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노트 46 < 수행 노트는 1996년도부터 미얀마 마하시 명상원의 수행지도 스승과 한국인 수행자들의 수행면담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참고는 수행자를 돕기 위한 묘원의 글입니다. >
질문 : 1시간 좌선을 했는데 끝나고 보니 시간이 잠깐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좌선 중에 어디에 있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답변 :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시간이 빠르게 지나고 다른 것이 일어나도 모른다. 대상을 알아차려서 집중이 되면 망상이 끼어들지 못한다. 계속 그렇게 알아차려라.
< 참고 >
대상을 알아차리고 알아차림이 지속되었을 때를 집중이라고 합니다. 이 집중을 삼매라고도 합니다. 집중은 마음이 한 곳에 머무는 것을 말합니다. 마음이 한 곳에 머물기 위해서는 마음이 고요해야 합니다. 들뜨고 흥분한 상태에서는 마음이 고요하지 않습니다.
이런 집중이 되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합니다. 마치 천상계의 시간과 인간계의 시간이 다른 것과 같습니다. 인간이 사는 1년이 천상에서는 1시간 30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인간의 60년 한 평생이 천상의 시간으로는 90시간입니다. 천상의 90시간은 인간으로 따지면 3일 18시간에 불과합니다. 마치 하루살이 벌레가 인간의 60년을 알 수 없듯이 이처럼 존재의 세계는 저마다 시간이 다릅니다.
인간의 한 평생을 지루하게 느낄지 몰라도 천상의 시간으로는 잠깐입니다. 이렇게 잠깐밖에 살지 못하는 동안 인간은 온갖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짧은 시간일지라도 위빠사나 수행을 해서 도과를 성취하면 괴로움뿐인 윤회를 끝낼 수 있습니다. 시간은 짧은 사람에게는 한 없이 짧고 긴 사람에게는 한 없이 지루합니다.
수행을 할 때 집중이 되면 시간을 느끼지 못합니다. 미얀마에서 수행을 할 때 계절이 바뀌어 새로운 과일이 나오면 벌써 1년이 지난 것을 느낄 때가 있었습니다. 엊그제 먹은 것 같은 과일이었는데 벌써 한 해가 지나서 다시 먹을 때는 세월의 무상을 느끼곤 했습니다.
집중은 수행의 중요한 목표입니다. 1차적으로 대상을 알아차리고 2차로 알아차림이 지속되어야 집중이 됩니다. 그런 뒤에 3차로 지혜가 납니다. 이것을 팔정도, 계정혜, 중도라고 합니다. 이때의 정(定)이 집중입니다. 이때의 팔정도를 위빠사나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집중이 되지 않으면 지혜를 얻지 못합니다. 수행에서 집중은 지혜를 얻는 중요한 징검다리입니다. 그래서 모든 수행은 집중을 위한 다양한 방편을 세웁니다.
사마타 수행은 근본집중이 목표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찰나집중으로 통찰지혜를 얻어 해탈의 자유를 누립니다. 사마타 수행은 계정혜에서 계정까지 있고 혜가 없습니다. 위빠사나 수행에서는 계정혜가 다 있습니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알아차림을 지속시켜 집중을 얻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집중을 얻으려고 너무 무리해서는 안 됩니다. 집중은 정확한 알아차림이 선행된 결과이므로 먼저 알아차려서 대상에 머물면 자연스럽게 집중이 됩니다. 만약 집중을 하려고 노력이 지나치면 오히려 집중이 되지 않고 더 산만해질 수 있습니다. 위빠사나의 집중은 반드시 중도의 알아차림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위빠사나 수행을 시작한 뒤에 노력을 한다고 해서 즉시 집중이 되지 않습니다. 집중도 일정한 지혜의 단계 안에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집중이 되는 단계에 이르면 몸의 통증도 사라집니다. 그리고 망상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이런 최적의 조건에서 무상, 고, 무아의 지혜나 도과를 성취합니다. 그러므로 수행자는 먼저 열심히 알아차리는 노력을 하면 자연스럽게 집중이라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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