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6월24일
얼갈이 배추꽃
장마가 지려나 날씨가 꿉꿉하다. 하늘에는 뭉게구름도 떠다니고 하늘도 말 그대로 하늘색이다. 수채화를 같은 하늘이건만 습도는 놓고 기온은 며칠 전에 비하면 28도니까 양반인 셈이다. 에어컨을 켜기에도 그렇고 선풍기만 사는 곳마다 틀어서 눅눅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전에는 동생 일로 잠시 화가 났었다. 동생이 성격을 익히 알고 있지만 이런 일이 자주 생긴다. 동생이 아프다고 해서 걱정했다. 검사를 받는다고 해서 연락을 기다리다가 전화했는데 받지도 않고 연락도 없다. 물론 동생을 이렇게 저렇게 생각하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랑 같을 수는 없으니까. 그렇지만 가끔은 서운함이 지나서 화가 난다. 남이면 내가 이렇게까지는 안 한다. 어쩌면 형제라는 이유로 더 힘들게 하는지도 모른다.
한 달이고 연락을 안 하고 지낸 적도 있다. 그러다가도 마음에 걸려서 내가 전화한다. 그러면 다시 안부를 전하면서 지낸다. 내가 조금만 이해하고 기다려주면 된다는 것을 안다. 그래도 가끔은 화가 나고 속상하고 그렇다. 문자로 내 마음을 전하면서 마음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언니 이전에 비슷한 또래의 친구다. 화도 나고 속도 상하고 짜증도 나는 그저 이웃집 여자이다.
시골집에서 가져온 얼갈이 배추꽃을 유리잔에 꽂아놓았다. 텃밭을 그대로 식탁에 가져왔다. 노랗게 핀 배추꽃이 거실을 환하게 해준다. 안 좋았던 내 마음을 씻어준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남편이 시골에서 집까지 비닐봉지에 담아서 데려왔다. 그 마음이 곱다.
눅눅한 점심시간에 아들에게 샌드위치를 해주었다. 아들이 메뉴를 말해주면 거의 들어주는 편이다. 아들이 곁에 있을 때 다 해주고 싶다. 큰아들이 취업해서 서울로 가니까 생각이 많이 난다. 좋아하는 잡채나 갈비찜을 만들 때, 닭볶음탕을 먹을 때면 목에 가시처럼 걸린다. 오늘도 작은아들이 입맛이 없는지 샌드위치를 먹고 싶다고 말한다. 정식으로 달걀을 삶아서 노른자 흰자를 분리해서 마요네즈로 섞는다. 샌드위치 햄과 치즈와 노른자 흰자 달걀을 넣어서 만든다.
언제나 맛있게 먹어주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배추꽃이 놓인 식탁에서 아들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