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재, 신앙(제일교회) 22-30, 저녁 식사 초대
지난번 목사님과의 약속이 어긋나고 다시 의논했다.
금요일 점심은 선약이 있어 저녁 식사를 원하셨다.
아저씨가 목사님 내외분을 댁에 초대한 것이다.
시간은 5시면 좋다고 했다.
마트와 반찬 가게를 두루 들러 장을 봤다.
목사님은 평소 어떤 음식을 즐기시는지 미리 부목사님께 슬쩍 여쭈었다.
고기를 좋아하신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표고버섯을 듬뿍 넣은 소불고기를 계획했다.
야채 샐러드와 각종 나물 반찬, 국은 청국장을 준비했다.
고기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야채와 과일은 다듬어 씻었다.
그동안 아저씨는 거실과 안방을 청소하고 쓰레기를 분리했다.
불린 쌀을 밥솥에 담아 30분 전에 취사 버튼을 눌렀다.
표고버섯을 어슷 썰어 양념된 소고기와 볶았다.
참기름 몇 방울에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가스 한 구가 남아 멸치 육수를 우렸다.
물국수가 먹고 싶은데 육수 내기가 귀찮다는 말에 큰 냄비에 가득 우려냈다.
텃밭에 부추가 많은데 베질 않아서 꽃이 폈다.
불고기 할 때 넣으면 좋겠다 했더니 아저씨는 당장에 부추 한옴큼을 베어다준다.
불을 끄기 전, 손질한 부추를 넣었더니 색깔이 좋다.
"상재 씨, 내가 집을 잘 못 찾겠어요. 집앞에 좀 나오실래요?"
"예, 알겠습니다."
골목이 많은 동네라 매번 헷갈리시는 듯하다.
"번거로울 텐데 이리 초대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목사님과 동행한 사모님은 아이의 손을 잡고 들어오면서 인사한다.
교인의 아들을 방과 후에 잠깐 봐주는데 두고 올 수가 없어 함께왔다.
"목사님, 이거는 추석 선물입니다. 사모님 것도 들었습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나는 상품권을 봉투에 넣어놓고 깜빡하고 그냥 왔습니다. 이번 주일에 교회에서 만나면 그때 드릴게요."
명절을 그냥 보내지 않고 나누는 일, 식사 초대하고 손님을 맞는 일상에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이번 명절이 더 그렇다.
풍성하고 풍요롭다.
2022년 9월 2일 금요일, 김향
성도의 가정에서 식사하며 교제하니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기뻐하셨을 거예요. 물론 대접하는 아저씨도 기쁘셨겠죠. 사는 듯이 사십니다. 아기 표정이 참 밝네요. 천사가 함께한 듯합니다. 월평
첫댓글 '아저씨가 목사님 내외분을 댁에 초대했다.'
목사님 내외분 맞을 준비하며 집 청소를 하고 장을 봐서 음식을 준비하며 아저씨 집이 북적거렸겠습니다.
사진 속 아저씨의 표정이 편안해보입니다.
아저씨가 지금 집으로 이사하시기를 정말 잘하셨구나 싶었습니다.
아저씨 댁에 오가는 손님이 많으니 고맙습니다.
직접 장 보고 식사를 준비하고, 식탁 위에 가지런히 차리는 동안 내내 설레고 떨렸겠어요.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정성스레 꾸민 집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 인생을 살아가며 느낄 수 있는 행복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박상재 아저씨도 참 행복하게 사시는 것 같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