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어느덧 잘 사는 나라가 됐다. 참 좋은 나라가 된 것이다. 특히 서비스업을 하기에는 아주 좋은 나라가 분명하다.
그닥 서비스에 신경 쓰지않더라도 매장마다 늘 고객은 들끓고 자꾸 늘어나는 걸 보면 고객이 별로 없어 보이는 곳도 밥먹고 사는 정도의 장사는 유지되는 모양이다.
길거리에 나가보라. 얼마나 많은 갖가지 매장들이 있는지. 대형 백화점과 마트들은 물론 크고 작은 슈퍼마켓과 식당들과 커피숍 등속과 그리고 작은 상점들과 길거리 간이 점포들이 얼마나 넘쳐나는지.
특히 식당이나 커피숍 같은 요식업소는 어느 정도의 자본금만 있으면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 없이도 손쉽게 창업할 수가 있다. 돈이 별로 없는 사람도 리어커나 트럭 한대만 장만하면 길거리 음식점을 차릴 수가 있다.
얼마나 자유롭고 행복한 나라인가? 우리나라 고객들은 또 얼마나 관대한가?
서비스 수준에 별로 신경 쓰지않는다. 제돈 내고 밥 먹거나 물건을 산 고객 쪽에서 오히려 수고하세요. 고맙습니다. 하면서 굽신굽신 절을 하고 돈을 지불하고 종업원은 거만스럽게 돈을 받아 챙기는 장면을 자주 목격한다.
예전에 종업원이 고객을 폭행했다고 해서 세상을 떠들석하게 만든 체인점 식당 사례만봐도 그렇다. 나는 그때 그 식당은 물론 체인점 사업도 이제는 완전히 망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상한 것은 날이 갈수록 폭행당한 고객이 궁지로 몰리더니 그 서슬 시피렇던 파해자가 쥐죽은듯 조용해지고 체인업체도 식당들도 버젓이 간판 걸고 지금도 성업 중이다. 이상하지 않는가? 내가 이상한 건가?
그 이후부터 나는 식당 갈 때마다. 조심스럽다. 반찬 하나 물 한잔 더 시킬 때도 종업원 눈치를 보게 되고 기대 이하의 음식을 먹고 기분도 꾸리한데 돈 계산할 때 종업원인지? 주인인지? 날카로운 눈빛을 보면 공연히 주눅부터 든다.
요즘 셀프가 많이 늘어났다. 서비스도 셀프 시대다. 손이 없냐? 발이 없냐? 자기를 위한 서비스는 자기 팔다리가 각자 알아서 챙기는 시대. 식당에 가면 물이고 뭐고 고객이 알아서 챙겨 먹어야 하는데 그렇다면 셀프 매장은 분명 가격도 더 싸야 할텐데 그렇지가 않다. 인건비 줄여서 고객한테 돌려주는 것이 셀프시스템 아니었나?
종업원 수는 줄어든 것 같지도 않고 손님은 오거나 말거나 안중에 없고 우루루 모여앉아 수다를 떨다가 뭐 좀 더 달라고 하면 째려보기 일쑤다. 셀프=닥치고 먹어다.
점점 식당 가기가 두렵다. 협심증이 있는 나는 이러다가 심장병 걸리거나 채선정의 고객처럼 화가 나서 사고라도 칠 것 같아 도시락 싸들고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형 백화점의 종업원들은 더 거만해서 잔뜩 주눅이 든다. 눈치 보다가 정작 물건은 제대로 고르지 못하고 우물쭈물 대충 아무 거나 적당히 사가지고 황급히 나오게 된다. 백화점은 내 수준으로는 미치지 못하는 빌딩 높이 보다 더 높은 곳에 있는 것 같다. 대기업 임원이나 중견기업 사장 수준은 돼야 백화점의 높은 문턱을 편하게 넘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고객에 대한 호칭이 사장님인가?
사실 나는 백화점에는 잘 가지 않는다. 주로 마트에 자주 가는 데 분위기가 서민적이고 비교적 마음은 편하다. 옛날에 토종 브랜드~라는 이미지 때문에 이마트를 자주 이용한다. 집에서 가깝고 특별히 구입할 것이 없어도 산책 삼아 놀기 삼아 거의 일주일에 한번 이상 들리는 곳이다. 그런데 여기도 만만치가 않다.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서비스의 질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특히 구입한 상품에 하자가 있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막상 물건을 교환하거나 환불하는 등의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고객센터 직원이 응대하는 태도가 장난이 아니다. 엄연히 누가 보더라도 제품 하자가 분명하고 매장에서 판매한 사람이 인정도 했는데 일부러 흠집이라도 내어 가져온 것처럼 꼭 무슨 진상 다루듯이 대한다. 정말 진상에 시달려서 고객센터 직원이 스스로 그렇게 변한 건지? 이마트가 그룹 차원에서 고객을 모두 진상으로 보고 고객 다루는 비법을 도입해서 특별 훈련시킨 덕분인지? 잘 모르겠다.
신세계나 이마트가 고객을 다루는 법을 훈련 시키는 걸 언젠가 본적이 있다. 구구절절 할말이 많지만 얼마전 반품과 교환 문제 때문에 보름간 시달린 끝에 마음 상하고 기분은 만진창이 된 다음에 겨우 사과 한마디 받아내고 5천원 상품권 한장(하자 제품 2개 환불하고 네차례나 방문했는데) 딸랑 받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므로 아마트 이야기는 더는 하지 않겠다.
다만. 전통시장을 빼앗은 대형마트가 이제는 고객의 순수한 마음마저 훼손시키고 무시하려 드는 저의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대한민국의 모든 고객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고객은 어딜가나 늘 약자이다. 형식적이긴 하지만 <고객은 왕>이라는 표어조차도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
경제가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렇지 대기업이 경영을 잘못해서 비롯된 손해를 입점업체나 협력기업에 전가 시키고 그것도 모자라서 고객에게 부담시키고 책임을 전가하는 이런 행태는 반드시 고쳐져야 한다.
아니. 반드시 그런 걸 경영기법으로 가르키고 훈련시키는 부서나 외주업체가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CS라고 해서 친절과 미덕을 가르쳤는데 이제는 요령과 불친절을 가르치는 것 같다.
자본이 지배하는 사회이긴 하지만 뭐든 돈으로 덮어버리고 돈으로 해결하는 돈이면 다 된다는 잘못된 개념을 정답으로 여겨서는 안된다. 분명한 오답이라는 걸 알아야 한다. 고객들도 언제까지 두고보면서 당하고만 있지않을 것이다.
고객을 무시해도 여전히 장사는 잘되고 짠머리만 잘 굴리고 요령만 터득하면 쉽게 떼돈 벌수가 있는 행복한 나라. 이런 가짜 행복이 과연 얼마나 갈까?
그렇게 번 돈으로 호의호식하며 나라와 국민은 괴롭든 말든 나라가 망하든 말든 전혀 상관 없다는 듯 우리사회를 더 병들게 하는 여러 짓거리에 사용하는...이런 짓을 관행이라고 대충 넘기지 말아야 하겠다.
병이 더 깊어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독버섯처럼 코로나처럼 번지는 병원균이 빨리 사라지도록 뭔가 특단의 조치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