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두 의학박사의 요양병원 이야기(78)
요양보호사
형은 1941년생으로 사범학교를 나왔다. 어릴 때 형의 사범학교 졸업앨범을 즐겨보았다. 사범학생들이 경주·부여 등 여러 유적지를 답사한 사진도 있고, 음악·미술·체육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사진이 있었다.
졸업앨범의 첫 페이지에 이런 글귀가 쓰여 있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 어릴 때 읽은 이 글귀가 평생 동안 잊히지 않는다. 단지 교사뿐만이 아니라 모든 직업에서도 같을 것이다. 아무리 최신 진단기계, 첨단의료장비를 들여놓아도 ‘의료의 질은 의사의 질을 능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요양병원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은 의사가 아니라 바로 요양보호사이다.‘요양병원의 질은 요양보호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의사와 간호사가 있지만 최일선에서 환자들을 씻기고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하루 종일 돌보는 이는 바로 요양보호사이다.
요양보호사는 대개 40~60대의 신체 건강한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는데 간혹 50~60대의 남성도 있다. 이분들을 곁에서 지켜보면 아주 힘들게 일한다. 환자 60명 병동에 요양보호사 열 분 정도 근무하는데 2교대로 일한다. 주간 팀은 오전 6시에 출근하여 오후 5시 반경 퇴근하는데, 물어보니 새벽 4시경에 일어나서 가족들 식사를 준비해 놓고 한 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치매나 중풍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을 목욕시키려면 요양보호사 네다섯 사람이 힘을 합쳐 환자를 침상에서 운반대로 옮기곤 한다. 육체적으로 힘들기도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고되다. 간혹 면회 온 가족이나 자녀가 환자 팔이나 이마에 혹시 멍이라도 발견하면 왜 이렇게 되었냐며 크게 질책을 하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쇠약하여 살짝 스쳐도 피부가 찢어지는 경우가 있고 살짝 부닥쳤는데 골절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피부가 너무 연약하여 종이에 베이는 환자도 있다.
“보호자가 욕을 해도 그냥 듣고만 있어야 해요. 보호자와 다투어 문제가 되면 일을 계속하지 못하게 되거든요. 우리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돌보지만 보호자들이 와서 따지듯이 묻고 나무랄 때 힘이 좌악 빠집니다.”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모셔두었을 때 담당 요양보호사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자. 결국 자녀들, 아들과 며느리가 해야 할 일을 이분들이 대신하는 상황이 아닌가?
이분들 중에는 학력이 우수한 사람도 있다. 어떤 분은 유명 대학 영문과를 나오셨는데 남편이 조기은퇴하고 아직 연금을 받을 나이가 아니라서 그때까지 이 일을 봉사 삼아 한다는 분도 있다. 요양보호사 중엔 교회 집사님도 있어 찬송도 불러주고 기도도 해주는 분이 있다.
남자 환자 중에는 치매나 뇌졸중 등으로 신체가 불편하지만 성욕은 정상인 사람이 있어 기저귀를 갈 때 요양보호사의 손을 잡거나 몸을 만지거나 하여 불편을 끼치는 수도 종종 있다. 그렇다고 손버릇 나쁜 치매 남성 환자를 꼬집을 수도 없고, 경찰에 고소할 수는 더더욱 없는 그런 감정노동자임을 알아주자. 손버릇 나쁜 환자는 퇴원시켜 요양보호사를 보호하기도 한다.
우리 병원은 요양보호사에 대한 복지가 좋아 한 번 입사하면 오래 근무한다. 부모가 계신 요양병원을 방문할 때는 주치 의사나 간호사를 보지 않아도 되지만 꼭 전담 요양보호사는 만나 잘 돌봐주어 고맙다는 말을 잊지 말자. 작은 선물이라도 하면 크게 감동할 것이다.
병동 회진을 하니 요양보호사 한분이 말했다.
“선생님, 이번에 우리 손자가 전교 어린이 회장이 되었어요. 손자만 생각하면 일이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습니다.”
“아이고, 축하합니다. 기쁘시겠습니다.”
최근에 처음으로 우리나라 60대 인구가 40대 인구를 앞질렀다는 뉴스를 들었다.
노령화는 막을 수 없는 대세이고 노인 의료비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대수명 85세, 건강수명 75세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생의 마지막 10년은 병상에서 지낸다는 말이다. 건강수명을 80세로 늘려보자. 매일 걷고 운동하고 독서하고 춤도 추고 친구들과 자주 만나 사회적 교류를 계속하자.
9988234!
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앓다가 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