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에서 추억을 긷다
수연 김성순
그곳은 숲속 오두막
백설공주와 일곱 난장이가 마중 나올 것 같은.
잡초가 우거진 운동장
녹슨 철봉
상이용사가 된 시이소
교사 뒤쪽엔 세월을 다 먹어버린
이끼 낀 우물이 늙은 어머니 같다.
고장 난 도르레에 매달린 낡은 양동이로
추억을 긷는다.
물이 줄줄 새어 출령이는 샘물 위로
깨진 영상의 분교가 떠오른다.
짙은 사명감 안고 서울에서 내려온 부부교사
두칸짜리 교실에선 언니 동생이 함께 배우고
한쪽에선 노래하고 한쪽에선 그림 그리고
바람 빠진 축구공을 차던 아이들
그네에 앉아 해맑게 웃던 절름발이 철이
처마 끝에 메달린 시작과 끝을 알려주던 종
간신히 붙어있는 줄을 혼들자
"학교좋이 밍맹맹 어서 모이자"
우르르 모이던 아이들 어디가고
놀란 새들 푸드득 날아오른다.
시집 『사랑, 아직 시작도 아니 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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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자작 시 감상
폐교에서 추억을 긷다
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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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03 07:18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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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950년대 후반 초등학교(당시는 국민학교)시절의 풍경을
적라라하게 표현하셨군요, 어려웠지만 그리운 추억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