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인생
박성목
요즘 ‘백세 인생’이란 말을 자주 듣는다. 매스컴을 통해서도 천수를 누리는 노인들이 등장해서 그 정정함을 보여주고, 또 이웃이나 가까운 친인척 중에도 팔순, 구순을 넘긴 어르신들 뵙기가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 평균수명도 2020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83.5세라고 하고, 100세 이상 노인도 7,961명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런 세태를 반영하듯 ‘백세 인생’이라는 대중가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제는 인생 백세를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이는 듯하다. 그렇다보니 지금은 태어나서 25세까지를 인생준비 기간으로 보고, 26세에서 50세까지를 청년, 51세에서 75세까지를 중년, 그리고 75세 이상이 되어야 노년으로 본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면 이렇게 늘어난 수명, 인생 100년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사람들에게 ‘어떻게 살고 싶으세요?’ 하고 물어 보면 어떤 대답들이 나올까? ‘건강하게, 재미있게, 화목하게, 편하게, 사랑하며, 즐겁게, 부자로, 자연 속에서 평화롭게, 하고 싶은 일하며……’ 이런 말들이 아닐까 싶다. 이 말들을 한 다발 꽃으로 묶으면 어떤 말이 될까 생각해 본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는 ‘행복’이란 말이 아닌가 한다.
UN에서는 매년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로 지정하였다. 지구상 모든 인류가 행복해야 하고 또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음을 천명한 것이다. 2022년 ‘세계행복의 날’을 맞아 149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세계행복보고서에서 가장행복한 나라는 핀란드였다. 그 뒤를 덴마크, 스위스, 아이슬란드,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순이었고, 한국인의 행복감은 61위였다.
조사 기준에 따라 행복한 나라 순위는 달라질 수 있다. 자연 환경이나 국민의 정서적 평안을 중시하는 조사에서는 중, 후진국이 좋은 점수를 얻는다. 깨끗하고 부유한 삶을 중시하는 조사에서는 선진국이 높은 순위를 기록한다. 그러나 어떤 기준으로 봐도 한국은 행복하지 않은 나라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의 길지 않은 역사에 산업화, 민주화, 정보화, 세계화를 모두 이룬 세계 유일무이한 국가이다. 그러나 자살률, 교통사망률은 OECD국가 중 가장 높고, 청소년 행복지수는 최하위다. 한국은 매일 38명 이상이 자살하는 나라이고,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하기 싫은 공부를 세계에서 가장 오래하는 청소년들이라고 한다. 어느 한국 주재 외국 특파원은 우리나라의 이런 모습을 보고 ‘기적을 이룬 나라, 행복을 잃은 나라’라고 표현하였다.
행복을 잃은 나라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이런 힘든 젊은이들을 가리켜 ‘삼포세대’라고 한다. 취직, 연애,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붙여진 말이다. 수십 번 취업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봐도 취직이 되지 않는 청년들이 많고, 취업이 어려우니 이성을 사귈 여유가 없고, 더구나 결혼은 생각할 수도 없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다.
1950대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은 1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일본의 악랄한 강점기가 36년간이나 이어졌고, 또 동족상잔의 6·25전쟁으로 전국토가 잿더미가 되어 그 당시 세계에서 가장 참혹하고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우리 한국은 불과 반세기 만에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면에서 세계가 놀라워하는 국가로 발전했다. 이제 국민소득만 해도 3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그렇게 눈부신 발전을 해온 우리나라가 지금은 왜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고,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 나라로 변했을까? 학생, 젊은이, 어른, 노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왜 만족하지는 못한 삶을 살고 있을까? 옛날보다 엄청나게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었지만 국민들은 행복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서 어떻게 행복을 찾아야 할 것인가? 다음 두 편의 글을 한번 읽어 보자.
노르웨이의 인류학자인 ‘토마스 휠란 에릭센’이 지은 『만약 우리가 천국에 산다면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책이 있다. 부유하고 평등하며 안전해서 살기 좋은 나라로 손꼽히는 노르웨이에서 중산층으로 사는 저자가 던지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놀랍다. ‘행복하지 않다’ 이다.
풍요롭기 만한 삶이 계속되면 지루해서 못 견디는 사람이 많다. 그런 생활 속에서는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그리고 허무감이 커진다는 것이다. 현대인이 느끼는 행복감을 ‘인스턴트 행복감’ 이라 한다. 명품중독, 성형중독, 쇼핑중독 등으로 나타나는 무정체성 행복감이다. ‘풍요사회의 역설’ 이라 할 수 있다.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 라는 책이 있다. 유쾌하고 용감한 미국 ‘린 마틴’ 부부가 70세가 되는 해에 집을 팔고 모든 것을 정리한 후에, 세계 곳곳을 옮겨 다니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실려 있는 책이다. 삶의 즐거움과 도전과 모험을 통해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담아낸 에세이다.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는 말은 그 울림이 크다.
우리가 살아가야 할 100년이라는 긴 세월을 지루하고 짜증나는 일과 시간들에 얽매여 지낸다면 이건 참 허망한 일이다. 행복을 찾아야 한다. 내가 누릴 수 있는 행복을 스스로 찾아내야 하고 만들어야 한다. 남들이 정해 놓은 행복의 기준을 따라가지 말고, 내가 해서 재미있고 즐거운 일로 백세 인생을 멋지게 살아야 한다. (♠)
첫댓글 글 잘봤습니다~!
행복이는 늘 우리 곁에 있습니다^^
감사를 모르니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네요~
슬프지만 강요 할 수 없으니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감사하며 열심히 살다 후회 없이 떠나야겠지요~^^
강화평님, 김영희님, 이영옥님, 댓글 감사합니다.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시니어란 , 모든 것을 내려놓고 , 도전을 통한 모험들 즐기는 것도 이 즐겁지 않겠어요?
권정숙님, 댓글 감사합니다.
글 잘 보고 갑니다
박영자님,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