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나절, 하나로 마트에 가서,
명절날 차례상을 차리기 위하여선 미리 건어물이나 사다놓아야겠다는 생각에
홍합새비와 황태포 등을 사가지고 집에 왔는데,
현관문 손잡이에 쪽지 한 장이 강아지풀의 실같은 줄기로 묶여있다.
“붕어 두어 마리 가지고 왔다가 언제 오실지 몰라 돌아갑니다.”
퍼뜩 짚이는 친구가 하나 있다.
마트에 갔다 온 시간이 많이 잡아야 한 사십여 분인데
하필 그 사이에 그 친구가 왔다간 모양이다.
꼭 화장실 갔을 때 몇년만에 걸려온 애인의 전화를 받아보지 못한 기분이다.
이곳에 이사 온 지가 아마 한 달 조금 넘는데 걸어서 20여분 거리에
저수지가 하나있다.
해질녘이면 낙조가 금가루를 뿌려놓은 듯이 물결에 금빛이 반짝 거릴 때는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꽉 잡고 마냥 있고싶을 정도로 황홀하게 하기에 간혹 간다.
또 저수지 주위를 거닐다보면 이름 모를 꽃들이며, 지천으로 깔린 나팔꽃이며,
막 벙글어지는 구절초며, 내 사랑하는 애인의 닉인 쑥부쟁이며,
간간이 여기저기서 고개 내미는 코스모스며,
무리지어 역광을 세상에서 제일 하얗게 발하는 망초꽃이며,
눈을 호사스럽게 해주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지라
나도 모르게 어느 땐 발이 그쪽으로 가곤 한다.
하지만 주위를 다 돌아볼 수가 없는 아쉬움은 갈 때마다 남기고
돌아오는 건 사실이다.
한쪽면에 치외법권처럼 놓여진 움막 때문이다.
낡은 텐트에 얼기설기 달아맨 판자와 누런 비닐이 금방 문둥이라도 나올 것 같아
선뜻 그 쪽만은 발걸음이 내키지가 않는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옆면 쪽을 지나치는데 그 움막과 지근거리에서
낚시 하는 사람이 보인다.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인사삼아, “뭐, 좀, 잡히십니까?” 물어 보아도
“ 뭐, 그냥 그렇지요.” 귀찮다는 듯 시큰둥한 눈치이다.
한번 두 번 그렇게 인사만 나누다가 어디 사냐고 하여 언덕 너머 동네
맨 끝집에 산다고만 하였다.
고향이 어딘지, 왜 그곳에 움막을 짓고 사는지, 나이는 몇인지는 몰라도
나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고, 밥은 대충 어떻게 끓여먹는 것 같고, 낚싯대를 여러 대
펼쳐놓는 걸로 봐선 잡아서 어디다가 파는 모양인 것 같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볼 때마다 깊이가 묻어난다는 것이다.
그런 친구가 잠시 마트에 간 사이에 왔다가 갔다.
꼭 붕어가 욕심이 나서 가는 것 같아, 아침에 일산 누나가
여수 지인으로부터 낚시로 직접 잡은 거라며 박스에 얼음 채워서 왔다는 은갈치를
몇 마리 빼놓고 굴비 몇 마리 채워 보내준 것이 생각이 나서
소주 세 병에, 갈치 세 마리에, 애호박 하나에, 감자 다섯 개를
비닐봉지에 넣어가지고 움막으로 달려갔다.
오늘도 말없이 즉석 갈치찌개를 안주삼아 서로가 소주만 먹었다.
말을 하지 않아도 말은 부족할 게 하나도 없는데 소주는 두어 병 더 사갈 것을 잘못했다.
논어의 “ 멀리서 참다운 친구가 있어 찾아와 준다면 이 또한 사는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가 떠오른다.
아마 공자는 나보다도 더 친구가 없어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싶다.
(공자가 벌떡 일어나 “택도 없는 소리 좀 마라!” 할지 모르겠지만 , ㅎㅎ)
첫댓글 저는
오늘 점심으로
생선찜 먹었어요~
진시황이 부럽지 않네요. 저 정도면 밥을 양푼에다가 고봉으로 담아 먹을 것 같고요. ㅎㅎ
@파림 안그래도
두그릇먹었어요
@깨동맘 배가 하나도 없던데 두그릇이 들어가나요?
@파림 저
밥 무지좋아합니다
@깨동맘 밥도 어느정도 들어갈 데가 있어야 많이 먹는 것 아닌가요?
@파림 마구마구들어갑니당
@깨동맘 ㅎㅎㅎ 국수배가 따로 있다고 하더만, 밥배가 따로있는 모양이구먼요. ㅎㅎ
ㅎㅎ
여태까지
파림님!
글을 읽어 본중에
정말 이글은
방송국이나 드라마에
응모하셔도
손색이 없겠어요^^*
진짜 ..짱이에요^^*
진짜인가요?, 수향님,
그럼 낼부터 방송국이나 드라마에 응모 좀 해볼까요? ㅎㅎ
그러다가 응모나 공모꾼으로 리스트에 올라, 방송국에서 전화오는 건 아니겠죠?
수향님의 이름으로 올리면 어떨까요? 나오는 돈이나 상품은 절반씩 나눠먹기로 하고요. ㅎㅎ
그쪽은 솔직히 자신 있는데,,, 수향님 어때요? ㅎㅎ
남보다 더 감동을 주는데는 두째가라면 서러워 하는 성격이니까요.
서로의 관계를, 동업?,동행?,동지?, 동무?,
그말이 그말인 것 같고 한배 한번 타 볼까요? ㅎㅎ
@파림 저는
본업에
충실..할랍니다^^*
@수향(김은경) ㅎㅎ 좋다가 말았네요. ㅎㅎ
잘하셨네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추석에도 거기서 지낼건지,, 많이 걸리네요.
@파림 추석때도 챙겨드리세요.
@어쩌다가. 자존심이 대단하여 오라면 오지 않을 것이고 차례음식이나 몇가지 싸가지고가서 한잔 하려고해요.
@파림 좋은생각입니다.
비오는날 다시 한번 가세요.
저수지에 물안개 피어나고,낚싯대 드리우고 술 한 잔하면 운치가 캬~ 그만이네요.
아, 예. 정말 좋지요.봄엔 낚시대 두어 개 가지고 많이 다녔는데. 여름엔 너무 더워 다니기가 그렇더라고요.
추석 지나면 이제 좀 가야지요. 그런데 저수지에 움막치고 있는 사람은 워낙 꾼이라 같이 붙어서 하긴 그렇고
소주나 한잔씩 해야지요. ㅎㅎ
글을 읽으며 가는 길.
멀다고 투덜대다가 파림님 글 접하고 나니
어느새 정거장을 지나치고.
가는 길에서 사람의 향기는 이런 것이구나 하고 중얼거립니다.
앵?, 괜히 저 때문에 정거장을 지나쳐 속으로 욕한 건 아니죠?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