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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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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반대 부당징계 철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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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욱에는 큰 펼침막이 내걸려 있는디 왼통 학교 자랑이다. 학교도서관 최우수학교로 교육감 표창을 받았다는 것 한나허고, 서울초등교육 실천방안 우수교 교육장표창이 다른 한나다. 그나저나 용운이 성님도 교육감 표창을 받은 양반인디.... 교육감 표창장 있으믄 징계도 한 단계썩 감해주는디 파면이 뭣이여, 파면이?!
잠시 뒤, 여성 두 분허고 청년 한 분이 합세헌다. 네 분 모두 ‘강동촛불모임’이란다. 정문 오른 편에 설치대를 두 개를 펴놓고 그 욱에 글판들을 붙여놓았다.
6학년 4반 담임은 송용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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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고사 선택권을 줬다는 이유로 |
학교에서 쫓겨나셨어요. 선생님이 학교에 돌아 올 수 있도록 응원글 남겨주세요. |
그 아래에는 아이들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흰 종이 두 장을 나란히 붙여놓았다. 청년은 정문 맞은편에 서서 글판을 들고 있고, 농구선수나 배구선수맹이로 키가 큰 여성은 글판 젙에 서서 등교허는 아이들한테, 응원 메시지 남겨놓고 가라고 하고 싸인펜을 나눠준다. 빨간 잠바에 아담허니 웃는 태가 이쁜 분은 글판을 들고 키다리공주님(? ^^*)을 거든다. 처음 봤던 분은 기역자로 생긴 사진기를 들고 이런저런 장면을 담는다.
참교육실천이 죄인가요? 송용운 선생님 아이들이 교실에서 기다려요 “파면결정 철회하라!” |
송용운 선생님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강동촛불- |
한 사내애가 오더니, “선생님 오늘도 편지 써요?”헌다. “응, 그래.” “에이, 자동차 그려야지?” 허더니 파란 매직을 들고 쓱쓱 그려나간다. 승용차 한 대를 금세 그리더니 꾸벅 인사를 허고 교문 안으로 들어선다. 참 기특허고 귀엽다.
귀부인맹키로 잘 차려입은, 얼굴에 뺑키칠을 쪼께 찐허니 헌 여자가 학교 안에서 나오더니 나한테 어디서 왔냐고 근다. “진도에서 왔는디요?” “아, 그러세요?” 허더니 다른 여성한테, “어제도 오셨지요?”헌다. 용운이 성님 얼굴을 쳐다봤더니 떨떠름헌 표정이다. 나중에 알고봉께 교감이란다. 내 눈구녁, 귀구녁을 소금물에 시쳐(씻어)불고 잪았다.
갑자기 빨간 잠바를 입은 분이 한 아이의 등가방을 쳐들고 교문 안으로 걸어간다. 그 아이가 너무 짠했능갑다. 1학년 아니믄 2학년 쯤 돼 보이는 아이가 무엇인가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메고 헉헉거리고 들어간다. 표정이 말이 아니다. 학교 선생님들이 용운이 성님한테 목례를 허고 들어간다. 어떤 이는 아예 외면허고 가기도 헌다. 마지못해 인사허는 이들도 있고....
키다리공주님(화 안 내실랑가? ^^;;)이 소리친다.
“선생님한테 힘내시라고 응원글 남겨주세요오~! 그림도 그려요오~!”
한 아이가, “어제 썼는데요?”하자, 용운이 성님이 특유의 남저음 목청으로, “오늘도 하는 거야.”허신다. 아저씨 한 분이 다가오더니 무엇인가를 건네 드린다.
“선생님들 이야기 나와서 읽어봤습니다. 저는 읽어봤으니까 선생님 보십시오. 오늘은 바빠서 내일 한번 오겠습니다.”
가서 봤더니 참여연대에서 만든 잡지다. 표지에 청운초등학교 김윤주 선생님이 활짝 웃고 글판을 들고 있다.
이렇게 해맑게 웃는 아이들을 두고 제가 어딜가요? |
8시 37분. 한 아이가 허겁지겁 달려들어온다. “애야, 애야. 위험하다.” 여럿이 한꺼번에 우루루 몰려들기도 한다. 학교에서는 계속 동요가 흘러나온다. 잠바도 걸치지 않은 한 여자애는 춥지도 않은지 전시물 주위를 떠나지 않는다.
“애야, 안 추워?” “예, 괜찮아요?”
뭣이 한 방울썩 손등에 떨어진다. 실비다. 한 아이가 고개를 꾸벅 숙여 인사헌다. 송선생님이 손을 잡아준다. 키다리공주님이 우산을 펴서 전시물을 가린다. 강동촛불 청년이 입을 연다.“선생님들이 어떻게 고생한다는 말 한 마디도 않고 그냥 지나가요? 길동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부끄러워서 정문으로 가지 못하고 다들 후문으로 들어가던데 이 학교 선생님들은 참 뻔뻔한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그러자, 젙엣 분이, “교육감표창 안 받은 학교가 없지요?”헌다. 청년이 말을 잇는다. “직(장)이 무서운가 봐요. 거원초 박수영 선생님이 탄원서를 써달랬는데 교감이 못 써준다고 했다네요? 자기들 짤릴까봐 그런 것 아니예요? 왜 그리 비겁해?”
송선생님 왈, “우리 교감은 이율배반이라 못 써주겠대?” “이율배반이라니요.” “나 쫓아내는 데 동조했는데 이제 와서 탄원서를 쓴다는 게 앞뒤가 안 맞는다는 얘기지."
나는 그 야그를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 아까 누구냐고 나도 되물어 볼 것을 그랬다. 그래서 그 느끼한 이한테 한 마디 쏘아붙일 것을.... 못내 아쉽다.
8시 52분. 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이 교문 안으로 걸어들어간다. 우덜도 철수허잔다. 참, 이 핵교 분유구는 퍽도 이상허다. 풀빛 옷을 입은 엄마들이 핵교 안으로 들어감시로 차꼬(자꾸) 우덜을 힐끗힐끗 뒤돌아본다. 딴나라 엄마들 같다.
용운이 성님은 학교로 들어가서 교장선생과 면담을 허신단다. 서로 보둠고 작별인사를 했다. “성님, 고생허쑈.” “고선생, 수고했어요. 조심히 잘 내려가요.”
용운이 성님은 학교 안으로 들어가시고 우덜은 암사역으로 향했다. 처음 설치대 삼발이를 펴던 분(‘함께살자 대한민국’)이 자신도 전교조세대람시로 그러신다.
“처음 전교조가 출발했을 땐 국민들 호응이 좋았는데 요즘은 영 아니예요. 전교조 선생님들 참 착하고 좋으신데 국민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
빨간 잠바 여성(‘조이’)이 말씀허신다.
“강동촛불에 ‘이티아빠’란 분이 계시거든요? 그 분이 최혜원 선생님 반 아빠래요. 최선생님이 일제고사 안내문을 보냈을 때 별 생각 없이 동의서 보내고 체험학습을 보냈데요. 당신은 ‘한 절반 정도 가겠지.’생각하셨나 봐요. 근데 6명 중 한 명이 된 거예요. 최선생님 해임될 무렵, 선생님 글에 ‘선생님, 힘내세요!’하고 댓글을 단 이후로 발을 뺄 수가 없으셨데요. 호호호호....”
자기들은 이름을 부르지 않고 닉네임을 쓴단다. 아까 의기 충만한 청년은 ‘반고흐’이고, 키가 큰 분은 ‘파랑’님인디 동화작가란다. ‘그래, 아까 아이들한테 야그를 건네는디 목소리를 우알로 이리저리 굴리는 것이 좀 다르다 했다.’
‘반고흐’님허고 ‘파랑’님은 천호역에서 헤어지고 ‘조이’님은 혹시 촌놈이 가는 길 모르께미(모를까봐) 친절히도 이케저케 가라고 일러준다. 그는 아차산역에서 내리고 나는 군자역에서 7호선을 탔다.
10시 언저리에 강남버스정류장에 도착해서 표를 끊었다. 10시 5분 차표다. 시계를 봉게 10시 2분이다. 개찰구로 부랴부랴 걸어갔다. 한 사내가, “광주요, 광주우! 지금 출발합니다아!”그런다. 표를 건네고는 차에 올랐다. 등짐 가방을 옆자리에 부려두고 겉옷을 벗었다. 그러고는 몸땡이를 의자에 묻고 이내 눈을 감았다. <땡>
첫댓글 공기 안 좋고 복잡한 서울에서 4박 5일이나 있었네요..재성오빠 홧팅입니다...해직된 선생님들 빨리 아이들곁으로 가야 할텐데..ㅠㅠ
고생하셨슴다~~~ ^^
진짜 성은 완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