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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디지털 팩토리
부제: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보이지 않는 노동
지은이: 모리츠 알텐리트
옮긴이: 권오성, 오민규
판 형: 145*205mm
쪽수: 320쪽
가격: 18,000원
발행일: 2023년 8월 18일
ISBN: 979-11-86452-95-0 03300
펴낸곳: 숨쉬는책공장
공장의 종말이 아닌 폭발, 증식, 변이를 일으키는
디지털 자본주의 시대 속
은폐되고 서열화되고 인종화되는 노동!
디지털 자본주의와 자동화 시대의 노동
2011년, 실리콘 밸리에 위치한 구글 본사를 촬영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동영상 화면은 2개로 분할되어 있는데 오른편에는 우리에게 디지털 시대의 이상적 업무 공간으로 잘 알려진 구글플렉스의 모습이 담겼다. 왼편에는 어딘지 모를 일반 사무용 건물의 모습이 들어 있다. 카메라는 고정된 채, 두 건물을 드나드는 직원들의 모습을 촬영했다.
해당 동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w0RTgOuoi2k
이 동영상은 당시 구글과 외주 계약을 맺고 일하던 비디오 아티스트 앤드류 노먼 윌슨이 촬영했다. 동영상은 구글 본사 노동자들이 빨강, 초록, 하양, 노랑 네 가지 색깔에 따라 4개의 계급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빨간색이나 하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은 노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이 구글 내에 존재하는 사실을 몰랐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들은 일을 하거나 출퇴근을 하면서 서로 동선을 겹치는 일도 없었다.
노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은 구글 북스 사업부에 소속되어 도서들을 스캔하는 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이었다. 다른 색 명찰을 달고 구글플렉스의 멋진 단지를 거니는 노동자들이 주로 고학력 백인들인 데 반해 노란색 명찰을 단 노동자들은 대부분 유색 인종이었다.
《디지털 팩토리》는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배송 노동자, 중국에서 미국 게임사의 그래픽 작업을 하는 하청 노동자, 필리핀의 콘텐츠 모더레이터, 그리고 여러 소셜미디어 상의 홍보마케팅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IT기업에서 필수적인 노동을 하면서도 철저히 은폐되고 서열화, 인종화되는 디지털 노동의 현주소를 살피며 공정한 노동환경을 만들기 위해 어떤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지를 이야기한다.
환상적으로 느껴지는 디지털 팩토리의 허상 그리고 민낯
어쩐지 디지털 팩토리는 기존의 공장보다 더 세련되고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낼 것만 같다. 그리고 노동과정이 디지털화, 자동화가 되면 많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줄어들까 봐 우려되기도 한다. 하지만 《디지털 팩토리》에 등장하는 중국에서 전문 게임 플레이어로 일하는 ‘골드 파머’들이나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콘텐츠 관리자들의 경우를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골드 파머들은 게임 내 아이템을 획득해 그 아이템을 원하는 일반 플레이어들에게 판매한다. 골드 파머들은 ‘전문’ 플레이어임에도 낡은 창고 지하에서 24시간 온라인게임이 실행되는 컴퓨터 앞에서 교대로 근무하며 혐오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인종차별까지 겪는다. 수많은 골드 파머들의 일자리는 디지털화로 인해 새롭게 생겨났다.
페이스북 콘텐츠 관리자들의 일터는 그보다 공기가 더 신선할 수는 있겠지만 정신적으로는 참혹 그 자체라 할 만하다. 그들은 페이스북 네트워크를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하는 업무를 맡는다. 다시 말해 그들은 컴퓨터가 결정할 수 없는 페이스북 내 게시물의 내용을 점검해 혐오를 일으키거나 폭력, 인종차별, 노출, 마약 또는 법적 혹은 문화적 기준에 따라 불쾌감을 줄 것으로 판단되는 게시물을 삭제한다. 그런데 콘텐츠 관리자들이 강제로 보아야 했던 이미지들은 과히 충격적이다. 그들은 폭력적인 이미지를 ‘영화처럼’ 개념화해 보려고 노력하지만 역부족이다. 게다가 일일 할당량까지 달성해야 한다. 이러한 콘텐츠 관리자들의 일자리 역시 디지털화로 인해 새롭게 생겼다.
디지털 기술이 만들고 강제한 노동 시스템
또한 《디지털 팩토리》는 디지털 기술이 만든 작업 환경이 20세기 초 테일러 주의적 공장과 아주 많이 닮았음을 짚는다. 그러면서 디지털 자본주의가 공장의 종말이 아닌, 오히려 폭발, 증식, 공간 재구성과 기술적 변이과정을 통해 더욱 노동을 강제하는 디지털 공장을 만들어 냈다고 이야기한다. 아마존의 경우 “직접 사장이 되어서, 스스로 업무 일정을 결정하고, 목표와 꿈을 추구할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라고 광고하지만 실제 노동자들은 스마트폰에 설치해야 하는 앱을 통해 노동과정 전반을 통제받고 평가받는다. 디지털 공장은 매우 전통적인 건물 형식을 취한 공장의 형태를 벗어나 매우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플랫폼 역시 오늘날 디지털 자본주의의 전형적인 공장이다. 《디지털 팩토리》는 디지털 기술, 디지털 자본주의가 만든 디지털 공장들과 전환된 노동의 실태를 살피며 또다시 변화해야 할 우리의 모습을 함께 고민한다.
▮지은이
모리츠 알텐리트(Moritz Altenried)
독일 훔볼트대학에서 긱 이코노미 시대의 노동과 인종, 이민의 문제에 대해 연구하고 가르치며, 스위스의 노동연구자문 단체 Fairwork에서 활동 중인 모리츠 알텐리트는 이 책을 통해 자동화 뒤에 가려진 인간의 노동이 어떻게 계급화되어 있는지 보여 준다.
▮옮긴이
권오성
서울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법무법인 케이씨엘 등에서 기업법무 관련 자문과 송무 업무를 했다. 이후 2007년부터 성신여자대학교 교수로 노동법을 가르치고 있다. 노동법연구소 해밀 운영위원,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소장,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이사장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노동법 관련 교육과 기고 활동을 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체계》 (2022)외 다수의 저서가 있다.
오민규
울산에서 노동운동을 시작해 현대차비정규노조 결성을 비롯해 비정규직 조직화 운동에 함께 해 왔다. 전국비정규노조연대회의 집행위원장(2004~2012년),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직전략사업실장(2015~2017년)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 책임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라이더유니온, 한국지엠지부 등 노동조합 자문역도 겸하고 있다. 2008년부터 '오민규의 인사이드경제'를 《프레시안》에 연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카네이션: 브레이크 없는 어느 자동차 왕국 시승기》(이매진), 《톡 까놓고 이야기하는 노동》(공저, 숨쉬는책공장)이 있다.
▮차례
프롤로그: 공장을 떠나는 노동자들
소개
디지털 공장 속으로
디지털 공장 연구
이 책의 구성
글로벌 공장
물류 센터
컨테이너, 또는 물류 혁명
알고리즘, 또는 두 번째 혁명
소매업의 부상
크리스마스 열병 : 물류 센터 속으로
바코드와 스캐너의 리듬에 맞춰 작업하기
업무 표준화/노동력 증식
아마존의 다음 개척지: 라스트 마일
라스트 마일 부문의 노동
급진적 유연성: 플랫폼 노동의 등장
결코 원활하지만은 않은
놀이의 공장: 게임
로스앤젤레스, 베를린, 선전을 오가는 게임 노동력
아제로스의 정치경제학
디지털 그림자 경제
이중 이주자
디지털 노동 / 디지털 이민
골드러시 이후
게임 제작: 게임 스튜디오의 노동과 갈등
테스트 노동
일렉트로닉 아트의 사례
갈등, 즐거움, 물질성
분산된 공장: 크라우드 워크
대여용 인간(PEOPLE AS A SERVICE)
온-디멘드 노동의 글로벌 생태학
인공지능 뒷면의 노동
“먹고살기 위해 100유로를 벌어야 해요”
디지털 조립 라인
온-디멘드 노동
플랫폼 노동자
크라우드 워크와 돌봄노동
“다음 50억”
숨겨진 노동
은닉된 공장: 소셜 미디어
플랫폼 광고의 정치경제학
알고리즘 구조: 논리, 통제, 노동
크라우드의 물질성
바다 아래로, 그리고 공장 속으로
아이폰 도시
콘텐츠 관리: “당신이 보는 것은 제 상상을 초월해요”
좋거나 나쁜 콘텐츠
문화로 인해 당황스러운 알고리즘
베르린, 오스틴, 더블린: 외주화된 이주민 노동
산업화된 의사결정
소셜 미디어의 이면의 세계지리학
"미국인이나 호주인과 함께 일하는 것과 거의 같음“
인프라 되기
결론: 공장으로서의 플랫폼
베들레헴에서 아마존으로: 그때와 지금의 테일러리즘
공장으로서의 플랫폼
이주노동, 유연화된 국경, 분산된 투쟁
노동의 종말을 향하여
에필로그: 전염성 공장
▮편집자의 소개 글
구글에서 제공하는 스트리트뷰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당근 마켓 앱에서 보내는 각종 알람은 누가 쓰는 것일까? 디지털 공간에서 점점 많은 시간을 보내며 정보를 얻다 보면 기술은 인간을 대신하며 거듭 진보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우리가 누리는 대다수가 여전히 인간의 노동을 거친 결과라면 어떻겠는가? 《디지털 팩토리》는 작금의 디지털 사회를 비판적으로 읽어내기 위해 다시 ‘공장’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일하는 구글의 스캔 노동자들부터 중국과 필리핀에서 일하는 게임 노동자, 베를린과 나이로비에서 일하는 비디오게임 검사자까지, 전 세계 곳곳에 위치한 ‘디지털 공장’ 노동자들을 만나며, 기술 뒤에 가려진 노동의 민낯을 드러낸다. 최첨단 기술을 경험하는 우리가 20세기 초 공장을 마주하는 아이러니. 이 책이 우리에게 전하는 슬프고도 흥미로운 경험이다.
_윤현아 편집자
▮추천사
‘디지털 팩토리(공장)’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솔직히 나는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무리하게 이어 붙였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어릴 때 학교에서 배웠던 ‘매뉴팩처’ 시대 이래 수백년 세월 동안 ‘공장’은 인류 사회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가장 중요한 터전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공장’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뉘어져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각종 SNS를 통해서 읽은 글들, 수많은 매체를 통해서 보는 광고들, 온라인에서 구입한 상품들은 모두 ‘디지털 공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땀 흘려 생산한 결과물이다. 수많은 ‘지식 장사꾼’들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호재를 만나 미래 사회의 노동에 대한 공포를 생산해 내는 현 상황에서 미래 사회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일하게 될 ‘디지털 공장’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고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찾고자 하는 모든 사람에게 필수교양에 해당하는 지식이 아닐 수 없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지식인 출신 중에서 노동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가졌던 초심을 잃지 않은 드문 예”라고 인정하는 오민규 활동가와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노동법을 가장 정확하게 분석하는 학자인 권오성 교수 두 사람이 공동 작업으로 정리한 초고를 읽으며, 우선 내가 많이 배우고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남은 생애의 활동 속에서 교과서로 삼을 만한 책이다.
_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디지털 팩토리》는 디지털 자본주의가 세운 공장의 모습을 다룬 책으로, 알고리즘의 지시에 따라 정신없이 움직이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만날 수 있다. 디지털 컨베이어벨트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면 테일러의 부활을 실감하게 된다. 발달된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으리라는 걱정을 하고 있을 때, 현실의 노동자들은 플랫폼 공장을 돌리는 연료가 되어 갈려나가고 있었다. 플랫폼 노동자들이 피로에 절은 몸을 억지로 일으켜 플랫폼에 접속하면 깔끔하고 안전한 가상 세계가 아니라 산재사고의 위험이 가득한 일터를 마주한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산업혁명이 만든 공장과 굴뚝에서 아동을 발견한 것처럼 디지털 혁명이 만든 플랫폼 공장에서 조각나고 쪼개진 노동자를 발견할 것이다. 19세기 영국에서 공장 감독관 보고서가 공개되고 공장법과 노동법이 만들어졌다. 플랫폼 공장 보고서가 공개된 후 제대로 된 노동법이 만들어질 수 있을까? 이 책 마지막 장 이후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와 독자들이 써야 할 몫이다.
_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초대 위원장이자 7년 차 배달라이더
▮책 속에서
이 책은 디지털 자본주의사회에서 노동의 전환 문제를 다룬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영향, 특히 전통적인 공장에서만 존재한다고 여겨지는 노사관계를 발생시키는 현장을 중점적으로 언급한다. 그러한 현장에 초점을 맞춰서 보면 디지털 시대 노동과 자본주의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에 대한 특별한 시각을 열어줄 것이다.
_본문 중에서
이 책은 디지털 기술이 만들고 강제한 노동 시스템을 들여다볼 텐데, 기묘하게도 이 시스템은 겉으로는 전혀 달라 보이는 20세기 초 테일러주의적 공장과 꽤 닮았다. 이 책은 또한 디지털 기술 발전이 고도로 파편화되고 분해되어 통제받는 형태의 인간 노동을 필요로 하는 현장을 살펴볼 것이다.
_본문 중에서
주장하고 싶은 핵심은, 디지털 자본주의가 공장의 종말이 아니라 오히려 폭발, 증식, 공간 재구성과 기술적 변이과정을 통해 디지털 공장으로 전환된다는 점이다. 공장은 생산과정과 산 노동을 조직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에 그 본질이 있다. 이런 의미에서 공장은 노동이 실제 벌어지는 현장일 뿐 아니라-좀 더 추상적으로 보면-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노동과 기계 및 인프라를 지휘하는 기관이자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에 의해 이 과정이 재구성되는 것, 이 책의 초점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_본문 중에서
만약 디지털 기술이 콘크리트 건물로서의 공장을 넘어 노동 체제로서의 공장을 옮기는 데 성공할 수 있다면, 디지털 공장은 다른 공간 형태를 취할 수도 있다. 플랫폼이 바로 이런 사례에 해당한다.
_본문 중에서
이 책은 아마존 창고에서 온라인 비디오게임, 긱 경제 플랫폼에서 데이터센터, 콘텐츠 조정 사업에서 소셜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공장의 다양한 사례를 들여다볼 것이다. 이것은 모두 디지털 기술이 노사관계를 만들어 내는 현장이며, 앞서 언급한 개념들을 검증해 볼 수 있는 곳이다.
_본문 중에서
디지털 기술과 인프라는 디지털 노동을 노동자 개인의 집으로 아웃소싱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그러나 가내노동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역사가 깊다. 예를 들어, 19세기 여성들의 재봉 작업에서 볼 수 있듯이 개인의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은 이미 잘 알려진 모델이다. 마르크스는 《자본》에서 영국에서 주로 개인 가정에서 거의 독점적으로 여성과 어린이가 수행한 레이스 제작과 짚 엮기의 예를 들었다. 마르크스에 따르면 “가내 산업”은 “공장의 외부 부서”가 되었다.
_본문 중에서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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