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의 욕구
모든 생각·감정·욕망으로부터 자유
◇ 초월의 욕구란 인간의 한계와 욕망을 뛰어넘는 욕구다. *출처=shutterstock
아브라함 매슬로우(Abraham Maslow)의 욕구 5단계설은 너무나 유명하여 상식이 되어 있는 이론이다. 1단계는 생리적 욕구, 2단계는 안전과 안정에 대한 욕구, 3단계는 애정과 소속에 대한 욕구, 4단계는 자기존중과 명예에 대한 욕구, 그리고 마지막 단계인 5단계는 자아실현에 대한 욕구이다.
그런데 매슬로우는 자아실현의 욕구 중에서도 최상층에는 초월의 욕구가 있다고 말한다.
초월의 욕구란 무엇인가? 초월의 욕구란 인간의 한계와 욕망 자체를 뛰어 넘어 무한히 자유롭고 평화로운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욕구일 것이다. 분노로부터 자유롭고 싶고, 생각과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으며, 핵폭탄이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도 자유롭고 싶다.
나는 명상을 하면서 자아실현을 위하여 그리고 초월의 경지를 얻어 보려고 꾸준히 수행하고 있으나, 이게 참 쉽지 않다. 세속에 살면서 사람들과 부딪히고, 비난하고, 때로는 분노로 가슴이 뛰는 일이 허다하다. 명상으로 쌓아놓은 마음공부가 순간순간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붓다는 <사만냐 팔라 숫따>에서 이렇게 말한다.
재가(在家)의 삶은 장애물로 가득 차 있는 욕정의 길이다. 모든 세상일을 버린 자의 삶은 공기와 같이 자유스럽다. 세상에 거주하는 자가 완전한 만족을 영위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머리와 수염을 자르고 황색 옷을 걸치고 재가에서 출가(出家)로 나아가자.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이 다 머리를 깎고 출가할 수도 없는 일이다. 나는 명상을 하면서 자괴감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라마나 마하리쉬가 팔에 생긴 종양으로 수술을 했을 때였다. 그는 마취를 거부하고 수술을 받았다. 수술이 끝난 뒤 아프지 않았느냐고 한 제자가 묻자 그는 고통조차도 우리의 한 부분이라고 대답했다.
그의 암이 더욱 더 심해지자 크게 슬퍼하는 제자에게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그대는 내가 마치 어디로 가는 것처럼 슬퍼하고 있구려. 내가 어디로 가겠으며 또 어떻게 가겠소? 가고 오는 것은 육체에게나 있는 것이지, 어떻게 진아(眞我)가 가고 올 수가 있겠는가? 소가 자기의 뿔에 밧줄이 걸려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듯이, 또 술 취한 사람이 자기 몸 위에 옷이 걸쳐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듯이, 깨달은 사람은 자신의 육체가 아직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 잘 모르는 법이라오.
세속에 살고 있는 나는 이런 경지에는 도무지 이르지 못할 것 같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도 없다. 이런 경지에 이르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적어도 명상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경지를 향하여 수행해야 하지는 않겠는가…….
올 한 해가 다 가기 전에 하루 피정(避靜)이라도 떠나서 온전한 고요 속에서 오고 감이 없는 초월의 경지를 경험해 보고 싶다.
글 | 윤종모 주교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