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평안과 고요를 찾아 :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듣고>
우리는 종종 지치고, 피로를 느끼곤 한다. 그것이 반복되는 일상이든, 고된 작업이었든 간에 적은 휴식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김광석의 노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하모니카 선율을 따라 노래하는 소박한 가사로 우리를 위로한다. 소박한 행복. 가수 김광석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단어다. 통기타와 하모니카의 선율이 어우러진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나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힘들어 주저앉을 때면 언제나 날 다시 일으킨 노래다.
노래는 ‘그곳으로 가네’라는 가사의 반복이 주로 이루어진다. 김광석이 말하고자 했던 ‘그곳’은 무엇이었을까? 내겐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신만의 안식처를 노래하는 것처럼 들린다. 바쁜 삶을 살다가도 돌아갈 수 있는 공간은 무척이나 소중할 것이다.
고등학생 시절, 바쁜 학업과 입시를 준비하며 몸도 마음도 여유가 없는 상황에 몰렸던 것이 기억난다.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은 물론이며 친구들과 마음껏 놀 시간도 갖지 못했던 시기의 나는, 잠깐씩 짬을 내어 노래를 두어 곡 듣곤 했다. 신나는 반주가 강조되는 노래, 잔잔하고 아름다운 가사가 두드러지는 노래 등 많은 노래를 들었지만, 거의 매일 빠지지 않던 곡이 바로 김광석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었다. 야간 자율 학습을 끝내고 집에 돌아가는 길, 친구들과 일부러 먼 길로 돌아 산책하며 노래를 듣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추억도 생각난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대도 매일 찾아오는 밤의 그 시간이 내겐 무엇보다 기다려졌다. 노래에서 가사가 말하는 ‘그곳’이란, 내겐 이런 것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께서 가수 김광석을 무척 좋아하셨기 때문에 나 또한 그의 노래를 자주 듣고 일찍 접했다. 가수 김광석의 많은 노래들을 들었지만 어린 내가 특히 좋아했던 곡은 이 노래였다. 대부분의 김광석 노래는 우울 혹은 이별, 슬픈 감정을 노래하지만, 밝은 분위기의 이 노래가 어린 마음에 다가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때는 가사를 들으며 그저 예쁘다는 생각과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나에게 선물과도 같은 휴식을 선사하는 가사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것이 아니어도 소박한 안정과 행복이 가장 좋은 것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 또한 들었다.
가사 속에는 ‘햇살이 웃고 있는 곳’,‘나뭇잎이 손짓하는 곳’이라는 구절이 들어 있다. 햇살이 웃는 것처럼, 나뭇잎이 손짓하는 것처럼 보이는 곳은 얼마나 아름다운 곳일까? 굳이 어떤 멋진 장소가 아니라도, 본인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즐거운 곳이 있다면 정말 큰 축복이자 행운일 것이다. 점점 더 신경 쓸 것들이 많아지고, 바쁜 세상 속에서 잠깐 쉬어갈 수 있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내가 지금 걸어가는 일이 과연 옳은 길일지, 막다른 길일지는 알 수 없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싶다. 열심히 살아가며 나만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당당하게 쉴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국어교육과 202313667 김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