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배움터에서 일하다 저녁에 이어서 청년과정에 참여하느라
노트북을 내내 앞에 두고 있었는데, 이야기 내용이 너무 좋아서 속기해보았어요. :)
두고두고 읽고 싶어 쭉 받아적었는데, 혹시 쓸모가 있을까 해서 나누어봅니당 :)
상뽕스 say...
이번 과정에서 마을공동체가 많이 대두되고, 그 주변부로 가족중심주의나 정상가족주의, 집단주의가 강조된다는 느낌을 느끼시지는 않았을까 하는 염려도 되더라고요. 청년대안활동가 과정이 재작년까지는 생태주의를 중심으로 학습했다면, 이번에는 실천주의적 관점에서 마을공동체를 강조한다고 생각해주시면 이해가 좀 더 편안할 것 같습니다.
그 어느때보다도 말보다 삶이 중요하고, 얼마나 정교한 이념을 가지고 있느냐는 중요치 않은 시절인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은 현장으로부터 시작되고, 현장을 잃어버린 활동에는 관념적 상징자본만이 남게 되는데요. 요즘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그런 부분이 강조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는 듯 하네요.
전하고자 했던 마음이 무엇인지 돌아보면서 오늘 밭에 다녀오니, 조급한 마음이 회복되고 마음이 참 좋더라고요. 사람의 홀로서기에는 자립이라는 말이 붙지만, 혼자만으로는 힘든 것 같다. 혼자 살더라도, 내가 힘들 때 도움을 구할 대상이 은행이 아니라 주변 친구들이어야 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
오늘은 함께살기의 산 증인이신 소란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
<기후위기를 넘어 전환마을>
- 소란 (유희정) - (전환마을은평대표)
안녕하신가요. 청년들을 만나니 참 좋다.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고령화가 심화되는 이때, 5080이 정치를 언제까지 하려나 걱정이 되고, 청년들이 더욱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올 해 지금까지 18개의 밭을 만들었다.
현재 마을운동을 하고 있지만 나 또한 마을을 물리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체험해본 세대는 아니다. 그러나 그 추상적인 개념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바라며 모여 마을을 만들었고, 나 또한 그런 마음으로 마을운동을 하고 있다.
전국에서 기후위기로 인해 가장 위험한 곳을 보니 부산 연제구, 영도구, 남구가 1,2,3위를 차지했다. 2006년에 석유 에너지에서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이제 정말 위기가 와버렸다. 생태환경과 인류 보편의 가치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나가는 도넛 경제학을 기반으로 <전환마을>을 그 대안으로 선택했다.
50개 나라 1만 여개의 마을이 전환마을운동을 하고 있고, 서로 협력·연대하고 있다. 생태마을과 같은 소수의 응집된 실천은 확산세가 늦고 전유하기 어렵다는 점으로 인해 전환마을 운동이 기후위기 시대에 유효하고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는 한국전환마을네트워크가 있고, 은평, 신촌, 충무로, 금산, 화성, 과천 등의 전환마을이 있고, 전환학교연대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은평, 성미산 등) 이 네트워크는 또 다시 아시아전환마을네트워크로 연결되어 교류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후쿠시마 사고를 기점으로 전환마을운동이 많이 일어났으며, 중국 또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다. 전환마을 네트워크는 전세계에 포진해 있으므로 10년 전부터 온라인 소통이 활발했다.
나는 한국이 싫어서 전셋집 보증금을 빼고 모든 짐을 정리한 후 영국으로 떠났다. 아름답고 살기 좋은 마을을 찾아 갔던 토트네스 전환마을은 실로 살기가 좋았다. 그 마을에서 오래 지내고 싶어 공부를 하며 학생비자로도 전환하고 직장을 찾기도 했다. 나의 상태를 세세히 살피며 내게 부족한 것을 채워주기 위해 마음을 써주더라. 돌봄을 느꼈다.
3개월 쉐어하우스를 신청했는데, 다락방 꼭대기에서 앞건물인 교회당이 보였는데, 그 시골마을 교회에 400명이 오더라. 그래서 궁금한 마음에 가봤는데 거기에 조안나 메시 (불교학자. 환경운동하는 철학자. 리커넥트 운동(자연과의 재교감))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자연스럽고 우연한 만남들이 기적처럼 다가오기 시작했다. 만나는 관계들이 지어내는 시너지가 기적 같았다. 세계최초의 전환마을이라는 아일랜드의 Kinsale 마을에 방문했는데, 그 시초라고 보기에는 평범해보이기도 했다. 만나서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냐고 물어보니, 작은 직업학교에서 퍼머컬쳐를 배우던 사람들이 기후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피크오일이 와도 살아남을 수 있는 삶, 지속가능하고 자족하는 삶을 살기 위한 고민을 함께 하기 시작했다. 점점 더 많은 마을 사람들과 그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는데, 기후위기에 함께 불안하기 시작한, 그리고 그 청사진에 동의한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쳐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게 전환마을이다. 2030년을 바라보며 계획한 일들이 5년 안에 모두 이루어졌다고 한다.
퍼머컬쳐는 Permanent(지속적인)과 Agriculture(농업)의 개념을 차용한 합성어로, 자연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자연을 살리고 서로를 돌보는 생태적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보니 전환마을과 퍼머컬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개념이 되었고, 퍼머컬쳐리스트들 또한 전환마을운동가들이 많다.
토트네스 전환마을에 갔던 첫날, 배가고파 대형마트에 갔는데, 할머니들이 몰려들어 이곳에서의 쇼핑은 지구를 파고하는 것에 일조하는 일이라며 만류했다. 이 마을에 살고 싶으면 함께 농사를 지으며 로컬 숍을 이용하자고 하더라. 그 다음날부터 쟁기를 들고 함께 일했는데, 그 할머니 무리 대장이 알고보니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였다는 엄청난 이야기.
1세계 사람들의 대형자본 의존도는 90%일 때, 전환마을 사람들의 그것은 75%에 머무른다고 한다. 우리가 다국적 기업의 대형프랜차이즈 대신 마을의 작은 기업체에 1년에 15만원을 더 지출한다면, 우리 마을에 연간 45억이 더 투자되고 매년 수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한다. 마을경제의 중요성이 여기에 있다. 마을경제의 비중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노예노동에서 해방되고 더욱 건강한 관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
우리가 돈을 많이 벌어야만 하게 되는 이유는 결국 스스로의 삶을 개인 단위로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각자의 공간 안에 사용빈도가 높지 않은 물건을 각자 가져야 하는 등)
<전환마을의 세부적 개념들>
가. 탈성장에 동의하는 합의선을 기반으로 서로에 대한 돌봄노동을 기꺼이 자처할 수 있는 삶.
나. 우리라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1%라도 더 자립생산해나가는 삶. (선물경제의 실현. 인간은 선의를 베풀 준비가 되어있고, 그것을 실질적으로 경험해나가면서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다. 내가 사는 이곳에서 내가 아는 방식으로 내가 가진 것으로부터 ‘재미나게’ 지구와 이웃과 함께 사는 삶. *재미가 없어지면 이유와 대안을 함께 탐구해볼 수 있는 공동체여야 함
라. 가나다를 이루기 위해 취향과 가치, 철학의 공동체가 될 수 밖에 없음 (꼰대성차별주의자 아저씨와는 함께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경계가 있으니.)
라. 전환마을은 당사자의 선언으로부터 시작된다. (자격요건을 갖추거나 타자의 인정으로부터 성립되는 개념이 아님)
마. 자발성으로 지속되는 마을. 하고 싶은 사람이, 하고 싶은 때에, 하고 싶은 것을 원하는만큼 한다. (N개의 소모임이 있는 마을)
바. 느슨하지만 긴밀한 관계망
사. 평가와 피드백이 아닌 축하와 인정의 장
<전환마을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
1. 삶의 기술 (의식주 자립기술을 익히는 과정에서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2. 생명구역 (생태와 나눔이 있는 구역을 만들어내기(선물경제로 이어질수도 있다))
3. 자원 환류 (그 지역이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은 이미 그 지역에 있다. 그것이 드러나게 하려면 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좋음)
4. 지역단위경제 (브리스톨 사례 유효함, 전환마을 공용의 전자화폐시스템 구축 중)
5. 의식 공유(비전 합의) (개인이 해야 할 일 / 공동체가 해야 할 일 / 지자체가 해야 할 일)
6. 관계의 전환
- 국가가 태양광 패널 지어준다고 했는데 거절함.
- 관계망을 통해 이미 에너지 소비량 자체를 줄였기 때문에.
7. 다름에 대한 인정
8. 내적 전환
9. 지역 권력 (포괄적인 사회정의를 추구한다. 실제로 은평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사회참여(출마 등)하는 중)
<은평에서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
* 공유재와 공동선을 위한 전환
* 은평은 은평구 지역사회 전체가 전환마을 선언을 했음 (구청장도)
* 문어발식 경영
* 퍼머컬처 학교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잡풀요리학교) (전환마을예술학교) (생명의 논학교) (발효학교) (자립자족학교)
* 은평구의 학교들은
* 밥풀꽃 채식식당
* 공복친구들 (단식모임)
* 전환수작-목화열애
* 지구전환식탁 2’C (더 높은 벽이 아닌 더 긴 벽을 만들자)
* 벌크생활 마을공동체
* 은평기후농부들 (농사야말로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유의미한 대안)
* 대기후와 중소기후, 그중에서도 중소기후, 미세기후를 바꿀 수 있는 도시숲, 도심녹지.
* 붉은 정령들
* 인과의 숲
+ 부산에 퍼머컬쳐 화요일마다 학리에서 하니까 배우러 와랏.
자 그럼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나?
행동없는 비전은 꿈일 뿐이다.
New ways of doing
지금 바로 행동하라
--------------------질의응답------------------
Q. 처음 만들 때 갈등이 있지는 않았나요?
A. 조직체계를 만드는 일부터, 첫 총회부터 의견이 합치되지 않았고, 느슨하고 자발적인 관계망을 경험치로 축적하게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 공동체가 잘 되니까 견제같은 것도 없지 않고.
Q. 부산에서 교육하시는 것?
A. 퍼머컬쳐 강사분들을 재교육, 심화교육 해드리는 것.
Q. 공동체 내 혐오 및 폭력 이슈가 있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A. 나가라고 합니다. 점조직들로 운영되다보니 그런 부분들에 대해 논의가 잘 되는 편이고, 크게 문제가 될 분들은 느낌적으로 안 오시기도 하고, 또 초기에 많이 걸러지기도 함.
+ 돌봄의 공동체라는 개념에 있어서, 때로는 누군가의 돌봄이 일방적으로 편향 과잉되기도 하는데, 시간을 거듭하면서 자연스럽게 조정이 되더라. 필요할 경우 중재와 조정을 하기도 한다.
Q. 힘들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A. 술을 퍼마시고 잡니다. 쉬는 걸 좋아하는 편이고, 내게는 잠의 절대값이 있어서 모자란 잠을 잘 자기위해 체크하고 확인하는 편이다. 홀로 농사일을 하면서 자연 속에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면서 마음을 풀기도 한다.
Q. 사람들이 관념 때문에 공동체 내에서 다투거나 갈등을 겪는 부분은 없나요?
A. 물론 있다. 고소 고발도 있기도 했고. 성인지감수성 관련해서는 공부도 많이 했었고. 지금은 어느 정도 조정이 된 단계다.
Q. 혹시... 대마를 길러보신 적도 있으신가요?
A. (대마는 길러본 적도 접해본 적도 없지만) 저는 대마합법화에 찬성하는 사람이고, 영국 있을 적에는 대마게릴라(대마씨 뿌리고 다녀버리기) 활동도 흥미롭게 생각하곤 했다. 지구상의 질환 1/3은 대마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 대마는 지구에서 유일하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작물이라고 하더라.
첫댓글 은평구에 많은 일을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