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도론(大智度論)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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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我]라고 함을 설명하리라.
>>>[문]<<<<<
불법에서는
‘모든 법이 공하여
모든 것에 나라 할 것이 없다’
고 했는데 어찌하여
불경 첫머리에
내가 들었다고 하는가?
>>>[답]<<<<<
비록 부처님의 제자들이
나 없음을 알기는 하나
세속의 법을 따라
나라 할지언정
실제의 나는 아니다.
비유하건대
금화로 동화[銅錢]를 사더라도
아무도 비웃을 이가 없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사고파는 법이 의례 그렇기 때문이다.
나라는 것도 그와 같아서
무아(無我)의 법 가운데
나를 말함은
세속을 따르는 까닭이니,
힐난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천문경(天問經)』에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다.
어떤 나한 비구199)가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한
최후의 마지막 몸에도
나라고 할 수 있는가?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어떤 아라한 비구가
모든 번뇌가 영원히 다한
최후의 마지막 몸에도
나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네.
세간의 법[世界法]에서
나라고 함은
제일의제의 진실한 뜻 가운데에서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모든 법이 공하여 나가 없으나,
세계의 법에 따라
나라고 말하여도 허물이 되지 않는다.
또한 세간의 말에는
세 가지 근본이 있으니,
첫째는 삿된 소견이요,
둘째는 교만이요,
셋째는 이름이다.
이 가운데서 두 가지는
깨끗하지 못한 것이요
한 가지는 깨끗하다.
모든 범부들은 세 가지 말을 하니,
삿된 소견과 교만과 이름이 그것이다.
견도(見道)의 학인200)은
두 가지 말을 하니,
교만과 이름이요,
성인은 한 가지 말만 하니,
이름이 그것이다.
속마음으로는
진실한 법을 어기지 않으나
세간의 사람을 따르는 까닭에
더불어 이러한 말로 의사를 전한다.
하지만 세간의 삿된 소견을
제거하였기 때문에
세속을 따라도 다툼이 없다.
이런 까닭에
두 가지 부정한 말의
근본을 제거하고
세속을 따르는 까닭에
한 가지 말만을 사용한다.
부처님의 제자들은
세속을 따르기 때문에
나라고 말하여도 허물이 되지 않는다.
또한 어떤 사람이
나 없는 형상에 집착되어
“이것만이 진실하고
나머지는 거짓말이다”라고 한다면
이 사람은 당연히
“그대여, 모든 법의
진실한 모습은 나 없음이거늘
어찌하여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하는가?”
라고 힐난 받으리라.
이제 모든 불제자들은
모든 법이 공하여
아무것도 없음을 알았고
여기에 집착되지도 않는다.
또한 모든 법의 실상에
집착되었다고도 말할 수 없거늘
하물며 나 없는 법에 마음이 집착되리오.
그러므로
“어찌하여 나라고 말하는가?”
라며 힐난해서는 안 된다.
『중론(中論)』201)에서
게송으로 말했다.
공하지 않은 바가 있다면
의당 공한 바가 있으려니와
공하지 않은 바도 없거늘
어찌 하물며 공함을 얻으랴.
보통 사람들은
공하지 않음을 보고
또한 다시 공함도 보지만
보는 것이 곧 보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진실로 열반임을 보지 못한다.
불이(不二)의 안온 법문이
모든 사견을 깨뜨리나니
부처님들이 행하시는 경지라야
이를 무아(無我)의 법이라 한다.
나라는 뜻을 간략히 설명해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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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99) 범어로는 arhat-bhik?u.
나한은 아라한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200) 처음으로
무루지(無漏智)를 내어서
진리를 비춰보게 되는 경지에
이른 사람을 말한다.
견도(d???im?rga)란
3도(道) 가운데 하나이다.
201) 범어로는 Madhyamaka-??stra.
』관행품(觀行品)』 제8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