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어떤 아저씨가 바꿔달라는데..”
“누군데? 여보세요?”
“○○이니? 나 ○○오빤데, 기억나니?”
“아∼∼ 네, 안녕하세요?”
어렴풋이 기억나는 외사촌 오빠였다. 어렸을 적 이뻐해주고 많이 놀아줬던 기억이 나는데 얼굴 본 것은 아득한 옛날이다.몇 십년 만에 오빠가 전화를 한 이유는 입대를 앞둔 아들 녀석 때문이었다.
결혼 후 늦게 까지 아이가 없어 걱정하다가 어렵사리 얻은 외동아들! 얼마나 귀하게 키웠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일이다. 이 귀한 아들이 입대날짜를 코 앞에 두고 죽어도 군대를 안가겠다며 고집을 부린단다.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했는지 자격증도 몇 개 있다는데, 혼자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끼고 사는 모양이다. 안 봐도 그림이 그려졌다.
군면제자인 자신은 아들을 설득할 방법이 없으니, 고민 끝에 내게 전화를 했단다. 여군장교였던 내가 군대생활을 잘 알 것이고 조금의 도움이라도 얻을까 하는 기대감에.. .
주변에서 이런 얘기를 들을 때면, 속에서 울화통이 터진다. 한심한 녀석! 옆에 있으면 정말 한 대 쥐어박고 싶었다. 그래도 실낱같은 위안이라도 얻고 싶어서 전화를 한 오빠 면전에 대고 속마음을 내비칠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 애들은 왜 이리 허약한지? 군대 가면 누가 잡아먹기라도 하나? 내 아들도 저렇게 되려나 걱정 반 한숨 반이다.직접 바꿔 달래서 혼이라도 내주고 싶지만, 꾸욱 참고 오빠를 위로시켰다.
여자인 나도 군대 갔다 왔고, 요즘 군대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함께 근무했던 병사들 얘기까지 하면서 설득시켰다. 내 얘기가 먹혔는지, 아니면 입대를 피할 수 없었던지 얼마 후 입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훈련소에서도 힘들다며 하소연(?)을 해서 부모들 속태우고는.... 힘들테지! 컴퓨터만 끌어안고 살다가 훈련받으려면 여간 힘든 일이 아니겠지! 그 후 집 근처로 자대배치 받아서 군 생활 잘 하고 있다며 고맙다는 전화를 해왔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올 연말쯤 제대를 한다는 소식이다.
요즘 국방부 시계는 예전보다 2배속으로 빨리 돌아가나? 한참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 벌써?
오래 전 제대한 시동생도 그랬다. 내성적인 성격과 겁이 많은 탓에 입대를 앞두고 걱정을 많이 했다. 당시 현역이었던 내게 호된 소리를 듣고는 겁에 질려(?)입대를 했다.
‘여자인 이 형수도 군대 가서 훈련받고 다 했는데, 사나이가 그리 나약해서 어떡하냐고? 시동생은 전방부대에서 군종병으로 열심히 군 생활 잘 하고 제대했다. 지금은 군대 갔다 온 것이 참 잘한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입대를 앞두면 본인이나 부모나 걱정이 많을 것이다. 두렵기도 할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뎌놓기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하지만 두려울 것이 무엇이고 못해 낼 이유가 무엇인가? 젊음과 패기로 똘똘뭉친 20대 청춘들 아닌가?
군대를 갔다 와야 사람이 된다는 말이 있다. 군대 가면 썩는다는 말도 있다. 군대 가서 사람이 되어 올 것인지, 아니면 허무한 시간 보내고 올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인생을 살아갈 지혜와 방법을 배워오자. 군대는 많은 것을 가르쳐 줄 것이다. 무엇을 배우고 얻어 올 것인가는 마음가짐의 문제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보람된 군생활의 지혜는 주어진 여건과 환경 속에서 하나라도 더 배우고 얻어오는 자의 것이다.
2009. 9.4일자 국방일보 기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