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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에서 다시 살아난 고구려
디지털복원 전문가 박진호씨
지난달 충주에서 열린 백산학회 주최 고구려 국제학술대회에선 고구려 수도였던 국내성(國內城)과 광개토대왕릉의 디지털 복원도가 공개됐다. 8세기 신라 왕경(2000), 무령왕릉(2001), 바미안 석굴(2002) 복원에 이어 현재까지의 학문적 성과를 모두 반영한 이 작업들은 모두 한 사람, 31세 청년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 ‘디지털 복원학(digital restorology)’ 전문가인 박진호(朴鎭浩) 서울예술대학 예술공학표현연구소 연구원이 그 주인공이다. “중국은 힘의 논리로 역사를 둔갑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아무리 중국을 겨냥해 삿대질을 해 봐야 공룡 입에 햄버거 넣는 격이 되지 않을까요? 중요한 건 내년 북한에 있는 고구려 고분벽화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도록 돕는 일입니다.” 그래서 박 연구원은 지금 고구려 고분벽화의 백미(白眉)인 안악 3호분의 복원 작업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4~5세기 축조 당시의 원형을 되살려 그 빼어난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것. 한양대 문화인류학과를 졸업한 그는 어린 시절 ‘벤허’나 ‘성웅 이순신’ 같은 영화를 보며 “컴퓨터로 과거 역사를 재현할 수는 없을까?”라는 꿈을 키웠다. 대학 시절 한국고대사와 고고학, 실크로드학 등을 공부하며 미디어 분야를 독학했다. 대학교 3학년 때인 1993년 대전 엑스포에서 노아의 방주를 컴퓨터로 복원하는 작업에 참여했다. “역사는 과거의 것만이 아니라 현대와의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디지털 복원학에 뛰어들었죠.”
그는 여태까지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작년에 나온 새 중·고교 국사 교과서에 자신이 작업한 복원도가 들어간 것을 꼽았다. 무령왕릉(6세기)과 경덕왕 당시의 불국사(8세기), 고구려 사신을 그린 사마르칸트 아프라시압 궁정벽화(7세기)였다. 누가 복원했다는 말은 없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다만 “사이버 공간은 오리지널이 아닌데 왜 만드느냐?”는 전통 아날로그 학문 쪽의 일부 오해에 대해선 섭섭해한다. “어린 시절 찍은 사진을 앨범에 보관하고 보는 것과 마찬가지죠. 사라진 유물의 과거를 보여주는 것은 오직 디지털 복원을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는 고구려 고분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다. “영상미디어가 발명되기 훨씬 이전 고구려인들은 색채감이 살아있는 고분벽화를 통해 당시의 문화·사회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고구려식 TV’를 만든 것입니다. 이런 문화재는 지구상에 없습니다.” 한국 역사상 가장 스케일이 컸고 국제성이 풍부했던 ‘고구려’가 그의 손에 의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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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생각 해 보면 너무나 아쉬운 부분이 많이 남아 있는 고구려 역사. 이미 알고 있고 기사화 된 것이지만 차근 차근 고구려역사에 대해 재 조명 해 보렵니다.
훌륭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