴을 통해 식량조달을 나왔던 북한 처녀가 남한 청년 남식을 만나 사랑을 나누다 임신을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북한 당국과 청와대는 서둘러 두 사람을 공식적으로 결혼시키기로 합의한다. 결혼식장은 판문점. 그런데 결혼식 축하객 명숙이 실수로 휴전선 경계 넘게 되고, 이를 저지하는 경비병과 몸싸움 도중 치마가 찢어지는 사태로 발전한다. 명숙은 치마를 벗어던지며, 판문점이 통일을 위해 분단 70년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 강력 항의한다. 진정 통일을 위한다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남북한 군인이 판문점에서 철수하고 차라리 청춘남녀에게 맡기라고 소리치는데…
그런데 희곡을 발표한 이후 남북관계가 급진전 되었다. 남북정상의 만남은 물론이고 백두산 천지를 남북정상 내외가 함께 올라 전 세계가 경악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연히 희곡의 내용이 수정되어 공연을 하게 되니, 정리가 아니 된 부분도 있으나 이처럼 시의적절한 연극이 또 있을까?
무대는 북측 가옥이다. 배경 가까이 가옥의 벽이 있고 김일성, 김정일, 그리고 김정은의 사진이 나란히 벽 상단에 걸렸다. 실제로 북측 가정마다 걸려있는 사진이고 남측에서 국민의 과반 수 이상이 외래종교의 신을 떠받들 듯 북측에서는 김 씨 3대의 사진에 경배를 한다. 벽에 부착된 1m 높이의 긴 단이 각목으로 받쳐져 무대좌우로 가로 연결되고, 단 아래는 광주리나 삽 같은 농기구를 넣어두기도 한다. 벽 오른 쪽 상단에 작은 선반이 있어 양은그릇을 얹어 둔 것이 보인다. 그리고 지하 땅굴과 연결된 통로가 있는 것으로 설정이 되고 뚜껑을 덮어놓았다. 마당에는 평상 비슷한 조형물이 있다. 장면전환이 되면 김 씨 사진들과 평상을 제거하고 바닥에 굵은 테이프로 노란 선을 세로로 붙여 놓아 판문점의 군사분계선 구실을 한다. 남측의 헌병제복과 북측 경비병의 복장, 남측 주례와 북측 주례의 의상이 구별되듯 남북 가족의 의상도 서양식 정장과 한복을 착용하고 등장을 한다. 후반부 결혼식 장면에는 남북정상이름의 화환이 배치된다. 조명의 깜빡임으로 세계 각국의 기자단의 카메라 섬광을 연출해 낸다.
연극은 도입에 평상에 앉아 빵을 맛있게 먹는 여주인공인 이 집 딸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인기척이 들리자 딸은 먹던 빵을 선반 냄비 밑에 감춘다. 곧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딸의 부모인 북측 내외가 등장을 하고 농기구를 단 밑에 넣으며 노동 뒤에 허기짐과 배고픔을 묘사한다. 북측에는 배가 나온 인물이 거의 없기에 딸의 불룩한 배를 보고 임신을 한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 딸은 아니라고 부정을 하며 빵을 부모에게 제공한다. 그 빵은 남측에서 제조된 빵으로 설정되고 부모는 별미를 맛보듯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딸이 임산부에게서 볼 수 있는 헛구역질을 하니, 무모는 딸의 임신을 알게 되고 상대를 묻는다. 마루 뚜껑이 열리고 남측 청년이 등장하는데 오동통한 모습이 현재 북측정상에 흡사해 딸의 부모는 그 청년과 김 씨 사진의 인물을 번갈아 보며 놀라는 표정을 드러낸다. 더구나 남측에서 온 청년이라는 소리에 벌린 입을 다물지를 못한다.
후반부는 판문점에서 주인공인 남북 남녀의 결혼식 장면이다. 남측 헌병과 북측 경비병이 노란선 좌우에 서 있고, 남북의 가족과 하객이 분계선을 넘지 못하도록 감시와 제지를 하며 권총을 꺼내기도 한다. 제3의 여인이 등장을 하고 세계 각국의 기자단이 취재를 하는 현장에서 군사분계선을 고수하느냐며 항의를 한다. 그래도 총구를 겨누니, 남북정상이 넘나들고 배두산 천지를 답사하고 곧 남측으로 북측정상이 답방을 하는 차제에 군사분계선 운운이 말이 되느냐고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지른다. 헌병과 경비병은 총구를 내린다. 그리고 결혼식이 시작되면서 남북의 주례가 등장을 한다. 남측 장교와 북측 장교가 군복차림으로 등장해 주례사를 가위 바위 보를 해 이긴 쪽이 먼저 주례사를 한다. 주례사가 끝이 나고 혼례식 후 신부 꽃다발을 던지는 장면에서도 분계선 문제가 대두가 되지만 영웅 같은 제3의 여인의 발언으로 역시 분계선문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고 가족들도 자유롭게 분계선을 넘나든다. 다만 남북정상의 이름이 적인 축하화환이 세워졌는데 분계선 운운하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고 출연진이 상의를 벗어던지고, 헌병과 경비병이 군복을 벗어 버리는 게 의아하게 느껴지기는 하지만, 결혼식은 판문점에 남남북녀가 결혼식을 할 수 있는 웨딩호텔 <모텔 판문점>을 세우자는 주장으로 마무리를 한다.
송 윤이 딸, 전상건이 청년, 정상철이 북측 주례, 이인철이 남측 주례, 선종남이 딸의 부, 이미숙이 딸의 모, 장용철이 청년의 부, 주문경이 청년의 모, 김진아가 명숙, 현승철이 헌병, 정민영이 경비병, 그리고 이장환, 선정화, 양대국, 안지은, 김민진, 오혜진이 가족과 친구로 등장한다. 출연진의 성격설정과 호연과 열연은 물론 맛깔스런 북측 사투리 구사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받는다.
제작감독 김화영, 드라마터그 이양숙, 조명 류백희, 무대 손호성, 음악 김동욱, 분장 이지연, 조연출 김수연, 디자인 송은석 오혜진 등 스텝진의 기량도 드러나 극단 완자무늬와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의 오태영 작, 이우천 연출의 <모텔 판문점>을 시대성 연극성 대중성을 갖춘 성공작으로 창출시켰다.
10월 9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