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24회 등산 갑하산(574m) 2024-24
(대전 유성구와 충남 공주시 경계) 2024년 5월 12일(일요일) 맑음. 원성연, 이현호 참가
산의 모습이 빼어나고 전망 좋은 계룡산의 울타리!
갑하산은 고스락(정상)인 우산봉을 비롯하여 문필봉, 장군봉, 연화봉의 4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고 계룡산의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전에서 유성으로 가는 길에서 보면 서쪽 하늘에 길게 뻗어나간 갑하산 산줄기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석양에, 갑천대교에서 바라본 갑하산은 한 폭의 잘 그린 동양화 같은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갑하산(甲下山)의 이름의 첫 글자 갑은 갑, 을, 병, 정 등 천간(天干)의 첫째로 제일 또는 우두머리의 뜻이 있다. 갑하산 남릉인 문필봉 동쪽 분지는 예로부터 명당으로 알려졌다. 산의 이름은 산 아래에 천하제일의 명당이 있어 갑하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현재 이곳은 제2 국립묘지인 국립현충원이 자리 잡고 있다. 장군봉에서 문필봉에 가는 산등성이 바위 능선에선 호국영령들이 잠들고 있는 현충원이 샅샅이 조망되어 숙연한 마음이 들고 애국심이 길어진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어 조용하고 호젓한 산행코스로 인기 있는 갑하산 등산은 산등성이에 숲이 우거져 응달이라 여름에도 걷기에 안성맞춤이고 우산봉과 문필봉에서 바라본 계룡산 풍광이 백미이다.
갑하산 산줄기는 금남정맥인 계룡산 쌀개봉(822.7m)에서 시작한다. 쌀개봉서 정맥을 벗어나 동쪽으로 뻗어나간 계룡 지맥 산줄기가 약 3.5km 거리에서 황적봉(664m)을 빚어놓는다. 황적봉에서 남서쪽으로 휘어지는 산줄기가 약 1.5km인 거리인 밀목재에서 잠시 고도를 낮춘다. 밀목재에서 서서히 고도가 높아지는 산줄기는 U자형으로 휘돌아 관암산(526m)과 백운봉(536m)을 일으킨다. 백운봉에서 북진하는 계룡 지맥 산줄기는 약 2.5km를 뻗어 바위로 이루어진 도덕봉을 빚어놓는다.
도덕봉에서 계속 북으로 달려 나간 계룡 지맥 산줄기는 대전과 충남의 경계를 이루며 1번 국도가 지나가는 삽재에서 맥을 낮춘 다음 갑하산 장군봉과 문필봉을 솟구치고 약 2km를 북진하여 갑하산 고스락인 우산봉(574m)을 일으킨다(쌀개봉부터 약 16.3km). 우산봉에서 산줄기는 두 갈래로 갈라져 하나는 갑하산 연화봉으로 뻗어가고 계룡 지맥 산줄기는 북동쪽으로 방향을 바꿔 금병산(383m), 보덕봉(264m), 오봉산(240m), 꾀꼬리봉(271m), 부용산(221m)을 솟구친 다음 남은 여맥들을 금강에 가라앉힌다.
갑동 마을(해발 87m) 차도 모퉁이에 주차하고 산행을 시작한다(8:44). 오늘은 갑하산 74회 등산이다. 평지 길로 잠시 나아간 곳에서 계곡 길로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이 길은 전문 산꾼만 알고 있는 갑하산의 숨은 길이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벗 삼아 좁고 희미한 길로 산에 올라간다. 조금 올라서자, 암반에서 흘러내리는 기다란 제1 폭포가 반긴다(8:50). 곧이어 험한 길로 3분쯤 더 오르니 1폭보다 훨씬 긴 제2폭포가 나타난다(8:53). 예전에 수없이 탐방하여 폭포 위에서 거풍도 하고 웅변을 연습했던 정겨운 추억의 장소다.
이제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희미하게 나 있는 좁은 길로 지정 등산로에 이르니(8:59) 갑하산 장군봉 1.18km, 갑동 0.6km란 푯말이 서 있다. 이제 산길은 가팔라진다. 가파른 산길을 숨소리 없이 거침없이 오른 다음 잠시 유순한 산길로 나아가다가 더욱 급해진 급경사 산길로 계룡 지맥 능선인 삽재 봉우리에 올라선다(9:22). 삽재 고개 0.81km, 갑하산 장군봉 0.6km라고 쓰인 푯말이 서 있다.
예전엔 이곳이 계룡산 전망 포인트였는데 지금은 나무가 무성해 시야를 가려 전망이 막혀 안타깝다. 이어 유순한 능선을 타고 장군봉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계룡산 전망이 빼어난 전망 바위를 거쳐 가볍게 장군봉에 올라선다(9:35). 장군봉의 널찍한 헬기장도 나무가 시야를 가려 전망이 터지지 않는다. 맛있는 간식을 먹고 식수를 마시고 장군봉을 뒤로한다(9:43).
급경사 능선 길로 내려선 바위 능선에서 계룡산 전모가 드러난다. 한데 황사 현상으로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 아쉽다. 자연미 넘치는 계곡인 먹벵이골로 하산할 수 있는 삼거리서 문필봉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급경사의 길이지만 부드러운 흙길이라 어렵지 않게 올라가 요괴 소나무에 이른다(10:12).
이어 더욱 가팔라진 험한 길이 나타난다. 구슬땀을 흘리며 10분쯤 더 올라가 삼각점이 박힌 곳을 거쳐 문필봉 바위에 닿는다(10:22). 백두대간 산줄기를 종주했다는 사람을 비롯한 2명의 젊은 산객에게 계룡 지맥 산줄기 흐름과 산 이름에 관한 설명을 하고 우산봉을 향해 진행한다(10:38).
급경사 내리막길로 얼마쯤 내려선 삼거리서 직진해서 나아가야 하는 데 무심코 오른쪽 길로 진행한다. 바로 잘못 진행을 알고 뒤돌아 잠시 알바 산행을 한 후 삼거리로 돌아와(10:47) 오르막길로 올라가 나지막한 봉우리에 이른 다음 내리막길로 나아간다. 조금 내려서자, 유순하게 길이 나타나 한동안 편안한 길을 걷는다. 사색하기 좋고 부부가 함께 걸으면 정이 더욱 깊어지는 힐링의 길이다.
다시 산길은 오르막길이 돼 우산봉을 향해 올라간다. 바위에서 물이 나오는 효자 샘을 지나자(11:19), 능선 길은 점점 가팔라진다. 널찍한 암반 위의 전망 포토 존서 뒤돌아보니 문필봉이 우람하게 조망되고 계룡산은 웅장한 산악미를 뽐낸다.
우산봉의 필자
곧이어 갑하산 고스락인 우산봉에 올라선다(11:32). 삼각점이 박혀 있는 우산봉의 전망은 문필봉과 똑같지만, 황사 탓으로 안타까운 조망이 열려 씁쓸하다. 고스락은 양달이라 북쪽으로 나 있는 평평한 길로 50미터쯤 나아간 쉼터에서 간식을 먹고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대부분 산객은, 고스락에서 내리고 올라가 연화봉을 밟은 다음 구암사로 하산하는 코스로 산행하는데 우리는 훨씬 긴 코스인 우산봉 왕복 코스를 선택한다. 이 코스는 젊은 산객도 힘들어하는 길이다.
우산봉을 뒤로하고 올라온 길을 역으로 그대로 나아간다(11:54). 급경사 내리막길로 13분쯤 내려선 곳에서(12:07) 완만한 오르막이 돼 유순한 길로 진행한다. 쉬어가기 좋은 곳에서 부부 산객이 어디서 올라왔냐고 묻기에 갑동에서 등산을 시작하여 우산봉을 찍고 갑동으로 돌아가는 길이라고 대답하니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완만한 능선 길로 18분쯤 진행하자 오르막길이 나온다(12:25). 완만한 오르막길로 5분쯤 올라서고 내리막길로 노은으로 하산할 수 있는 삼거리로 내려선다(12:30). 이어 급경사 오르막길로 문필봉에 돌아온다(12:40).
계속하여 잠시 평평하게 나아간 삼각점이 있는 곳에서 급경사 내리막길로 먹벵이골 삼거리를 거쳐 오르막 능선을 타고 진행하다가 국립현충원을 내려다보며 숙연한 마음을 갖는다(13:05). 바위 능선에서 바라본 계룡산 풍광도 일품이다(13:07). 곧이어 점점 더 가팔라지는 능선을 타고 장군봉에 돌아온다(13:15).
계속하여 국립현충원으로 뻗은 작은 능선을 타고 산에서 내려간다. 급경사 길로 내려선 다음 완경사로 나아가 능선이 갈리는 삼거리에 이른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다시 급경사 산길로 내려가 갑동 마을 차도에 내려선다(13:48). 이제 차도를 따라 오늘 산행을 돌아보며 8분을 더 걸어 주차한 곳에 원점 회귀하여 행복한 산행을 마친다(13:56).
오늘은 11km 정도 걸었는데 장군봉에 다시 올라갈 때 오른쪽 허벅지에 조금 무리함을 느낀다. 스트레칭을 하지 않은 탓인가? 어이가 없고 씁쓸하다. 지리산 중산리-천왕봉-성삼재 35km 거리를 종주하고도 아무 이상이 없었는데…. 이젠 늙었단 말인가! 세월 앞에 장사가 없구나!
☆ 산행 거리: 10.87km, 5시간 12분 소요(휴식 시간 46분 포함), 평균 속력: 2.33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