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명절 점심상은 찬밥에 남은 김치
아내는 기력 없기 이 초라한 상도 감사하구나
제대로 먹어야 기력 차릴 아내와
아내의 지킴이 노릇을 충실하게 하여야 하는 나는 너무 허기진다
'사당동 네거리 담양죽순 추어탕에 가서 명절상을 받읍시다'하며
아기를 품듯 아내를 끼고 간다
추석 다음날에도 문을 열고 음식 보시를 하는
젊은 여주인은 아는 체를 하며 반긴다
입이 데일 지경으로 뜨거운 추어탕을 호호 불며 우리의 잔칫상을 받는다
어제 못 먹은 부침개 대신 부채 부침개를 더 달라며 먹는다
긴 세월 남편 하나 의지하여 내 곁을 지켜준 아내에게
이 상은 너무 초라하나 잔칫상처럼 받는 아내를 보니 콧등이 찡하다
'코나 풀어요' 아내는 말하고는 자신도 코끝을 찍는다
우리의 추어탕에는 따로 간이 필요 없다
눈물로 간을 내며 그래야 맛이 난다
첫댓글 눈물로 추어탕 간을 맞추는 사부곡에 사모곡입니다. 쾌유를 빕니다. 황형 힘내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