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람. 동아대학교 국문과 졸업 및 대학원 수학. 월간 시문학서 정추 선생 추천으로 등단. 공병우타자기(주) 대표이사. 서울 서라벌고교 교사. 서울 예술신학교 문창과 교수. 경기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역임. 현재 한글문화원장. 무향자연학교장.
(저서): 참회록. 우리시대의 시민정신. 여자는 알수없다. 여성중심의 랑. 남성중심의 사랑 외 60여권
1.행복한 사람의 팬티
지금 우리나라는 전쟁 중이다. 살과의 전쟁, 살 빼기 전쟁 중이다. 아름다움을 위해서 뿐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도 살을 빼야 한다. 나는 이 칼럼을 통해서 행복 다이어트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거창한 행복이 아니라 소박한 행복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거창한 행복을 뚱뚱한 행복이라 하면 내가 말하는 소박한 행복은 다이어트한 날씬한 행복 혹은 작은 행복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나는 작은 행복 즉 행복 다이어트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옛날에 어느 나라에 왕이 있었다.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부와 힘 그리고 건강까지 다 가지고 있었다. 왕비를 사랑하고 또 왕자를 사랑했다. 그러나 행복은 갖지 못했다. 그래서 왕은 왕좌에 앉는 것이 싫었고, 슬펐다. 왕은 불행했다. 그래서 왕은 반드시 행복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전의를 호출했다. 왕이 말했다.
“나는 행복을 원한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라. 그러면 나는 그대에게 굉장한 부를 주겠다. 그러나, 만일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그대의 머리를 내게 바쳐야 할 것이다.”
전의는 당황했다. 어떻게 해야 왕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왕은 몹시 흥분해 있었으며, 왕명을 거역하면 정말로 목을 밸 것 같았다. 전의가 말했다.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전하. 경전들을 뒤져보도록 내일 아침까지 말미를 주십시오.”
그리하여 그는 밤새도록 경전들을 뒤졌지만, 어떤 경전에도 해답은 없었다. 고심 끝에 그는 한 가지 묘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는 왕에게 가서 말했다.
“아주 간단합니다. 전하의 위엄이 바로 행복을 막는 문제입니다. 전하께서는 행복한 사람을 찾아서 그의 팬티를 입으셔야 합니다. 그러면 전하께서는 행복하게 되고, 행복이 무엇인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왕은 기뻤다. 행복한 사람의 팬티를 구해서 입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왕은 곧 신하에게 명령했다. 신하는 부유한 사람에게 가서 팬티를 요구했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은 말했다.
“저의 팬티는 얼마든지 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행복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저도 하인들을 내보낼까 합니다.”
신하는 많은 사람들을 찾아다녔지만, 어느 누구도 행복하다는 사람이 없었다. 신하들은 죽음을 각오해야 했다. 기운이 빠져 있을 때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행복한 사람을 알고 있습니다. 밤마다 저 강가에서 피리를 부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렇군요. 저도 종종 그 아름다운 피리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음률을 처음 들었어요. 도대체 그가 누구요? 그는 어디에 있습니까?”
“그는 매일 밤에 강가에 옵니다.”
그날 밤 그들은 그를 찾아 강가로 갔다. 아닌 게 아니라 어떤 사람이 피리를 불고 있었다. 피리소리는 너무 아름다웠고, 행복에 넘쳐 있었다. 신하가 가까이 가서 그에게 말했다.
“당신은 행복하지요?”
그가 말했다.
“나는 행복하오. 그런데 당신은 뭘 원하오?”
신하는 기뻐 어쩔 줄 몰라하며 말했다.
“당신의 팬티를 주셔야겠소. 왕이 필요로 하오”
그러자 그 사람은 침묵했다 .한참 뒤에 입을 열었다.
“그건 불가능하오. 왜냐면 나는 아무 것도 입지 않았소. 아무 속옷도 없소. 지금 밤이라 보이지 않아 그러지, 실은 나는 지금 벌거벗고 앉아 있는 거요. 왕을 위해서 내 목숨을 달라면 줄수도 있지만, 팬티는 없소.”
신하가 물었다.
“팬티조차도 없다면서 어떻게 행복하다고 합니까?”
“나는 모두 잃었소. 속옷까지도. 모든 것을 잃었소. 내가 모두 잃어버리자 나는 행복하게 되었소. 실제로 나는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소. 나는 나 자신조차도 가지고 있지 않아요. 내가 이 피리를 부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나를 통해서 불고 있는 거요. 나는 비존재요, 나는 무요, 누구도 아니오....”
나는 우리나라에서 한 장에 50만원 짜리 팬티가 팔린다는 소리를 들은 오래 전에 적이 있다. 행복한 사람의 팬티와 50만원 짜리 팬티와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잘 모르긴 해도, 50만원 짜리 팬티를 입고 사는 여자들 중에 행복한 여자는 거의 한 명도 없지 싶다. 대부분 변비거나 불면증에 시달리는 한심한 여자들일 것이라 생각한다. 물질적으로 너무 많이 가졌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정신적으로 가난하고 황폐함을 말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고로 많은 수도승들이 이미 가지고 있던 것들 조차 다 버리고 일생동안 아무 것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한 것은 정신 생활을 높이기 위해서 이다. 정신 생활을 높이려면 물질 생활을 낮추어야 하는 것은 이미 수많은 성자들과 수도승의 고행과 수행을 통해서 입증된 바이다.
붓다가 왕좌를 마다하고 출가를 한 것이나 그리스도가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다”고 한 것은 다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남의 것을 훔친 자 만이 도둑이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간디는 많이 가진 자도 도둑이라고 했다. 이 대목이 간디의 놀라운 점의 하나이다. 그래 맞다! 남의 것을 훔친 자만이 도둑이 아니라 많이 가진 자도 도둑이다. 이 대목에 우리는 밑줄을 그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도둑의 정의를 고쳐야 한다. 남의 것을 훔친 자만이 도둑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이 가진 자도 도둑이라고 말이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행복은 가정의 행복에서 출발해야 하고, 가정의 행복은 사회의 행복, 시대의 행복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렇게 보면 지나치게 많이 가진 자들은 그 시대, 그 사회의 도둑일 뿐이 아니라, 한 시대 그 사회의 행복을 파괴하는 자들로 단죄해야 한다.
2.희망봉
1468년의 일이다. 포르투칼의 탐험가 디어스는 아프리카 대륙 남방을 탐험하고 돌아와서 왕에게 보고하러 갔다. 왕이 물었다.
"그래 자네가 가보니 어떻던가?"
"폭풍이 심하고 격류가 흐르는 봉우리였습니다. 그래서 거기 이름을 폭풍과 격류의 봉우리라고 지었습니다."
왕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자 디어스가 다시 설명했다.
"폐하. 정말입니다. 그곳은 무서운 폭풍으로 바다는 사납게 울부짖었고, 파도는 배를 삼킬듯이 거세었던 것이 틀림없습니다."
왕이 온화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알겠네. 내가 그대의 말을 의심해서가 아니네. 그대가 말한 그런 이름을 붙여놓으면, 아무도 그곳으로 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이름을 지어주마. <희망봉>으로 하라!"
왕은 나이가 많았으며, 세상 만사를 훤히 꿰뚫어 보는 현인이었다. 희망봉이라는 이름이 알려지자, 그 뒤에 그곳으로 가는 사람이 끊이지 않았다고 한다. 땅 이름 하나 짓는데도 이런 지혜가 필요한데, 그대 삶의 미래상을 그리는데는 이 보다 신중하고 지혜로와야 할 것이다.
나는 전기 대학 시험에 떨어졌다. 할 수 없어 후기대학에 들어갔다. 그 무렵에는 학생들이 학교 뺏지를 달고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은 대부분 뺏지를 달지 않는 것 같았다. 일류대학생들은 당당하게 뺏지를 달고 다녔는데, 이류, 삼류대학생들은 좀처럼 뺏지를 달지 않고 다닌 것은 아마 학교에 대한 열등감 때문이었을 것이라 짐작된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했다.
“뺏지를 달지 않는다고 해서 열등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라도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아서, 내 속에 있는 열등감을 없애는 것이 좋겠다.“
그길로 대학 도서관에 갔다. 국문과 학생에게는 그 무렵 문단에 등단하여 시인이나 소설가란 면허증(?)을 따는 것이 가장 부러웠던 시절이다. 나는 문예사전을 대출 받아서 "ㅅ"항목을 뒤졌다. 국문과 일학년인 내 이름이 거기 있을 리가 만무했다. 그렇지만, 나는 침착하게 "ㅅ"항목을 찬찬히 훑어가면서 내 이름이 들어가야 할 자리를 찾았다. 그리고는 볼펜으로 끼움표를 하고, 내 이름을 거기에 써 넣었다. 그리고는 내 딴에는 열심히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하였다.
내가 미당 서 정주 선생 추천으로 <시문학>을 통해서 문단에 등단한 것이 1975년이니, 대학 일학년 때 내손으로 문예사전에 이름을 올린 날로부터 십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에 마침내 내 꿈을 실현한 것이다.
3.노 저어야 할 때
스코틀렌트의 어떤 호수를 건너가는 두 목사가 있었다. 그 무렵은 자동차가 없었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배를 타고 목적지를 가야만 했다. 때로는 호수에도 물결이 거칠게 일었다. 갑자기 폭풍우가 일어나 삽시간에 배를 곤두박질쳐 사람들을 모두 물속에 빠지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두 목사는 호수를 건너오고 있었다. 한 사람은 6피이트의 신장에 대장장이처럼 억센 근육을 가진 시골 목사였고, 다른 한사람은 키가 작고 깡마르고 꼼꼼한 도시 목사였다. 그들은 배를 한 척 세내었다. 늙은 사공이 그들이 탄 배의 노를 젓기 시작했다. 약 5분 쯤 지난 후 갑자기 무서운 폭풍이 호수를 온통 뒤흔들었다. 배가 마치 낙엽처럼 흔들리기 시작하자 사공이 말했다.
"두 분께서 날 좀 도와 주셔야 합니다. 만일 여기서 살아 나가고 싶으시면 그 노들을 잡으십시오."
그러자 두 목사는 노를 열심히 젓기 시작했다. 그것은 무척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그들이 열심히 노를 저은 덕분에 배는 곧 폭풍의 눈 속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폭풍이 다시 거세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건장한 시골 목사가 노를 내던지며 말했다.
"이제 기도를 합시다."
그러자 사공이 소리쳤다.
"안돼요. 지금은 기도할 여유가 없어요. 계속 노를 저어야 합니다!"
그렇다. 기도할 때와 노를 저을 때를 알아야 한다. 기도 할때 기도하고 노 저어야 할 때는 노를 저어야 한다. 시도 때도 없이 기도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사공의 말마따나 지금은 노를 저어야 할 때인데 기도를 하면 물에 빠져 죽는 수 밖에 없다! 나는 기도 소리보다 노 젓는 소리를 더 좋아한다. 기도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노를 열심히 젓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분수에 맞게 목표를 세운 뒤 한 눈 팔지 말고, 계속해서 노를 저어야 한다. 우선 노부터 열심히 저어야 한다. 기진맥진할 때까지 노를 젓고 난 뒤에 기도해도 충분하다. 우리 주위에는 기도가 급한지 노 젓는 것이 급한지를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아 보인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이토록 시끄럽고, 삭막하게 된 것도 기도하는 사람은 많은데 노 젓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한다.
희망봉을 분수에 맞게 정하고, 한 눈 팔지 말고 매일 부지런히 노를 젓기 바란다. 그렇게 하면 머지 않아 희망봉은 그대의 영토가 될 것이고, 희망봉에는 그대의 깃발이 펄럭일 것이다.(www.songhy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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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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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계시죠? 송 현 선생님,
행복한 팬티를 구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그나마 행복할 수 있는 가능성의 성으로 입성하는 것이라 생각되네요.
그리고 그 성 안에서 얼마나 행복해질지는 또 다른 고난의 세월일테구요.
노젓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기도를 하는 것도 똑 같이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2007/07/19 06:54:39
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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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에서 선생님이 탄식하는 문제 즉 기도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탄식의 소리는 아마 그 목사처럼 노 젓기를 포기하고 기도하거나 아예 노 젓기를 생각도 안 하는 부류의 사람들을 두고 하신 말씀이겠죠.
2007/07/19 06:57:56
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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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는 진정한 기도는 바로 실행이며, 또한 완전한 '자기 포기'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한 자기 포기'란 바로 지향하는 바가 없는 즉 목적이 소멸된 본질이라고 보죠.
건강하세요.
2007/07/19 07:02:49
노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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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선생님, 또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답은 노팬티로군요. 날만 새면 황금팬티를 구하기 위해 허겁지겁 살아왔는데...
2007/07/19 07:41:08
봉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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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봉우리를 두고 '절망봉'이냐 '희망봉'이냐, 어느 이름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고 운명이 바뀌고 인생이 달라지네요. 아-!, 선생님은 그때 끼움표를 하고 '희망봉'을 써넣으셨군요.
2007/07/19 07:53:24
뱃사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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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 아래 누워서 종일 기도합니다. 잘 읽은 감이 내 입속에 언젠가 떨어질 거라 믿으며... 그래서 모두들 로또를 사고 당첨 대박만 기다립니다. 인맥을 쌓을 생각은 않고 찾기만 합니다. 노젓기는 힘드니까요. 사실, 노젓기가 곧 기도인데. 삶이 곧 기도인데...
2007/07/19 08:04:39
이긴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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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자기 포기"라는 단어가 주는 중압감과 "실행"이란 단어가 주는 무게감이 언뜻 보기엔 비슷해 보이지만 적절한 연관성이 별로 없어 보임은 무엇때문일까요?
"완전한 자기 포기" 라.....
음..하루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겐 언감생신 귀신씨나락 까뭉는 소리일 수도 ...ㅎㅎ
송현 선생님 올려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조주희님!
댓글로 써 놓으셨기에 댓글로 제 생각을 올렸습니다.
각양각색, 천차만별, 음과 양, 뜻대로 되지 않음과 뜻대로 됨의 복잡다단함을 어찌 단발마로 짚어 내리오...그런게 있다면 아마..언어로야 쉽지 않았을 터!!!
그래도 술 한 잔도 기울이며 하고픈 말도 하면서 살아야 겠지요?^^
2007/07/19 23:03:18
조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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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현 선생님,
에코넷에 뒷마당이 넓고 거기 사람들은 저를 그리 미워하지 않는 것 같아 이제 뒷마당으로 이사 갑니다.
따라서 선생님 방에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두었던 글을 삭제함을 말씀 드립니다.
그 간 관대하심에 감사하구요. 방세는 귀국하면 지불하겠구요. ㅎㅎㅎ
2007/07/20
첫댓글 노 팬티, 희망봉,노젓기와 기도,제게 꼭 맞는 말씀들입니다. 숙고하겠ㅅㅡㅂ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