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여기 숙소를 출발할 땐 날씨가 좀 흐릴 모양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전거를 맡기고 춘양을 벗어날 무렵부터 점점 좋아지는가 싶었는데,
거기 '백두대간 수목원'을 지나면서(서벽)는 거의 투명한 가을날씨로 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근데요,
여기 '봉화군'이 크긴 하지만, 저는 거기 '서벽'만 지나면 곧 강원도와 만나는 줄로만 알았는데,
그게 아니드라구요.
한참을 달려도(큰 고개를 넘어) '우구치'라는 곳도 있고, 거기서 더 가도.... '금정' '와흥' 등, 아직 '춘양로'가 이어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거기도 '춘양면'이라는 것이었지요.
게다가 얼마나 산골이던지,
"아니, 이런 산골도 있었단 말인가요?" 하고 저는 놀라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상당히 오래 전에 이 길을 차를 타고 지났던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다시 지나면서 보니, 정말... 산골도 이런 산골이 없드라구요.
게다가 또 경치는 얼마나 좋은지......(산골풍경이)
"차 좀 세워주세요. 최소한 사진이라도 찍고 가게요..." 하고 소리를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그래서 차를 세워, 주변 풍경 사진을 몇 컷 찍었는데,
그러지 못하고 지나친 풍경이 너무 많아, 아쉽기만 했답니다.
길가의 단풍들도 막 들기시작하는데, 그 색이 얼마나 곱던지요......
그러고 보니, 제가 여기 봉화에 와서 지내면서... 더 가봐야 할 곳이 늘어나고도 있었다는 겁니다.
'이제 남은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데, 언제 이런 데까지 다닌담?' 하는, 고민도 생기고 있었구요.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차후에 다시 가봐야 할 곳의 목록에 담아둘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영월군'에 접어들었는데,
거기는 또 거기 대로... 풍경이 저를 감탄케 했습니다.
'여기는, 이렇게 차가 아닌... 자전거로나 걸어서 다녀야 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에,
'이 가을이 너무나 좋은 기회인데, 이렇게 좋은 날씨의 가을날은 쉽지 않을 거고......' 하는 정말, 벌써부터 걱정부터 되고도 있었답니다.
그 계곡이 '내리계곡'이라고 하는 것 같던데, 거기로 흘러내리는 강줄기는 '봉화'쪽보다 폭이 넓고 또 풍경의 모양새도 조금은 달라 보이드라구요.
봉화 쪽은 '낙동강'인데, 이쪽은 '한강'으로 흘러갈 것이었거든요.
그래도 멋졌습니다.
정말 거기 어디쯤에 내려서 그냥 정처없이 걷고도 싶었답니다.
그렇지만 제 개인적으로 그럴 수도 없었고, 손님들의 바쁜 일정에 제가 따라붙었던 처지라... 그저 감탄만 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렇게 '김삿갓면'에 접어들어, 또... '와석'이란 곳에서 꺾어졌는데,
그 계곡이 또 일품이드라구요.
계곡을 따라 들어가는 길이 제법 길었는데, 어디든 멈춰... 정말 맑은 물에 발이라도 담그고 싶은 충동에,
'내, 다음에...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이 주변을, 꼭... 다시 한 번 돌리라.' 각오도 했답니다.
그리고 결국 그 분들이 가고자 했던, '김삿갓' 묘지 부근의 한 가게에 닿았는데,
그 분들은 그곳에 젊었을 때 왔다가,
그 가게의 노인 부부와 친해져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왕래를 계속하는데, 그 사이에 영감님은 돌아가셨고, 할머니는 아직 살아계셨는데,
우리가 도착하자, 할머니는 바로 사람을 알아볼 정도로... 정정하시드라구요.
아, 우리는 거기서... '감자전'을 시켜, 현지 막걸리를 마시게 됩니다.(위)
그런데요, 그 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그리고 우리도 기분이 좋아 마시다 보니,
어느새 감자전이 세 판으로 늘었고, 막걸리도 거의 저 혼자 마셨는데... 두 병을 채우고 있었답니다.
그러니, 저는... '낮술'을 하고 있었음에도, 기분이 좋아져서... '행복' 운운하고, 횡설수설(?)할 수밖에요......
근데요, 사실 저는... 다시 '분천'으로 돌아와야 되는 사람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얘기 끝에, 그 할머니 따님(따님이 이제는 이어서 그 장사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이... 저를 제 숙소까지 차로 데려다 준다는 말까지 나왔었는데,
우리가 거기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는 중에 손님들이 밀려 들어와,
도무지 짬을 낼 수가 없게 되어,
우리는 과감하게 계획을 수정하게 됩니다.
'이게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하면서, 일정에 쫓겨 거기를 떠나올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래서 이젠 '영월'로 향했습니다.
거기에 가면, '봉화'거나 '영주'에 가는 버스가 있을 거라면서요.
그렇게 되어야 제가 '분천'까지 돌아올 수가 있을 터라서요.
물론 저는,
"이대로 서울까지도 함께 갈 수도 있습니다."하는 말과 함께,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그럴 각오도 했었는데,
기분만 좋다면, 서울 아니라... 뉴욕이라도 갈 수 있는 게 저란 사람이니까요.
그렇게 이제 '영월'을 향해 가고 있는데, 거기 역시 풍광이 여간 좋지가 않더군요.
그런데 그 분들은 '구인사'에 들러 서울로 가는 계획이었기에, 영월까지 가는 건... 돌아나와야 하는 길이었거든요?
한참을 달리던 나는 그 생각이 스쳐,
'이정표'에 '단양'이 보이면서는,
"그러지 말고, 차를 단양 쪽으로 꺾으세요." 했는데요,
두 분이 어리둥절해 하시기에,
"저야, 영월이거나 단양이거나... 어떻게든 '영주'만 갈 수 있으면, 그 다음엔 제가 알아서 갈 테니... 그렇게 하세요. 시간도 절약하고, 제 생각으론... 이쪽 길로 가도 아름다울 것 같아서요." 했답니다.
왜냐면, 저는 이미 '영월'은 몇 차례 들렀던 곳이라, 아직 가보지 않았던 지역을 통과하고 싶었던 거라서 그렇게 순간적으로 결정을 했는데,
제 말대로 차가 다시 '단양'쪽으로 꺾어졌고,
아, 거기도 참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영춘면'을 지나면서는,
"야, 이름은 촌스럽기 그지없는데('영춘'이란 이름이 안 그렇습니까?), 경치는 너무 좋네!" 하고 감탄을 연발하게 되었고,
그러자 운전하신 분이 차를 세워주어,
거기서 바라다 보이는 '소백산' 자락을 사진으로 담았는데요,
아, 아름다웠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이런 곳도 와보지 못해놓고서, 어디 한국을 다 돌았네... 뭐네... 했을까?" 하고, '자전거 아저씨'란 책을 쓰면서, 우리나라는 상당히 많이 가보았다고 자부해왔던 전데, 아직도 갈 곳은(안 본 곳은) 너무도 많다는 걸... 여기를 지나면서 느끼고 있었던 거지요.
그렇게, 충동적으로(순간적인 결정으로) 일정을 금방금방 바꿔가면서... 저(우리)는, 아름다운 시월 말의 가을날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이건, 정말... 환상적 아닌가요?" 하면서요.
셋 모두가 다 그런 성향이라, 반대의견은 하나도 없이... 그렇게 세 노인네(? 두 분은 저보다 연장자십니다.)가 '봉화' '영월' '단양'을 휩쓸고(?)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단양'을 향해 달리고 있었는데,
저는 잠시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더니,
'단양'에 가면, '영주'에 가는 기차가 있었고,
그 기차가 영주에 닿으면, 한 30분 기다리면... '동해'에 가는 기차가 있는 걸 확인했고,
"야, 운좋게도... 기차가 바로 연결이 되네요!" 하자,
그 분들도 좋아했지요.
그래서 그분들은 아까 거기 계곡에서 막걸리 자리가 길어지는 바람에 시간에 쫓겨 '구인사'행은 포기를 했고,
저를 '단양'에 내려주는 걸로, 서울로 향할 거라고 수정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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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내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