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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논/쟁/투
굳이 둥근 원탁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요즘의 모든 중요한 논의와 결정은 싸구려 카페나, 웃기는 놈 있는 술자리에서 나온다. 그중 조금은 간단한 대화를 살펴본다. 대화 속의 주체들은 자신들이 아주 아쉬운 선택을 한 것을 안 찰나이다.
분명 10분전 그들 중 한 명이 이렇게 말했다. “새로운 걸 도전해보지.” 꽤나 대범해 보이는 말을 던지며 그들은 메가커피를 지나갔다. 저 옆, 인적이 드문 개인 카페의 커피는 그들의 궁한 지갑 사정을 희생시키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남정내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 앉았다. 언제나 시선을 사선에 두며 사색가의 가면을 즐겨 끼는 남자는 말을 꺼냈다. “고양이는 참 칠칠 맞아.” 시선은 사선으로 위를 향했다.
‘중립을 지키다가 확실한 한방의 단어로 중심을 찌르는 것’을 자신의 전부로 여기는 남자는 반응하며 대답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나한테 도통 오는 일이 없다고,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 정말 그 정도라고.” “너의 경험을 일반화 지키는 건 옳지 않아.”
고양이한테 차인 상처를 가지고 있는 남자는 자신의 턱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잠시 침묵을 지키며 ‘논리적으로 사색’했다. “물론 그건 옳지 않지, 하지만 어느정도 고양이의 본성을 파악할 수는 있어. 또한 적어도 우리 동네에 고양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추론할 수도 있지.” “그 정도의 증거가 있어?”
“그럼, 그냥 계속 찾아다니는데 한 번도 본적이 없어. 젠장할 참치캔도 안 먹는다고.” “빌어먹을 캣맘.” 그는 캣맘을 아주 혐오했다. 전에 잠깐 캣맘에 관련된 생각을 했었고, 그는 분명 ‘끝까지 중립을 지키다가’ 그의 ‘논리가 완벽하게 들어 맞는 순간’ 캣맘을 평생 혐오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때를 추억하며 뱉은 말에 큰 만족을 느끼는 남자였다.
“고양이가 뭐가 좋다고.” “남들이 다 자랑하고 다니잖아.” 그 대답에 상대편을 쏘아보는 남자이다. ‘남들을 따라가는 모자란 놈’이였다는 건가? 하고 묻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 눈빛에 대답하듯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나도 사진 하나정도는 가지고 싶다는 거지! 그래야지 정말로 고양이가 남들에게 자랑할 만한 것인지 알 수 있잖아? 이봐! 남들을 따라간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야? 너무 고착화되지 말라고.” 이 꽤나 논리적인 허물을 입고 있는 말에 상대 남자는 “그 정도는 나도 알아.”하고 자신의 논리적 사고를 보호했다.
“그러니까 나는 경험을 먼저 해보고 싶은 거라고. 그래야지 따라갈만한 것인지, 따라가기에 부질없는 것인지 알 수 있잖아?” 분명 이 경험은 고양이 사진 수집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하게 이름모를 카페에 커피를 기다리며 하는 대화 속에서 형성된 개념 체계는 앞으로 평생 이 남자의 의지를 옥죌 것이다. “참치캔 말고 캣닢을 좀 들고 다녀.” “됐어, 이미 고양이는 없는 걸로 판명됐어.” 그들의 첫째 의논은 여기서 마무리 되었다.
싸구려 커피, 그 불만. 의문과 비판은 때로는 간단하고도 외부적인 것으로부터 나온다. “맛대가리가 없군.” “그러게” 그들은 잠시 후회의 시간을 가졌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손가락질, 그 분노를 해소할 대상이 필요하다. 그래서 눈을 사선에 두고는 입을 여는 남자였다. “이런 커피를 돈 주고 팔다니… 직업정신이 없군.”
상대 남자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중립은 후회속에 무너진 지 오래었지만 자신은 아직도 중립적 이성에 의거해 나온 결론이라 생각하며 말했다. “그냥 돈 벌어먹으려고 하는 일이니깐 그렇지.”
맞장구를 치며, “그래 바로 그거라고! 자 내 머리를 봐봐, 최근에 미용실을 갔는데 어때? 참 지랄 맞게도 머리를 망쳐 놨지? 그냥 집에서 짜르는 편이 나을 정도라고! 나는 내머리에 애정이 있고 의미가 있는데, 그 놈들에게는 그냥 돈벌이 수단에 불과할 뿐이지.” 사선으로 향한 눈을 커피로 옮기며 혀를 찼다.
중립은 지딴에 확실한 진리 앞에 무너져 내렸고 한발짝 더 나아가며, “한국 사회 자체가 문제인 거야. 이 사회는 학생때부터 오로지 돈을 위해 사람을 굴리지. 수학, 국어, 영어? 그딴 거 사실 하등 쓸모 없어. 그냥 미래에 돈 버는 순서대로 줄 새우기 위한 수단이지. 공부부터 공부로 의미가 있는게 아니라 돈 버는 길목으로 의미가 있는데, 그 공부로 얻은 직업은 어떻겠어?” 남자는 흥분하며 말했다.
박수를 치며, “너무 맞는 말이다, 그래 그거야!” 감탄을 했다. 자신들의 선택으로 싸구려 커피를 마셨다는 자책감을 풀고도 남을 사회를 향한 질타에 참여하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이 간단하고도 너무나 원초적인 원인에서 나온 요상한 결론은 그들의 진리가 될 것이다. 말은 이어진다.
“직업철학이 어떻게 있겠어?” 이를 듣던 남자는 사선으로 시선을 보내며, “있을 수 없지.” “이건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야. 정치도, 윤리도, 교수도, 선생도, 학생도 그냥 전부 돈 벌이 수단일 뿐이라고! 그러니까 이 나라가 개판인거야 안 그래?” 듣던 남자는 시선을 떨군 체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를 위한 정치가 아니라 지네 배 채울 목적인데 무슨 쓸모가 있어!” 듣는 이는 계속 긍정의 표시를 한다. 이들은 앞으로 국가의 문제를 논할 때의 결론은 오늘 이 싸구려 커피로 인한 결론과 같을 것이다. 그것이 진리와 옳음이 될 것이다. 만약 이에 반대하는 이가 있다면 그때는 총을 들어야 할 것이다.
중립을 지키던 남자는 자신의 추종자가 붙으니, 그의 말은 날카로운 칼이 되었다. 이제는 좀 조심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이도, 그 주장에 반대하는 이도. 하지만 그것을 미처 깨닫지 못한 체 날카로운 칼을 뻗으며, “사랑도 마찬가지야. 돈을 위해서..? 음,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위해서 하는 거라고. 이렇게 보면 이 나라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문제인 것 같기도 하군.” 싸구려 커피를 입에다 가져다 댔다.
이를 듣던 이는 눈살이 찌푸려졌다. 그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를 만큼 실눈이 되었다. “그건 아니야.” 갑자기 자신의 추동자를 잃은 남자는 놀라며, “어? 갑자기 뭐가 아니야? 다 연결되는 논리야.” 고개를 저으며, “아니 사랑은 다르지.” “뭐가 다른데?” “다, 전부.” 그 대답에 이만큼 모지리었나 생각하며, “정확하게 설명해야지 무슨 그렇게 퉁 쳐?” 침묵이 이어졌다.
답답했던 논의 진행자는 말을 이으며, “이 나라도 그렇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돈 때문에, 말하자면 자신의 이익 때문에 모든 일을 해. 정치, 선생, 학생, 윤리에 관련된 문제까지도. 사랑이라고 아닐 게 뭐가 있어? 나의 욕구, 욕망, 스펙을 위해서. 안 그래? 반박을 하려면 설명을 하란 말이야 논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전부 달라, 사랑을 특별하다고. 굳이 예를 들어? 그래?” 감정이 고양되었다. 자신을 쑤셔대는 저 상대의 칼날에 머리를 뜨거워져 가며, “’사’. 이건 특별해 뭔가 다르다고. 일, 이, 삼, ‘사’. 이 ‘사’를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특별 취급한단 말이야. F로 표현하기도 하고, 입에 담기 힘들어 하기도 하고. 그러니 ‘사’랑도 뭔가 다르지.” 그는 자신이 충분히 논리적이라고 생각했다. 날을 새우며 칼날을 맞대기 위해 말을 뱉었지만 이 역시 그 안에서 진리가 되어갔다.
반면 헛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던 남자가 있다. “너 진짜 바보가 다 됐구나. 요즘 연애한다고 그러니?” 목을 가다듬고, 자신이 완벽하게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는 재판장처럼, “제발 개인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보편적으로, 중립적으로 따지면서 사실을 구하자고. 쓸데없는 감정이랑 사적인 신념에 붙잡히지 말고.” 누구보다 개인적이고, 자신의 발언에 심취하여 칼을 들이 밀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적중이다. 이 남자의 사적인 신념이 저 ‘연애하는 남자’라는 편견을 두른 이의 신념을 베었다. 간단한 편견이 더 이상 이야기를 진행하지 못하게 할 때가 있다.
전쟁의 서막이다. 고요를 지키는 두 남자의 사이에는 이름모를 긴장이 있다. 상대의 허점을, 나의 보안을 고려하는 것이 전투를 하기 전 최후의 대비를 하는 국가들의 모습과 똑같다. 들숨을 쉰다, 그것이 시작 신호가 되며, “내 말은 사랑을 한 차원 더 고귀한거라는 뜻이야. 특별한 힘이 있다고 개인적인 것을 뛰어넘는. 그건 우리가 알기 힘든 것이지.” ‘넌 정말 수준이 낮군.’ 고개를 가로젓는 남자이다. “전혀 동의가 안 되는군. 물론 사랑이 독특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가 알기 힘들 정도는 아니지.”
이를 듣던 남자의 시선은 사선을 향하지 않는다, 본인의 연기조차 포기할 정도의 진심 어린 자존심의 스크래치가 나고 있는 중인 것이 분명하다. 이를 무시한체, 말을 잇는다. “결국 진화된 생명체의 산물이잖아? 사랑은 번식을 위한거고, 너의 사랑도 성관계를 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어?” 상처받은 남성의 표정은 점점 구겨져 간다, 마치 나에게 엄청난 모욕이 되었다는 듯이 상대를 향한 역겨움을 감추지 못한다. 이 변화를 알지 모르는지, “제발 정신을 차려, 과학을 거부 할 거야? 사랑을 할 때 뇌 작용으로 인해 인간이 받는 놀라운 영향이 있지, 다만 그것은 그저 개인의 느끼는 만족과 쾌락일 뿐이야.”
손으로 테이블을 치며, “도저히 못 들어 주겠네, 너는 그 미친 과학으로 모든 걸 설명하려 드는 군. 너가 말하는 건 사랑 따위가 아니야, 그냥 뇌의 전기 자극이란 과학을 ‘사랑’이라는 신화로 포장하는거지. 어떻게 사랑을 그 따위 것으로 보면서 아무것도 못느껴? 정말 사랑이 그 따위 거라면, 젠장, 우리는 살 필요가 없다고!”
이들은 왜 이러는 것일까, 아주 단순하다. 한 남성은 최근에 연애를 시작했고 한 남성은 최근 진화록 관련 서적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지나가는 지식을 맛보고 있는 와중에 이를 말할 기회를 잡은 것일 뿐이다. 헌데 무엇이 이들을 이토록 폭력적인 전쟁에 들게 만들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괴이하다.
1차전은 끝났다. 이제는 더 이상 최소한의 논리도 없다. 그저 더 날카로운 칼날을 원하고, 그 수단으로 논리라는 이름의 칼을 다듬을 뿐이다. 상처입은 자신을 치유하고, 상대를 공격할. 사실 이제 둘 다 지쳤으니 서로 손을 잡고 새로운 공격대상을 물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싸구려 커피에 이은 새로운 희생양이 필요한 시점에, 전화벨이 울린다.
“무슨 일이야? 어, 그지. 왜? 알겠어.” 스피커 폰으로 테이블 위에 휴대폰을 올린다.
“아, 친구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어제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 말을 끊으며, “외가? 친가?” 당황한 기색, “그건 중요한게 아니라.” 코웃음을 친다. “그게 왜 안중요해? 너에게 있어 어느 쪽에, 어느 정도의 애정이 있는지, 사실 또 생물학 적으로는 외가쪽인 더 끌리는 건 사실이지.” 이는 자신이 이만큼 날카로운 칼을 갈아 놨다는 것을 알려준다. ‘조심해’라고 말하는 이 폭력적인 말은 아주 교만하게도 이 말을 하는 개인에게는 엄청난 정당성의 논리로 받아드려진다.
“그래, 외가야. 아무튼 좀 조문을 와줬으면 해서.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보이시는데 너네가 또 와주면 좀 괜찮아 지실 수도 있어. 너네 있는 곳에서 근처야 주소 보내줄게.”
한층 더 의기양양 해져서 말한다. “그게 본질인 것 같아? 어머니한테 필요한 건 이런 겉치레 의식이 아니야. 안 그래?” 이는 신호다, 우리의 전쟁을 멈추고 저 놈을 격파 시키자’ 하는. 이에 응답하며, “그럼, 사실 미국만 봐도 조문 같은 건 없지. 사회와 구식이 만든 일종의 허상이야. 무슨 의미가 있는 것처럼 꾸며 놓은.” “그래 그거라고, 그런 허상으로 위로 받아도 그건 전혀 의미가 없지. 스스로 이겨낼 필요가 있어. 참고로 너도 도와주지 마, 이건 아주 중요한 문제야 그지?” “그럼! 이 사회가 아직 벗어나지 못한 구식 시스템을 우리부터 벗어나는 거야. 나부터 시작하는 게 중요하니까!” “그래! 그러니까 우린 본질적으로 가자고 어머니가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받아드리게 하고 앞으로 그 빈자리를 채워 나갈 대상을 만들면 돼!” “하긴 쟤네 아빠도 일찍 돌아가셨으니까 외로움이 더 크겠지.” “그렇네! 그럼 남자를 소개해드리면 좋겠다! 그게 훨씬 본질적인 해결법이야!” “역시, 넌 참 논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 그래, 이런 해결책이 있는데 조문 따 따위 하는 건 마치 초장이 놓여있는데 브로콜리를 레몬즙에 찍어먹는 격이지!” 놀라운 진리를 깨달았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다. 전화는 언젠가 끊겨 있었고 그들의 표정은 마치 살육을 즐기는 사이코패스와 같았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것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내면의 원초적인 본능인 교만과 서로 입힌 상처의 회복의 수단 따위의 것이다.
이들의 고양된 감정은 더 이상 주체 되지 않는다. “잠깐, 잠깐. 이봐 뭔가 이상한데.” “뭐가?” “브로콜리는 초장에 찍어 먹는 게 아니야. 샐러드 따위에 곁들여 먹는 거지. 초장에 찍어 먹을 바에야 레몬즙이 더 좋지!” 상처를 입었다,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논제인 것이 분명하지만 이미 이들에게는 별의별게 다 논리적이고 진리이기 때문에 이런 가벼운 대화도 그들의 인생이 걸린 질문과 다를 바 없다.
시간이 흐르고 계속 대화의 주제는 같다. “내가 말했잖아, 빨강과 초록은 이미 너무 조화로운 완벽한 거라고. 너가 좋아하는 진화적으로도 그냥 육감으로도!” “무슨 빌어먹을, 대화가 안 통하네 브로콜리를 만들고 개량한 곳에는 초장 따위는 없어! 조금이라도 비슷한 것도. 목적에 어긋난다고!” ‘브로콜리의 진리의 대한 논리’라는 칼은 꽤나 날카롭고 강력했다.
“안녕” 새로운 목소리다.
남자들은 전쟁을 멈췄다. 본인들이 내렸던 결론에 의해 이제는 타인을 판단하고 마음 것 비판할 수 있는 짜릿한 순간이기 때문이다. “너는 원래 여기 오냐?” “어, 왜?” “아니 이런 직업정신도 없는 싸구려 맛 나는 곳을 왜 오는데? 메가커피라는 위대한 선택지가 있잖아?” 한쪽을 완벽히 낮추려면 다른 한쪽은 신격화 할 필요가 있다. 그저 그런 목적으로 말한 아무 의미 없는 말이 앞으로 이 남자 둘의 인생에서는 진리로 여겨질 것이다. ‘메가커피는 위대한 선택지다.’
새로운 인물은 당연한 질문이라는 듯이, “더 싸잖아. 나 돈 없어, 솔직히 그 정도의 미세한 차이를 느낄 혓바닥도 없고. 카페인 정도만 얻으면 돼.” “아니 이건 미세한 차이가 아니야! 성의가 없는 정도라고!”
이들의 말하는 방식에 깜짝 놀란다. “야, 아무리 그래도 주인장이 바로 저기 있는데, 소리 다 들리겠다.” 의자를 빼 앉으며, “너 새로 머리 했네? 잘 어울리는데?”
자신을 향한 칭찬의 만족과 전에 자신이 내렸던 결론을 부정 당하는 언짢음이 충돌한다. 요상한 기분을 느끼며 벙어리가 된 남자다.
“너네 소식 들었지? 걔가 전화할 정도면 꽤나 심각한 모양이야. 너네 언제 갈거야?” 남자 둘은 서로를 처다 보았다. ‘새로운 적이야. 우리의 완전 무장으로 쳐 부셔주자.’ 그렇게 대화하는 듯싶다. “야, 그딴 게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도태된 과거가 만든 허상인 조문이 말이야.” “그래, 미국만 봐도 이런 구시대적인 활동은 없어진 지 오래야.”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그게 뭐가 중요해?” “그게 조문의 진리야, 잘못 된 건 바로잡아야지.” “그냥 기본 예의라는게 있잖아!” “예의라는게 뭔데? 논리적으로 설명해봐.” 새로운 인물은 벙쪘다. 이들은 자신들의 방식이 가장 인간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모든 일에 입하는 태도도, 자세도, 싸우는 방식도. 다만 신참이 느낀 황당함은 마치 썩은 토사물들의 다툼을 보고 있는 듯했다.
“친구가 부탁하는데 안가? 그런 질문은 갔다가 나중에 해도 늦지 않아.” “친구란 무엇일까? 나중이라면 언제? 이봐 넌 너무 감성적이고 대책이 없어.” 이게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의논? 조금은 과격할지 몰라도 진리를 탐구하는 논쟁? 쟁투, 그 뿐이다.
고조된 분위기, 고양이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사뿐히 뛰더니 신참의 무릎 위에 올라간다. 이 상황을 본 두 남자의 모든 무장은 해제됐다.
“너가 사서 키우는 고양이야?” 그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신참이었다. “그러니까, 이 동네에 다니거나 그런 놈은 아니지?” 미소를 머금은 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아니, 요 쪽 길목에서 만났어. 운명적이지?”
당황했는지 다리가 계속 떨린다. “무슨 수로? 나도 다 시도해봤는데? 어떻게 한거야?” 역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체 있자, “어떤 참치캔을 썼어? 어디 회사거야?” “그런 거 안 썼어.” 손뼉을 치며, “아 역시 캣닢을 썼지?” “그게 뭐야?”
남자들의 말문은 서서히 막히며 답답함을 느꼈다. “그럼 어떻게 얻었는데 그거?” 황당한 기색으로, “너무 기계적으로 접근 하지마. 고양이가 무슨 프로그래밍 된 것도 아니고. 그냥 간절히 바라고 있다가 나에게 다가와 주었을 때 사람처럼 대해주면 돼.”
남자 둘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테이블을 쾅하고 내리쳤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쓰지 말고 논리적으로 판단해서 알려줘. 뭐가 너가 했던 특별한 게 있겠지!” 어깨를 으쓱, “난 이미 다 말했어, 그리고 지금 난 고양이랑 같이 있고.
그들은 한동안 계속 의문을 쏟아냈다. ‘전혀 논리적이지 않아’ ‘이성적이지 않아’ ‘인간적이지 않아’ 그 시끄러운 말 속에 뛰쳐 나오는 말 한마디, “만져 볼래?” 그의 건너편에 있는 두 남자는 입을 멍하게 벌린 체 그를 뚫어지게 처다 본다.
“아니, 젠장할 고양이는 없어. 너가 거짓말을 하는 거겠지.”
“그래 이게 인간의 답이야.”
이 대화를 들은 여러 인물들 중 직사각형 테이블에 앉아 있던 술판의 술꾼들은 이렇게 이 대화를 평가한다. “야! 고양이가 카페에 들어와도 돼?” “안되지.” 그 기준은 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