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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프랑스 누벨바그 여성영화,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를 봤습니다.
누벨바그.
1950년대부터 60년대 사이에 프랑스에서 일었던 영화운동을 지칭합니다. '새로운 물결' 이라는 뜻으로, 당시 프랑스 영화산업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었던 만큼, 다시 일으켜세울 수 있는 새로운 영화들을 필요로 하고자 하는 영화인들의 바램을 바탕으로 일어났습니다.
대표적으로 프랑수아 트뤼포, 장 뤽 고다르 감독의 영화들이 있습니다.
누벨바그라는 단어가 새로운 물결이라는 뜻임을 보면 누벨바그 영화들은 이전의 영화들과 차별성이 있었을 겁니다. 그 특징 몇가지를 말씀드리자면.. 영화적 시간과 공간에 집중한다는 점, 비전통적, 현지 촬영과 야외 촬영의 선호 등이 있습니다. 5시부터 7시까지의 클레오는 이러한 누벨바그의 특징을 대부분 보여줍니다.
특정 목적을 좇는가.
영화들을 보면 인물들에게 뚜렷한 목적이 있습니다. 그 목적에 맞추어서 움직이고, 사건들을 마주합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인물이 뚜렷한 목적을 좇는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런 특성이야 여러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에서 충분히 많이 보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지도 많이 오래된 만큼, 주목해볼만 합니다.
자신의 안위에 대해 걱정하고.. 그 외에도 내내 여러 부분들을 걱정하고 근심하는 어떻게보면 조금 부정적인 인물로 보입니다. 자신의 병을 두고 예민해진 상태일 수도 있지만 영화 속 클레오는 부정적인 인물 그 자체입니다.
이 인물의 특성이 영화를 만들어냈습니다. 이 영화의 전반은
클레오의 산책입니다.
클레오는 머릿속에 있는 근심과 걱정을 잊기 위해 길거리를 돌아다닙니다. 그 과정에서 길거리 공연도 보고, 바도 가고, 친구도 만나고, 괜찮아보이는 남자도 만나고.. 그리고 끝이 납니다.
영화 속 클레오가 근심과 걱정으로부터의 탈피 및, 의사선생님과의 만남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좇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지만 그녀의 모든 행동이 목적대로 움직인다곤 볼 수 없습니다. 마음을 내려놓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보았다고 이야기하는게 맞지않을까요.
사실감이 제목에서부터 느껴진다.
영화 제목을 봤을때 느낌이 어느 정도 왔습니다. 5시부터 7시.. 영화의 러닝타임과 얼추 비슷합니다. 이 두 시간 동안 클레오가 하는 행동들을 관객들은 하나하나 모두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새로운 형식적 특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영화가 그랬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부분과 같은 맥락입니다. 영화가 클레오의 솔직한 심정에 따라 움직이고, 한 인물이 엄청난 근심과 걱정으로부터 도피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 산책, 세상을 잠시 바라보는 시간을 가지는 인물을 보여주는 영화이기에 아무래도 사실감과 현장감이 있으면 더 효과적일겁니다. 시간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것도 상관없지만, 감독은 시간을 활용해 사실감을 더했습니다. 영화 제목대로 클레오를 보여주고 있기에, 영화 속 시간도 2시간이 채 지나가지 않습니다.
나중에 일은 알아서.
누벨바그 영화들의 특징 중 하나가 구성이 느슨하고 열린결말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이 영화가 그러합니다. 클레오가 정말 심각한 병을 앓고 있을지, 남성과의 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영화는 가르쳐주지 않고 끝냅니다.
이로써 영화는 클레오의 방황에 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결말을 내버리면, 그녀가 병을 앓고있는지의 유무와 삶의 방향을 가르쳐주면 이전에 보여준 한 인물의 방황을 통해 일방적인 답을 전달하는 영화가 될겁니다.
만약에 좋은 결말을 보여준다면, 방황이 쓸모없다라는 결론을 주게되고, 나쁜 결말을 보여준다면.. 무슨 의미를 전달해줄 수 있을까요?
결말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방황을 방황 그 자체로 보여준 것입니다. 답을 관객들이 알게되면, 이전에 보여준 클레오의 방황의 시간은 방황으로써의 역할을 잃게된다고 생각합니다.
방황은 앞날을 모르기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렇기때문에 누벨바그의 특성중 하나를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영화의 주제와도 딱 맞는 결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하게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다채로운 인물들과의 만남, 다양한 공간, 당대 프랑스의 길거리를 사실감있게 보여준 것은 물론 들려주었습니다. 특히 여성영화라고 하는데, 영화 자체가 여성영화라고 외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자연스레 클레오라는 여성을 바라보고 그녀의 심정을 느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구성이 느슨하고 결말도 열렸지만 짜임새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날 때 쯤에는 클레오가 만났던 여러 인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클레오의 두 시간을 관객들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입니다!
팔 괴고 클레오의 두 시간 바라보기.
-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