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가령 가게 문을 여는 아침이나 바쁜 점심시간에나 손님들이 붐비는 저녁에도 찾아와서 칭얼댄다. 그 모습은 가히 무언가를 맡겨놓고 달라는 투로 입을 뽀로통하게 오므리곤 울어댄다. 그럴 때면 먹다 남긴 돈가스 몇 점들이나 자투리 햄 조각 등을 던져준다. 거기서 말면 괜찮겠지만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곤 이내 또 치근댄다. 심지어 귀엽다고 어린아이들이 손이라도 잡을라치면 그 날카로운 손톱으로 할퀴곤 한다. 무리의 존재감을 박탈하고 일시에 종전 이미지를 부정한다. 그를 두고 개념이 없다고 말하면 좋으리라.
며칠 동안 외면했다.
녀석의 눈에 나와 아이는 어떻게 보였을까. 단순하게 동정이나 놀이 감으로 생각했을 것이고 녀석은 그런 상대를 정면으로 도전하며 자기는 민생고에 직면해 있으니 사치스런 행위는 하지 말라는 경고였을까.
규제를 곧 풀 수밖에 없었다.
애처로운 녀석의 절규는 더 이상 보고 듣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터득한 한 가지 방법, 녀석을 길들이는 것이었다. 즉, 끼니 때가 되어서 오면 준비해 둔 것을 주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일체의 먹을거리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혹 아이들이 녀석에게 먹이를 던져주는 것도 못 하게 하였다. 귀엽고 애처로울수록 지킬 건 지켜야 할 일이었다.
그 즈음 가게에 불청객 한 놈이 나타났다.
어디서 왔을까. 하수구를 타고, 아니면 외부로 통하는 비밀통로 ……. 돌아가며 점검해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음식점에 쥐 한 마리가 출현하는 것이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지는 모르지만 그 놈이 미치는 정신적인 충격은 가히 치명적이었다. 조그만 틈새라도 있으면 원천봉쇄하였고 곳곳에 덫을 놓았다. 이를 눈치라도 챘는지 놈은 낮엔 꼬리를 감추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미세한 소리 때문에 촉각이 곤두서곤 했다.
조용한 시간에 놈이 슬쩍 지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덫을 피해 가는 모습이 ‘흥, 그깐 걸로 날 잡으려고 어림도 없지…’라며 어린아이들이 깨금발 짚고 가듯 피해 지나갔다. 가히 놈들 중에 어른 격인 크기였다. 녀석에게 주려고 남긴 햄과 어묵조각을 덫에 올려놓고 다시 함정을 만들었다. 이렇게 같은 먹을거리인데도 사용하는 용도가 다를 줄이야.
요물이었다.
이번엔 놈의 행동거지가 덫을 피해 육상 허들선수처럼, 캥거루가 뛰는 형상으로 지나갔다. ‘요놈, 이제부터 너와는 전쟁이다’ 대청소를 하며 구석구석 통로와 은신처를 찾았지만 통 알 수가 없었다. 희한하게 그럴 때는 어디에 찰거머리처럼 붙었는지 꼼짝하지 않다가 조용하거나 어스름이 되면 또 바스락거리는 것이었다. 분명 문을 닫은 야간에는 식당 안이 놈의 운동장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한시라도 빨리 놈을 잡을 일이었다.
녀석이 다시 찾아왔다.
귀찮았다. 놈이나 녀석이나 분명 한 통속이란 생각이 들었다. 울건 말건 외면했다. 녀석에게 아무리 잘 해 줘도 경제논리로 아무런 덕이 없고 단지 도덕적 개념으로 다가갔을 뿐이었는데 한갓 미물 둘 사이에서 더 이상 자신의 정체성을 운운하고 싶은 생각이 사라졌다. 흡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 아닐까.
“그 고양이 무척 개념 없는 녀석 이라구요.”
“ 밥만 축내고 무엇 하나 덕 될 게 없는 녀석에게 무얼 그리 애지중지 섬 기고 있어요.”
이웃사람들의 입방아는 계속 되었다.
이번엔 눈빛이 달랐다.
울다 태무심하면 곧 돌아가곤 했는데 가지 않고 계속 채근이라도 하는 듯, 소리 또한 배고픈 투정의 소리가 아니게 들렸다. 이상하다 싶어 내달아 보니 예의 차 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식당 출입구 구석 자리에서 한 곳을 응시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 곳은 자주 눈이 가지 않는 철받침대 아래 으쓱한 곳이었다.
‘오, 이런!’
거기엔 쥐 한 마리가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 하나 천공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처음 가게 공사를 하며 막으려다 잊고 그대로 둔 구멍 하나, 그것이 이렇게 크게 다가올 줄이야. 그 곳으로 놈이 들락날락 거렸던 것이다. 녀석은 음식을 취한 대가로 저 곳을 들락날락 하는 놈을 지켜보며 보은을 했구나.
‘녀석과 놈!’
두 단어 사이에 묘한 갈등이 생긴다.
며칠 사이 그들은 울다 웃다 하고 있다. 시장과 교육감, 이겼다고 그렇게 자신 있던 양반이 금전의 올가미에 씌어져있다. 아이들 먹는 것에까지 이렇게 정치적 포퓰리즘이 뻗혀져 있을 줄이야. 민초들은 이들의 행동을 밀실에서 주고받기 식 약속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꼼수’라는 말로 밖에 들리고 보이지 않는다. 누가 검은 개인지 흰 개인지 당최 구분을 할 수가 없다. 다가오는 대선 앞에 얼마나 더 민초들을 우롱할 것인가. 그들의 횡포 앞에 오늘도 첫차를 타고 도서관으로 향하는 청년들은 꾸벅거리며 졸 것이고 하루벌이 노동자들은 새벽시장에 나가 일거리가 없어 쓰린 속을 달래며 해장 한 잔 걸치고 귀가하며 저 푸르디푸른 가을 하늘에 감자 한 방 날릴 것이다. 긍정과 부정의 틈바구니 사이에 누구를 미화하고 누구를 비하할 것인지 저어하며 살아가는 이들 참 많을 것이다.
이튿날 놈은 덫에 걸려 발버둥 쳤다. 녀석의 간식은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