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거미 성금 성금 물러가니 물을 달라 보채는 아기배추야.
내가 그만 너의 목마름을 헤아리지 못함이 어찌나 미안한지 모른다.
여기저기 곡식여무는 냄새를 맡고 있자니
내 손길이 너에게 미치지 못하였구나.
조그맣고 동그란 파란씨앗들은 어찌나 씩씩하게 싹을 돋우워 내는지
나는 마냥 신기하기만하여 바라보기만 해도 벙글 거린다.
빠꼼이 떡잎을 내밀고 두손에 햇살을 담은양 손가락을 편 모양새가
그토록 푸르를수가 없구나.
잡히지도 않던 작은 씨앗은 나물을 만들고, 나무를 만들고,
주체할수 없을정도로 큰 덩치를 만들더구나..
나물이 되고 나무가 되기까지는 무던한 고달픔 그리고 쓰라림이 있을테지만
하늘소리, 땅소리 참아가며 견디어주는 은혜함이 있어 더욱 감사하기만 하다.
저 햇살은 알곡들을 만들어 내느라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빛을 모으나보다.
저 바람도 알곡에 맛을 들이느라 여기저기서 모여드는가보다.
여름 땡볕에서 흘린 땀 만큼이나 가을도 땀을 거두어 가는보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어느새 목덜미를 타고 내려 앞섶을 간지럽힌다.
어느 틈에 콩사이로 허리까지 차오른 알듯 모를듯 잡초들을 재워주느라
오전전, 오후내 내 어깨는 무거움으로 헉헉 거린다.
서둘러 서쪽으로 해는 가자하는데 놀린손도 아니건만
풍성한 가을의 재촉에 발도 손도 바쁜 농부네들.
나도 그 틈바구니에 끼어 한술 뜬다.
참참이 막걸리로 마른 목 축이고 태양가린 모자 다시한번 고쳐 바로쓰고
어서어서 서두르자 한다.
두 노부부는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리에 해석함을 곁들여 재차 삼차 말을 던져준다.
- 네, 네.
순종하는 마음으로 흐뭇하게 해주니
당신네가 이방인에게 자연의 가르침에 보람을 느끼는듯 하다.
달빛 벗삼아 아기배추에게 저녁 문안 여쭌다.
그랬어...
너를 놓아두고 여기저기 분주히 다니던 차에 너는 목이 마르고 있었던 거야.
드문드문 흠뻑 쏟아 부어주니 미안한맘 조금은 가시는듯 하다.
비야 조금만 살살 뿌려주면 안되겠니?
빗줄기에 속살이 드러날까 부끄럽구나.
바람아 조금만 재워서 불어주면 안되겠니?
꽃잎처럼 가녀린 이파리들이 휘어질까 두렵구나.
햇살아 구름사이로 숨어 빛을 뿌려주면 안되겠니?
연둣빛 피부가 그을릴까 걱정되는구나.
큰언니에서부터 연잎핀 막내동생까지 골고루 희망의 빛을 내리어 주렴.
아기 배추야!!
내일은 너를 아프게 하는 달팽이 잡으러 첫새벽에 마중나갈 것이야.
이 밤, 내 영혼이 편히 쉬어질지 모르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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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배추야.
한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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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13
05.09.17 17:57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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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기 배추는 달팽이도 무서운가봐요~ㅎㅎㅎ이쁜글 잘 보았어요~~메리 한가위!!
^^ 달팽이가 연한 잎을 좋아한다네요..그리고 해가 뜨면 사라져 버리구요..
네........한결희님
한결희님 내일 달팽이 함께 잡으러 가요~많이 잡아서 푹..삶아 이슬이 불러 섞어봄이 어떠할지...
아하 고급 안주~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