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아지가 죽어서 너무 슬퍼요.
자식을 잃은 것처럼 힘듭니다.
우리 강아지는 지금 어디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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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초 사랑하는 반려견을 하늘로 떠나 보냈습니다.
특히 어머니는 자식을 잃은 것과 같은 슬픔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셨습니다.
한 사찰에 지장전에 반려견 연가등도 달아주고 천도제도 지냈습니다.
저는 읽기만 해도 공덕이 된다고 알고 있는 금강경을 독경하고 있습니다.
축생에게도 부처님의 경전을 들려주면 좋다는 말을 듣고 금강경을 독성하기도 했었고 제가 없을 때는 어머니께서 우리말 금강경을 하루 종일 틀어 놓으시며 많이 들려 주었습니다.
지금도 어머니는 반려견 묻은 곳을 찾아가실 때마다 금강경을 틀어주십니다.
예전에 석가모니 부처님이 살아계실 때 어떤 개구리가 우연히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너무 좋아하다가 그만 밟혀 죽었는데 죽자마자 하늘 세계에 태어났다는 말씀을들은 적 있습니다.
저희는 반려견이 더 이상 축생의 과보를 받지 않고 하늘 세계에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지금은 어떻게 어디에 있을지 너무 궁금하고 많이 그립습니다.
살아생전에 금강경을 많이 들었던 우리 강아지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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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경을 수지 독성하며
모든 영가가 천도 된다는 말은 금강경의 본래 가르침을 체득하면 모든 영가가 천도 된다는 뜻입니다.
사람을 고뇌에서 벗어나게 하는 길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집착을 놓지 못하는 사람에게 좋은 곳에 간다는 믿음을 통해서 위로하는 것 길이 있어요.
이것을 쓸데없는 이야기라고 치부해서는 안됩니다.
슬픈 감정에 빠진 사람에게는 위로가 필요해요.
그렇다고 그 말이 진짜 사실이라고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러면 많은 사람을 혹세무민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요.
환생한다. 천국에 간다. 이런 것은 믿음이에요.
그렇게 믿는 사람을 보고 이러니 저러니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는 그렇게 믿음으로써 위로를 얻어 구내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둘째 붓다의 가르침인을 깨우침을 통해 번뇌에서 벗어나는 길이 있습니다.
우리는 가까운 존재의 죽음에 대해 아쉬운 마음이 생깁니다.
그 아쉬움으로 인해서 영혼설이 나오고 내생설이 나오고 환생설이 나오고 온갖 것이 다 나온 거예요.
한줌의 재로 돌아가는 것에 대하여 아무런 아쉬움이 없어야 금강경의 가르침을 체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죽었을 때 금강경을 독송하라고 하는 이유는 죽은 사람에 대한 집착을 놓기 위해서입니다.
질문자가 "금강경을 많이 독송했으니 좋은 곳에 갔겠지요?" 이렇게 물었는데 만약 제가 "그래 좋은 곳에 갔다." 하고 대답하면 그것이 종교적인 위로입니다
그러나 '즉문즉설'은 진리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금강경의 가르침을 이해해서 "내가 강아지에 대해 너무 집착했구나." 이렇게 자각하고 집착을 내려놓는 일이 천도입니다.
개가 좋은 곳에 갔다고 믿는 것이 천도가 아니라 내가 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것이 천도입니다.
마찬가지로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아쉬움이 남아서 늘 울고 있으면 천도가 안 된 것입니다.
우리의 부모님은 극락이든 천국이든 좋은 곳에 갔겠지 "안녕히 가세요." 하고 집착을 내려놓으면 그것이 천도입니다.
만약 질문자가 "금강경을 독송하면 강아지가 극락에 간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질문자는 금강경이 무슨 내용인지 모르는 거예요.
금강경의 핵심 구절은 이렇습니다.
佛告須菩提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불고수보리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부처가 수보리에게 이르기를 ‘대개 유상은 모두 허망한 것이니, 만일 모든 상相이 상 아닌 것을 알면 곧 여래如來를 보느니라.’ 했다.)
<금강경金剛經>
"무릇 상을 지은 것은 다 허망하다. 모든 상에 실체가 없는 줄 알면 그것이 곧 부처를 보는 것이다."
실체가 없기 때문에 집착할 것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집착할 바를 집착할 바가 없음을 깨닫는 것이 금강경의 가르침입니다.
금강경이 가르치는 내용은 "형상을 지은 것은 다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슬픈 감정을 느끼는 이유는 집착과 애정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집착과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애정을 버리라고 해서는 애정이 사라지지 질수 없습니다.
이에 대한 치료법은 애정을 지닌 사람에게 애정을 버리라고 말하기보다 "좋은 곳에 갔다." 또는 "다시 태어난다." 하는 믿음을 갖도록 계속 위로를 해 주는 것입니다.
"죽으면 끝이야" "아무것도 없어." 이렇게 말하는 것은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종교의 역할은
이렇게 위로를 해주는 거예요.
슬픔을 덜 수 있도록 "좋은 곳에 태어났다." "좋은 곳에 환생한다." 이렇게 말해 줌으로써 아쉬움 근심 걱정을 덜어내주는 것이 종교의 역할입니다.
종교에 따라
"천국에 갔다."
"극락에 갔다."
"용궁에 갔다."
"환생했다."
여러 가지 믿음이 있지만 안도나 인도나 티베트 같은 곳에서는 주로 환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부처님의 가르침인 금강경의 핵심은 제법이 공한 도리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인간의 문화는 지난 1만 년 동안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형성되어 왔고 그것이 우리의 사회의 종교 문화로 정착되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진실을 깨닫게 되면 모든 고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모든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이라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입니다.'
그러나 금강경을 수지 독성하였으니 "반려견이 좋은 곳에 갔을 거야." 이렇게 믿어서 집착을 내려놓아도 괜찮고 "이 슬픔은 나의 집착 때문이구나." 이렇게 자각해서 집착을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핵심은 집착을 내려놓음으로써 고뇌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집착이 문제의 근원임을 잘 알았습니다. 금강경 을 독경한다며 폼만 잡지 않고 제법 공허함을 깨닫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