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작물
황보영락
세계는 계속해서 변화한다. 현재 지구 나이는 46억 년이라고 한다. 그 46억 년 너무 막막하여 1년으로 환산해 본다. 공룡은 12월 중순, 현생 인류는 12월 31일 밤 11시 59분 56초쯤에 나타났다. 인류 역사는 365일 중에 4초라는 아주 짧은 순간에 불과하다.
그 짧은 4초간의 시간을 다시 현생 인류가 나타난 30만 년으로 되돌려놓고 바라본다. 선사 시대, 고대 문명을 거쳐서 역사시대로 넘어왔다.
그 세계를 변화시킨 인물은 많다. 뉴튼, 아인슈타인, 찰스 다윈 같은 수많은 과학자가 있을 것이다. 콜럼버스, 간디, 칭기즈칸, 나폴레옹, 마르크스 엥겔스 같은 정치 사상가도 있을 것이고, 예수, 부처, 마호메트, 공자 같은 종교인도 있다.
그러나 사람이 아닌 작물이 세계를 변화시킨다는 것은 다른 시각이었다. 시대가 변하면서 새로운 작물이 출현했고, 이 작물이 또 다른 변화를 일으켰다. 그렇게 세계는 변해왔다. 그 변화해 온 세계사를 작물 재배를 통해 보여주는 책이 있었다.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작물’이다.
책에서 전 세계에서 생산량이 가장 많은 best 5 작물 1위는 옥수수, 2위 쌀, 3위 밀, 4위 감자, 5위가 콩이다. 이 상위 5개 작물이 세계인들을 먹여 살린다. 우리 조상들은 이 다섯 개의 작물을 모두 재배해 왔다.
옥수수의 원산지는 아스테카와 마야문명이 있던 중앙아메리카이다. 쌀은 인더스 문명, 밀은 이집트 문명, 감자는 남미의 잉카문명이고 콩은 중국 문명이다. 각각의 문명은 중요한 식량 작물의 원산지와 일치한다. 특히 우리나라와 관련 있는 중국 문명 4,500년을 지탱해 준 위대한 발명품은 벼와 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콩의 원산지인 두만강 유역에는 수천 년 전부터 콩이 가득히 넘실거리는 벌판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주식으로 하는 쌀은 다양한 영양소를 갖춘 안전 영양식으로 불리지만 유일하게 아미노산인 라이신이 부족하고 메싸이오닌이 풍부하다. 그러나 콩은 반대로 라이신이 풍부하고, 메싸이오닌 성분이 부족하다. 이 두 작물의 조합이 환상적이라고 한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던 수천 년 전부터 우리 조상들은 콩과 벼를 아낌없이 활용했다. 동양의 콩이 아메리카 대륙으로 전해졌다. 현재 북미와 중남미는 전 세계로 콩을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지만 콩 관련 요리는 거의 발달하지 않았다. 우리는 콩이 자라면서 생기는 콩잎을 먹는다. 콩을 수확한 뒤에 볶은 콩가루를 쌀떡에 묻혀 먹고, 생콩을 분쇄하여 두부를 만든다. 콩을 삶아서 메주를 만들고, 콩을 발효시켜 청국장을 만든다. 실내에서 콩을 키워 콩나물을 활용한다. 콩이 자라는 전 과정이 우리의 먹거리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옥수수를 직접 삶아서 먹는다. 하지만 제철에 조금만 먹는다. 서구에서는 옥수수를 통조림으로 많이 먹는다는 것도 몰랐고, 옥수수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작물이라는 사실도 몰랐다. 옥수수는 사람이 직접 먹는 것보다 가축의 사료로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결국은 인간이 이용해야 하는 가축이 먹기 때문에 인간이 먹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공업용 에탄올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도 많다고 한다. 다재다능한 작물이었다.
콜럼버스가 후추를 발견하기 위해 신대륙으로 향했고, 사탕수수와 목화를 재배하기 위해 노예무역이 시작되었다. 목화로 시작된 면직물 때문에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중국의 차와 도자기를 즐기던 영국이 중국으로 많이 유출된 부를 되찾기 위해 불법적인 아편전쟁이 시작되었다. 미국 독립운동도 보스턴 차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밀 농사의 흉작으로 인한 빵값 폭등이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이 되었고, 그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감자가 급속하게 보급되었다.
나는 조그만 농장에 올해 100여 포기의 고추를 심었다. 고춧가루용 고추를 심었는데 고추가 크고 과육이 두꺼워서 고춧가루는 많이 나오지만, 풋고추용으로 먹었을 때 식감이 없다. 풋고추로 먹고 싶으면 오이고추나 아삭이 고추를 심어야 한다. 요즘의 고추 모종은 종묘회사에서 개량된 품종이다. 고춧가루용 고추, 풋고추용 고추, 찜 고추용 고추의 품종이 다 다르게 나온다. 이제는 가지를 닮은 고추가 나오고 달콤한 비타민 고추도 나온다. 고추의 사촌인 팔강과 노란빛의 파프리카도 생산되고 있다.
고추뿐만 아니다. 거의 모든 작물의 씨앗을 몇 개의 다국적 종묘회사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품종개량과정에서 유전자를 조작한 제품을 농가에 보급한다. 유전자 조작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시간이 지나 봐야 안다. 분명히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씨 없는 수박, 씨 없는 포도, 스테비아 토마토를 먹으면서 인간의 편리를 위하다가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몇 해 전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가 혼란에 빠졌을 때 베스트셀러 책이 있었다. ‘총균쇠’책에서 세계의 역사를 바꾼 것은 총에서 나오는 군사력,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 쇠(금속)를 다루는 기술, 이 세 가지가 세계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시대인 만큼 질병이 세계사를 변화시키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사실이 새로웠는데 ‘세계사를 바꾼 13가지 작물’은 더 새로운 시각이었다.
세계사의 변곡점에는 반드시 중요한 작물이 있었다. 인간은 먹어야 살기 때문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가 먹는 식품의 성분도 알아야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텃밭에 들깨와 검정콩을 좀 심었다. 들깨는 오메가-3 지방이 많다고 하고, 콩에는 라이신 성분이 풍부하다고 한다. 이 성분은 오로지 식품을 통해서만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이라고 하니 보람이 있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첫댓글 먹거리에 대한 고찰이 특이합니다.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습니다. 좋은 것을 먹고 건강해야 장수 할 수 있습니다.
지구 나이 1년으로 환산 했을때 인류의 역사 기껏해야 4초라니 순간적으로 뇌가 멍해지며 활동을 멈추는듯 합니다. 책의 요점을 잘 정리해 주셔서 학창시절 시험공부 준비 할때 만들던 페이퍼도 언뜻 떠올렸어요. 텃밭에 손수 심는 작물들을 돌보며 읽기에는 더 없이 재미있고 흥미로운 책이라 생각됩니다. 내가 옥수수를 좋아하는 이유가 어쩜 긴 세월 인류가 함께해온 작물이라 내 몸 깊숙히 새겨져 물려받은 흔적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긴 글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