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치 전북 남원시 아영면 / 장수군 번암면 / 함양군 백전면
높 이 920m
명산 지리산에 가리워 그 이름조차도 생소하게 들렸던 남원의 봉화산은 덕유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 남부구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산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전라북도 남원시와 장수군, 그리고 경상남도 함양군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무릇 우리나라에 봉화산이란 이름붙은 산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것처럼 이 산 역시 과거 봉화가 피어올랐던 자랑스러운 산임에는 틀림없었을 터이다.
3월, 4월이 되어도 봉화산에 별다른 것이 없다.
그저 백두대간길의 한몫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부근에선 매화꽃축제다, 산수유 축제다 하여 시끌벅적했고 소란스럽기까지 했지만, 남원시 아영면에서 바라본 봉화산은 그저 동네 뒷산 언덕정도로만 보일 뿐이다.
남원과 장수, 함양의 깊은 산골 첩첩산중의 고원지대라 다른 데보다 뒤늦게 느껴지는 봄기운에 다소 서럽기까지 하다가 5월달이 되면 봉화산의 모습은 눈에 띄게 확연히 달라진다.
해발 400∼500m의 고지대에 위치한 아영면으로 접어들면서 단연 눈에 띄는 모습은 봉화산 서쪽 능선을 감싸고 있는 온통 붉은 철쭉밭이다. 마치 불타오르는 듯한 모습은 그저 말없이 지나는 여행객들이라 할지라도 입을 떡 벌어지게 할 만 하다.
봉화산의 철쭉군락은 대체로 인위적이다.
산림정비사업을 하면서 황량해진 봉화산 서부능선과 산자락에 야트막한 철쭉을 심어놓은 것이 그 무엇에도 뒤지지 않을 5월의 명소가 된 것이다.
철쭉군락은 남원시 아영면과 장수군 번암면을 가로지르는 일명 "치재"(현지 주민들은 "짓재"라 한다.)에서 백두대간 동쪽능선을 타고 올라가 첫 번째봉우리에서부터 약 500m 구간에 걸쳐 등산로와 등산로 좌우 산비탈을 비집고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이 구간은 말 그대로 철쭉밭이다.
사방 팔방을 둘러보아도 철쭉밖에는 보이는 것이 없다.
심지어 좌우로 휘영청 불거진 철쭉나무들로 인해 산길이 아예 "철쭉터널"로 되어 있는 곳도 있다.
봉화산 철쭉군락지로 오르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다.
흥부마을로 알려진 아영면 성리에서 출발, 장수군 번암면으로 넘어가는 치재 고갯마루에서 능선길을 타고 불과 10여 분 정도만 오르면 된다.
어린이나 노약자들도 힘들이지 않고 오를 수 있다.
봉화산 철쭉은 선연한 붉은 빛을 띤다.
이곳 사람들은 봉화산 철쭉이 오히려 남원 운봉의 유명한 바래봉 철쭉이나 또는 심지어 지리산 세석고원의 철쭉보다도 더 곱고 화사하다고들 말한다.
실제로 한창 철쭉이 만개했을 때 여기 봉화산 철쭉제를 다녀왔던 사람들도 그렇게 이야기한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지만, 흐드러지게 피어난 봉화산 철쭉은 지리산이나 바래봉 철쭉도 시샘을 낼 만한 명물임에는 틀림없다.
단순히 꽃밭을 거닐 생각이라면 굳이 봉화산 정상까지 갈 필요는 없다.(하지만 이말은 옛날 이야기이다.)
물론 이 철쭉밭에서 봉화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길 곳곳에도작은 규모의 철쭉군락이 듬성듬성 이어진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봉화산 정상까지는 1시간 여를 더 가야 하며, 능선 오르막길인데다가 어떤 곳은 산길을 헤치고 나가기에도 쉽지 않을 만큼 철쭉가지가 산길을 가로막아 가뜩이나 좁은 등산로가 더욱 통행이 곤란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모름지기 산행을 목적으로 왔다면 철쭉밭에 머물러 도취해 있을 것만이 아니라 국토의 등줄기 백두대간 산마루를 타고 철쭉숲을 헤치고 또한 넓게 드리워진 억새평원을 지나 봉화산(해발920m) 정상에 서봐야 할 일이다.
봉화산 정상에 서면 사방으로 막힘없는 조망이 전개된다.
북으로는 전북의 오지, 일명 "무진장" 장수군의 깊은산골 지지계곡 골짜기 좌우로 장수의 진산 장안산(해발 1,237m)과 무령고개, 그리고 경남 함양과의 경계인 백두대간 백운산(해발 1,279m)의 웅장한 산줄기가 눈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있다. 뒤돌아 남쪽을 바라보면 아영면 고원지대 들판 너머로 천왕봉(해발 1,915m)을 비롯, 반야봉과 바래봉까지 이어지는 명산 지리산의 장쾌한 산맥이 우뚝 솟아있다.
동으로는 함양땅과 멀리 거창에까지 이르는 경상도 산하의 풍경이, 서쪽 아래로 는 그림같은 산수 장수군 번암면 일대의 산골마을 풍경과 그 뒤로 뾰족하게 솟아 오른 만행산(해발 910m) 등, 역시나 겹겹이 이어진 전라도 땅의 첩첩산중이 펼쳐진다.
봉화산 정상의 조망도 키가작은 60cm 내외의 철쭉이 이제 막 군락지를 형성하고 있다.
억새 사이에 핀 철쭉은 치재의 철쭉군락지 보다는 못하지만 이곳까지 투자한 시간을 전혀 아까워 하지 않을수 있다.
몇년만 지나면 또 하나의 대단위 군락지가 형설 될곳이다.
가을철에 이곳을 찾아도 후회하지 않을 듯 싶다.
수만평 드리워진 억새밭은 이웃한 지리산 만복대의 그것과도 견줄 만 하기 때문이다. 하산은 정상에서 남쪽방향의 산불감시초소가 보이는 억새초원길을 따라 능선을 타고 하산하면 된다. 아영면 부동마을까지 하산에 소요되는 시간은 약 1시간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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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기대가 만당입니다요...
5월9일은 철쭉 기대해도 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