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대부분의 루푸스 증상들은 다른 병의 증상과 비슷하고 어떤 때는 생겼다 없어졌다 하며, 시간이 경과하면서 병이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아 처음부터 진단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다른 질병에서와 같이 조직검사나 어떤 한 가지 검사를 통하여 확진하는 경우는 없고 환자의 병력과 증상, 일반검사, 면역기능과 관련된 몇 가지 검사결과들을 세심하게 종합함으로써 진단하게 됩니다.
미국류마티스학회(American College of Rheumatology: ACR)는 루푸스를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다른 질병과의 감별에 도움이 되는 11가지 증상, 징후 및 검사소견을 1982년에 발표하였고, 1997년에 개정하였습니다. 루푸스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11가지 중에서 4가지 이상이 나타나야 하며, 이러한 증상 및 징후들은 한꺼번에 전부 나타나지 않고, 시간 간격을 두고 관찰되어도 진단할 수 있습니다.
1. 루푸스 진단에 이용되는 검사
1) 항핵항체(ANA 또는 FANA) 검사
루푸스가 의심되는 증상이나 징후를 보일 때 가장 먼저 시행하는 선별검사가 면역형광을 이용한 항핵항체(ANA 또는 FANA) 검사입니다. 루푸스 환자의 약 97%에서 양성으로 나타나므로, 만일 이 검사에서 음성반응을 보인다면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환자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전에는 항Ro/SS-A 항체가 양성인 경우 일부 환자에서 항핵항체검사가 음성으로 나오기도 하였지만, 최근에는 항핵항체검사 방법이 개선됨에 따라 항핵항체가 음성인 루푸스는 거의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루푸스를 비롯한 다른 류마티스질환인 ‘쇼그렌증후군’, ‘전신성 경화증’, ‘피부근염/다발성 근염’, ‘복합교원성 질환’에서 양성으로 나올 수 있으므로 증상, 징후 및 추가적인 항체검사를 통하여 이들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항핵항체검사 결과는 양성, 음성 이외에 역가(力價)로도 나타냅니다. 역가는 환자의 혈청이 항핵항체검사가 음성으로 나타날 때까지 환자의 혈액을 몇 번이나 희석하였는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따라서 1:640의 역가는 1:320이나 1:160의 역가보다 항핵항체 농도가 높음을 나타내며, 항체 역가가 높을수록 루푸스 및 연관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합니다. 대개 1:100 이상의 역가를 양성으로 판정하지만 검사실마다 방법에 따른 기준이 다를 수 있습니다.
항핵항체검사는 건강한 사람의 약 20% 정도에서도 약한 양성으로 나타나며, 연령이 증가하면서 항핵항체 양성률 및 역가가 증가하지만 대부분은 루푸스나 연관질환으로 발전하지는 않습니다.
2) 다양한 자가항체 검사
항핵항체 검사가 양성으로 나온 경우 전신성 루푸스를 확진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확진검사를 시행하여야 합니다. 항핵항체 검사가 양성으로 나오는 질환은 이미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종류가 있는데, 세부적인 항체 조사를 시행하게 되면 이들 질환을 감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항dsDNA항체와 항Sm항체는 루푸스에서만 발견이 되므로 루푸스를 확진하는데 매우 유용한 검사입니다. 이 중에서도 항dsDNA항체는 루푸스 질병이 악화될 경우에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질병활성도를 판단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항histone항체는 전신성 루푸스뿐만 아니라 ‘약물-유발성 루푸스’에서도 발견이 되는데, 만약 다른 항체는 존재하지 않으면서 항histone항체만 보인다면 ‘약물-유발성 루푸스’를 고려해야 합니다. 항RNP항체는 루푸스에서도 발견이 되지만, 다른 항체 없이 이 항체가 매우 높은 역가를 보인다면 ‘복합교원성 질환(MCTD)’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항Ro/SS-A항체와 항La/SS-B항체는 루푸스와 ‘쇼그렌증후군’에서 주로 발견이 되는데, 이들 항체가 양성인 산모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중에서 극히 일부는 출산 후 선천성 심장박동이상과 같은 신생아루푸스 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임신 중 관리가 필요합니다. 이 밖에도 항ribosomal P항체가 양성을 보이는 경우는 우울증이나 정신병적 증상을 보이기도 합니다. 이렇듯이 세부적인 항체조사는 루푸스의 정확한 진단뿐 아니라 임상양상을 구분하는데 도움이 되며, 일부는 증상의 악화와 완화를 판정하는데 도움이 되므로 루푸스가 의심되는 환자에서 항핵항체가 양성인 경우는 추가적으로 여러 종류의 항체조사가 필요합니다.
항핵항체와는 별개로 루푸스 환자의 약 25%에서는 항인지질항체가 존재하게 되는데, 항인지질항체는 크게 항카디오리핀항체 또는 루푸스 항응고인자로 나뉩니다. 이들 검사가 양성인 경우에는 동맥이나 정맥에 피가 비정상적으로 응고되는 혈전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정맥의 혈관이 막히는 심부정맥혈전증을 보이거나 심한 경우는 뇌동맥이나 폐동맥이 막히는 뇌졸중이나 폐전색증과 같은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항인지질항체 역가가 높은 경우에는 유산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루푸스 환자에서 임신 10주 이후에 원인 모를 유산이 반복해서 발생한다면 이러한 항체조사를 시행하여야 합니다.
3) 보체
혈액 내 보체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도 전신성 루푸스를 진단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보체는 혈액 내 단백질로 우리 몸에 침입한 박테리아를 파괴하고 염증반응에 관여하는데, 보체 단백질은 영어의 앞글자인 ‘C’와 숫자를 붙여 표시합니다. 가장 흔히 시행하는 보체 검사는 C3, C4와 CH50입니다. 혈액 내 이들 보체 수치가 낮으면서 항핵항체가 양성이면 루푸스로 진단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항dsDNA항체가 높으면서 C3, C4, CH50 보체 수치가 낮다면 루푸스 콩팥염과 같은 활동성 질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적절한 치료를 받아 염증소견이 감소하게 되면 보체는 거꾸로 증가하게 되므로 루푸스 증상의 호전과 악화를 예측하는 지표로 이용되기도 합니다.
4) 조직검사
조직검사는 기관이나 조직의 상태를 평가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입니다. 이는 조직을 일부를 떼어 내어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암이나 결핵을 비롯한 많은 질환들은 확진하는데 조직검사가 이용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조직검사만으로 진단하지 못하는 질환 중에 하나가 루푸스입니다. 하지만 신장이나 피부침범이 있을 때 이러한 병변이 루푸스와 연관된 것인지 혹은 다른 질환에 의한 것인지를 감별하는데 조직검사가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신장침범이 있는 경우는 조직검사를 통하여 신장의 염증과 손상정도를 판단하여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조직검사로 확인된 루푸스신염 제3형이나 제4형인 경우는 예후가 좋지 않으므로 강력한 치료를 시행하게 되며, 만성염증으로 인한 섬유화가 진행되어 신장기능이 저하된 제6형인 경우는 면역억제 치료를 최소화하거나 중단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이러한 치료 결정을 위해서는 조직검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2. 질병 활성도 평가
루푸스로 확진을 받은 환자는 일정기간 치료로 완치가 되지는 않고 질병이 악화와 완화가 반복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의사는 이러한 증세의 변화에 맞추어 약제를 잘 선택하고 용량을 조절함으로써 질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루푸스는 다양한 증상이 발생할 뿐만 아니라 고열같이 감염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므로 치료결정이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의사들은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거나 기존 증상이 악화되었을 때 이것이 루푸스 활성도가 증가했기 때문인지를 판단하기 위하여 혈액 및 소변검사를 주기적으로 시행합니다.
일반적으로 루푸스가 악화될 때는 우선 기존의 증상이 심해지는 소견을 보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관절이나 피부 침범이 있는 경우 이들 증상이 심해지며 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경우에 질병활성도를 판단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검사들을 시행합니다. 대개 혈액검사에서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혈청 보체(C3, C4, CH50)가 감소하는 반면 혈침속도인 ESR과 항dsDNA 항체가 증가합니다. 신장침범이 있는 경우에는 소변검사에서 단백뇨, 혈뇨 및 세포주 등이 새로이 나타나든지 혹은 증가하게 됩니다. C-반응단백인 CRP는 ESR과 달리 루푸스 환자에서 염증이 높은 경우라도 증가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감염이 있는 경우에 증가하게 되어 발열이 있는 루푸스 환자에서 감염이 동반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언급한 검사들은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혈액 및 소견검사로서, 각각의 장기 침범이 있는 경우는 이들 장기 침범의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자세한 검사가 추가로 필요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