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단양, 환경장터로 가다 / 탄의 귀농일지37
환경실천은 생명사랑입니다. 2016년에 들어와서 가장 큰 일은 환경을 사랑하는 친구들과 어울림이었다. 천동계곡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주웠고 선암계곡 물소리길을 걸으며 자연을 느끼기도 했다. 저건 아니다 하고, 철사줄에 허리가 묶여 신음하는 나무들을 구하기도 했다. 상선암에 놓아지는 흔들다리를 가능하면 자연친화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도 했고 시멘트공장을 찾아가 제발 맑은 강 푸른 하늘을 지키는데 동참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환경을 생각하는 분들과 했던 일 가운데 환경장터를 연 것은 최고였다. 가을빛 단양, 환경장터로 가자. 우리집 애물단지, 이웃에겐 보물단지.
버리기는 뭣하고 그냥 남주기엔 거시기한 물건들을 가지고 나와서 이른바, 아나바다(아끼고 나누고 바꿔쓰고 다시 쓰는) 중고품 장터를 연 것이다. 4차례를 계획했다가 마지막 한 번은 날씨 탓으로 세 번에 그쳤지만 즐거운 장터였다. 에코단양 환경봉사자 모임에서 장터를 열어주고 참가자들이 물건을 들고나와 장사를 했다. 판매한 돈의 일부를 환경과 불우이웃 돕기 후원금으로 냈다.
장터를 계획하고, 열고, 정리할 때마다 함께 해주신 분들, 그런 분들과 함께 한 것이 단양에서 얻은 나의 귀한 일이고 소중한 인연이었다. 큰 절을 올린다.
아이들이 이 장터를 좋아해주었다. 할아버지, 아빠, 엄마를 따라나섰다가 형아들이 쓰던 자전거며 인형과 레고도 들고 갔다. 아이들이 나누어씀을 배울 수 있는 산 교육장이었다. 중학생 한 언니는 자신이 초등학생 때 사용했던 그림도구를 들고나와 장터에 펼쳤다. 나눔의 경제학이 펼쳐진 장터의 소문을 듣고 영주며 제천에 사시는 분들도 달려왔다.
나는 여기다 헌책방을 펼쳤다. 집안 곳곳에 널려있는 책들, 그 책 욕심을 이 기회 정리하기로 맘먹고 한 차 싣고 나왔다. 그냥가져가도 되는 공짜 코너, 천원, 이천원 코너로 나누어 값을 붙였다. 나의 헌책방을 보고 집에 있는 책들을 가지고 와서 보태준 분들도 계셨다. 절반을 환경기금통에 넣고, 남은 절반으론 손자며 아내에게 선물할 보물을 샀다. 손자에게 보내준 축구 골키퍼 장갑, 아내에게 선물한 연습용 아코디언, 우리집 거실로 옮겨와 멋잇게 자리잡고 있는 하회탈 액자는 장터에서 건진 보물이었다.
장터에서 사람을 만났다. 떡을 좋아하는 가곡의 친구도 모처럼 만났고 한동안 바빠서 뵙지 못했던 어상천 친구도 왔다. 섹스폰을 부는 사람들, 풍물을 좋아하는 패들도 몰려와 시장 분위기를 돋구어주었다. 시장은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라 만남의 장소였다. 남한강 따라 인정이 흐르고 가을빛 낭만이 넘치는 장터였다.
연기없는 화덕에 거꾸로 타는 에코난로, 신 개발품이 장터에서 선을 보였다. 귀농하여 양봉을 하시는 윤선생님은 타고난 재주와 아이디어로 적정기술 보급에 정신이 없다. "자, 나무 젓가락 두 개로 라면 한 그릇을 끓입니다. " 사실확인은 못했지만 그만한 화덕 하나를 우리 집 뒷뜰에 설치한 것도 장터가 준 기회였다. 새 솥에 염소라도 한 마리 삶으면 환경친구들을 초대하려 한다.
내년 봄 장터는 더 멋있게 개장할 것이라며 모두 벼르고 있다.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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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숲속의 기쁨 원문보기 글쓴이: 금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