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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어렵기도 하고 마음먹기에 따라 아주 쉬운 일이기도 하다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다 주어도 하나 아깝지않았고, 더 주지 못해 안달이 날만큼 사랑했던 사람이 나를 떠나갔다.
온기가 사라진 텅 비어버린 마음의 방에 시들은 화초의 이파리가 나부끼고 있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 잘 했어 . 인연이 아닌가 보다 생각해 . "
술잔 앞에 앉은 친구녀석은 그녀와의 이별이 별일 아니라는 듯이 위로아닌 위로를 하였다.
어떤 이들은 사랑이라는 신성한 행위가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다 먹고 버린 음료수 깡통만도 못하다 생각한다
값어치 없고 언제든 갈아 끼울 수 있는 소모품 쯤으로 인식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나는 절대로 그렇다고 말하지 못한다 .
나는 안다 .
구 정희.
그녀가 나를 사랑하고 있었다는 것을, 또 그녀가 나를 떠나가야 했던 이유도 안다 .
그런 그녀를 억지로라도 붙잡지 못했다
가려는 마음을 품으면 언제든지 떠난다는 것을 안다.
헤어지려 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나는 왜 그대로 서 있었나 !
그것도 정희를 사랑한다는 이유에서였을까 ?
왜 한번 더 잡아 보려하고, 도전해보려 하지도 않았을까 ?
다시 나 스스로에게 질문의 방향을 돌렸다
나는 그녀를 진실로 사랑하고 있었느냐고 ?
그녀가 겪게 될 아픔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진실된 사랑이었을까 ?
그녀가 원하는 것을 재빨리 찾아서 마음의 문 앞에 올려 놓고 그녀가 힘들어하고 슬퍼할 때 진정한 사랑으로 그녀를 이해하고 상대했는가 하고 말이다 .
그 답은 시간이 흐른 후에야 찾을 수 있었다 .
아무튼 그녀는 떠나갔다.
내 나이 이제 예순이 갓 넘었다 .
이 나이에도 시리고 가슴이 꺼지는 실연의 아픔이 있다는 것이 놀랍고 생소했다.
세상 누구에게도 없을 희귀하고 사치스러운 호강이라고 혼자 쓴웃음을 지었다.
이별은 마음의 상처도 안겨 주었지만 나의 생활 조차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
날마다 눈을 뜨면 온통 그녀를 생각하고, 그녀를 기쁘게 해 주는 것이 생활이라고 믿었던 나의 일상이 모두 삭제되어 버렸다 .
매일 아침 의미없는 출근을 하고 . 어두운 길을 허기져 돌아 오고 , 나의 방에 이제 그녀는 없었다.
허허로운 바람 한줄기가 날카롭게 손톱을 세워 가슴을 긁어 버린다
마음은 무너져버리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려 이제 넋나간 육체만 지나가는 시간에 의지한 채 살고 있었다.
일상은 의미없이 울리는 괘종시계 같았다.
끊었던 술자리가 몇 번씩 이어졌다
술을 마심으로 정희를 잊겠다는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
친구 녀석을 부르거나 혹은 직장동료와의 술자리가 자주 이어졌다.
비어진 일상은 그렇게 채워지고 있었다
여름이 지나고 가을비가 굵게 흩뿌리던 날,
나는 비를 흠뻑 맞은채 집으로 돌아왔다.
온몸이 으실으실 떨려왔다 .
쉴새없이 돌아가는 낡은 재봉틀처럼 이빨이 부딪치고 온몸은 고열로 뜨거웠다 .
서랍을 뒤져 오래전에 먹다 남은 감기약을 두번이나 털어 넣었다.
새우처럼 웅크린 자세로 밤을 새웠다.
억지로 잠을 청했나 싶었지만 비는 언제 그쳤는지 창밖은 부옇게 새벽을 열고 있었다.
" 정현 선배 . 몸이 왜그래 ?"
" 몸살인가봐 "
" 아닌데 ! 심상치 않아 보여. 병원부터 가봅시다 "
동료인 민 춘식이 억지로 차에 태워 동네병원 응급실로 나를 데리고 갔다
" 아버님. 아주 위독한 상태예요 "
나이 젊은 여자의사는 검사를 마친 후 당장 입원할 것을 강요하였다.
급성 폐렴이라고 했다
움직일 때마다 숨을 쉴 수없이 기침이 나왔다
갈비뼈가 모두 부서질 것 같았다 .
한 걸음 걷는 것이 지옥의 길을 걷는 것 같았다
소식을 듣고 멀리서 아이들이 왔다.
초췌해진 내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기가 미안하였다 .
눈물범벅이 된 딸은 간병인을 부쳐 준다고 하였다 .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 이 삼일이면 혼자 거동하니 너무 염려 말아라 "
" 아버지 . 엄마 돌아가시고 또 이러시면 저희는 어떻게해요 .기운내세요 "
딸은 흐느끼며 내게 말했다.
평소 서먹했던 며느리도 눈물을 훔쳐댔다.
" 괜찮다, 염려할 정도는 아니다. 괜찮다 괜찮어"
애비로서 어떻게 해야할지 어떤 해답도 내놓지 못하고 겨우 할 수 있는 말은 그뿐이었다.
그만큼 병세는 나의 온몸을 무자비하고 날카롭게 후벼파고 있었다.
한달을 꼬박 채우면서 병원 생활을 하였다
내내 정희가 보고 싶었다 .
곁에 있어준다면 금방 일어 설 것같았던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 .
그러나 나의 나약한 모습을 보여 줄 일도 없거니와 그녀에게 어떤 부담을 얹어 줄 수는 더우기 없었다.
또 알량한 자존심도 한몫을 하고 있었다.
보고 싶은 마음은 깊은 곳에 꽁꽁 숨겨 두고 있었다.
더 있으라는 의사의 말을 무시한체 한 달을 넘기고 병원을 나왔다 .
죽음을 코앞에서 경험한 내게 달라진 것은 나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욕망이라든지, 쓸데없는 욕심들이 수그러들었다 .
언제 떠날지 모르는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라졌다
오늘 하루가 나의 삶의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아침에 옷을 입을때면 수의를 입는 기분이었다
죽음이 주는 삶의 변화가 마음에서 부터 일어나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차근차근 삶을 다시 정리 하기 시작하였다
오늘 이 세상을 떠나더라도 아쉬움 남지 않도록 작은 일에까지 한번 더 숙고함을 잊지 않았다
정희는 휴대폰에서 남자의 이름을 지웠다.
혹시나 자신의 마음이 약해져서 남자에게 전화를 할까 두려웠다.
정현은 내 남자가 아니라고 몇번이고 되뇌이며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다.
나를 만나면 그가 해야할 것들을 못하게 할 것이며 나로 인해 내가 갖고있는 보라색 우울함을 전염시키고 싶지 않았다.
내 마음의 변화에 따라 그가 상처받지 않기를 바랬다
" 정희야 . 요즘 연애 사업 잘 되가니 ?"
" 응 . 헤어졌어 "
둘 사이를 알고있는 문학카페의 친구들이 전화를 할 때마다 나는 이별을 강조하였다.
" 어머 ~, 왜 그런 왕자님을 ! 혹시 그 남자 바람이라도 폈니 ?"
황당한 질문을 할 때마다 관심 없는 척 간단하게 말해 주었다 .
" 내 스타일 아니야 "
그만큼 둘 사이의 연애는 클럽내에서 소문도 났고 잘 어울릴거라는 커플이었으며. 몇몇들은 그들에게 대리만족까지 느끼게 할 만큼 둘의 연애는 부러움을 자아냈었다
정현을 억지로 떠나보낸 나에게도 생활의 변화는 어김없이 찾아 왔다.
피곤한 주말 저녁이면 밀리는 찻길을 헤치고 달려와 나를 집까지 태워다 줄것 같았고 . 끙끙거리며 인터넷검색을 해서 찾아가는 카페의 향긋한 커피향이 그리웠고 . 저녁 한 끼를 먹으며 " 이집 별로다 " 라고 틱틱거려도 받아 줄 대상이 없었고 . 뒤에서 살며시 다가와 나를 껴안아 주는 남자의 소근거리는 말투와 체취가 그리워졌다.
나는 그 남자에게 길들여져 왔었다.
하지만 더 이상 가까워지면 겪게 될 것만 같았던 감당하지 못할 알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사라졌다는 것은 이별이 주는 단 하나의 위안이었다.
" 안돼 . 내 마음의 오랜 상처를 남자에게까지 주고 싶지 않아 "
정희에게 지난 날을 잊게 해 주는것은 삶의 현장에서 자신을 혹독하게 굴리는 것 뿐이었다 .
집으로 돌아와 죽어 널부러진 시체처럼 쓰러지면, 마음 속에 고뇌의 자리를 조금이나마 허용하지 않을 수 있었다.
힘들었던 결혼 생활을 종지부 찍었을때, 그때와 비슷한 아니 몇 백배, 몇 만배의 허전함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이별이 그렇게 아프지 않은 것은 행복했던 시간이 함께 있어주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겨울이 깊어 갈 때였다.
나이 탓으로 돌리기에는 비교할 수 없는 피로감이 나를 힘들게 하였다 .
어딘지 모르게 몸의 일부분에서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남자와의 이별이 주는 후유증인가 생각했다.
한 해가 다 지나가는 어느 주말이었다.
지친 몸을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할때 가슴에 심한 통증이 왔다
참을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이었다 .
팔을 들어 올릴 수 없을만큼 아팠다.
통증의 근원지는 오른쪽 유방이었다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이 보아도 참 아름다운 가슴이었다
그러나 엄습하는 불안감에 가슴에 손을 대었다
부드럽고 매끈한 피부 안쪽에 무언가가 단단한 것이 손에 걸렸다 .
" 혹시 ? "
사람들은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길때 , 극심한 고통이 아니라면, 한번쯤은 대수롭지 않은 일시적 고통일뿐이라고 스스로 진단을 내린다.
나 역시 그것이 노동에 따른 어깨의 혹사에서 오는 오십견쯤으로 판단을 하였다 .
며칠이 지나 모처럼 한가한 날이었다.
서랍을 정리하다 사진 몇 장이 발등으로 떨어졌다.
작년 이맘때 크루즈대신 유람선을 탔을 때 남자가 찍어 준 사진이었다.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웃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표정은 웃는지 우는지 알 수가 없었다 .
" 난 네가 늘 웃으며 살게 해주고 싶어. 너의 숨겨진 진짜 미소는 세상의 어떤 꽃보다 화려할거야 "
정현은 늘 그말을 쇄뇌라도 시킬듯이 나에게 속삭여 주었다.
" 바보같은 남자 "
나는 사진을 찢어 버리려다 잠시 망서리다가, 나의 역사가 담긴 상자안에 넣어 두었다 .
아침 햇살처럼 부끄럽게 떠오르는 미소
그런 사진을 찢는다는 것은 웬지 불길해질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 누웠다 .
그날따라 자꾸만 허전한 마음에 눈물이 나왔다
남자는 미소를 띈채 나의 머리맡에서 함께 숨을 쉬고 있었다
무심코 손이 가슴으로 갔다 . 그때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 돌덩어리 >
부드럽고 말랑해야할 가슴 안에 집히는 물체의 존재가 혼란스러웠다 .
혹시나 하는 묵직한 불안감과 지금 이 순간.
누구도 곁에 없다는 고독함에 몸서리가 쳐졌다
간혹가다 극심한 통증이 스치고 지나갈때마다
주저앉고 말았었다.
온몸의 맥이 풀리고 다시 일어나는 짧은 순간이 얼마나 길었는지 몰랐다.
" 확실한 검사 결과는 나흘후에 나옵니다 . 크게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하얀 가운이 후줄근하게, 고단함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얼굴의 여의사는 단 한마디로 나에게 안심의 메세지를 들려주었다.
병원을 나온 나는 사무실을 들러서 며칠간의 병가를 내었다.
은근히 밀려오는 불안감의 실체에 대비하려는 나의 작은 저항이라 할까 ?
집에 돌아온 후에는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일에 대한 준비를 하였다
며칠 후 , 다시 병원을 찾는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였다
벌써 봄볕이 완연한데도 내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입학 시험을 치루고 합격자 발표를 보러 갈 때보다 . 첫직장의 첫면접을 보러 갈 때와는 전혀 다른 발길이었다.
혹시 생사가 걸린 사형선고를 받느냐 마느냐하는 생명이 걸린 재판을 받으러 가는 것 같았다 .
" 癌 입니다 ㅡ. 뭐 요새 유방암쯤이야 수술만 하면 별 어려움없이 살아가지요 "
먼저와 마찬가지로 여의사는 나에게 여러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정말 대단치 않다는 것을 강조하듯 말을 하였다.
수술실로 향하는 복도의 전등불이 필름이 돌아가듯 빠르게 지나쳤다.
내 살아온 날들을 거꾸로 되돌리듯 과거로 가는 밤 열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있었다
창 밖엔 하얀 눈이 내리는 것 같았다
" 하느님 .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왜 저에게 이런 고난의 길을 걷게 하시나요 ? "
수술실의 조명은 거대한 별빛같았다
< 하나 . 둘 . 셋 ....>
어디서인지 모르게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어느새 별들이 머무르는 적막의 우주 속으로 나는 빨려 들어 갔다 .
우주 . 그 어둠 속에서 그 사람이 있었다
말없이 서 있던 그에게 소리쳐 불러보았다
그러나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막혀 있었다
사각거리는 소리가 잠결에 들려왔다
" 구정희씨 , 수술이 아주 잘 됐어요. 이제 안정을 취하면서 치료를 하도록 합시다.
지금 소견은 아주 긍정적이예요 "
어떤 위로의 말을 듣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다
나는 여의사의 가슴을 뚫어지도록 쳐다보았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 할 말을 마치고 조직의 보스같은 몸짓을 하며 간호사들과 다른 환자의 침대로 우르르 몰려갔다
한쪽 가슴이 평평해졌다 .
열두 살 시절 다른아이들에 비해 늦되어서 그랬는지 나는 가슴이 솟지 않았다.
언니들이나 옆자리 계집아이들의 봉긋한 가슴을 보면 늘 불만이었던 평평했던 그때 그 가슴 .
지금 내 한쪽 가슴이 그렇게 다시 평평해졌다.
되돌아 오지 않아도 좋을 길을 나는 되돌아 왔다.
붕대로 칭칭 동여맨 그 안에 칼자욱을 깊이 그어놓고 다시 옛날로 되돌아왔다
육체의 고통보다 마음의 고통이 싸늘하게 나의 온몸을 얼어 붙게 만들고 있었다 .
여자라는 정체성을 나타내는 태초의 아름다움. 그 한 쪽을 베어 내 버렸다 .
말 할수 없는 상실감과 무너진 정체성은 다만 생명 하나 살아있다는 것으로는 상쇄될 수가 없었다
지긋이 이를 악물었다 .
" 하늘이여 .제가 무슨 죄를 그리도 지었다고 그러십니까 ..."
문학클럽의 친구 몇이 다녀갔다
수다는 떨어도 심중을 헤아릴 줄아는 엘리와 또 다른 몇몇이 병문안이라고 찾아왔다.
" 그봐라 이년아 . 아끼다 똥 됐지 !"
" 그래 . 이놈 저놈 주댕이에다 한 번씩 물려 줬어야 했나봐 . 깔깔깔 "
모처럼 속이 통하는 친구들이었다
내가 뱉어내지 못했던 말들을 그들은 서슴없이 풀어냈다.
모처럼 유쾌한 방문자들이었다.
오랫동안 쌓였던, 나를 갉아먹던 몸안의 세균과 암덩어리가 한번에 날아가버린 것처럼 시원한 시간이었다.
내안의 모든 고통을 벗겨 낼수는 없었지만 약자만이 느낄 수 있는 자포자기의 비굴한 카타르시스였다.
그러나 우울한 날들은 끝모르게 지속되었다.
앞으로도 이런 고통의 질곡에서 벗어 날것 같지 않았다 .
그러다 정현이 찾아 온것이다 .
정말 너무 보고싶고 기다렸고 옆에 있어 주었으면 하고 바랬던 남자 .
막상 그가 나타났을때 나의 말과 행동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다
나를 마구마구 안아주고 키스해주고 나를 더듬어주고 내가 기대고 싶은데도 나는 그에게서 자꾸 멀어지려 하였다 .
환자복 사이로 비치는 허전한 내 가슴과 초라해질대로 초라해진 내 모습을 보고는 숨고만 싶었고 어쩌지 못하는 나 자신이 원망스러워 와르르 쏟아질 것만 같은 눈물을 참고만 있었다.
남자가 병원 정문을 지나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창밖을 바라 보았다.
" 정현씨 , 왜 나같은 여자를 못 잊어하니 ! 눈만 돌리면 새로운 세상이 넓게 펼쳐 있잖아 "
" 바보같은 사람 "
그제서야 참았던 눈물들이 펑펑 터지기 시작했다.
눈물에 젖은 얼굴을 닦으려 화장실을 다녀왔다.
어느새 왔는지 딸아이가 침대 옆에서 서류봉투를 열어보고 있었다.
" 그게 뭐니 ?"
" 돈하고 원고지야 "
나는 급하게 봉투를 낚아채다가 안의 내용물을 쏟고 말았다
오만원권이 침대위에 낙엽처럼 흩어졌다
원고지 뭉치가 침대위에 떨어졌다
" 뭐야 ! 이 바보 같은 새끼 "
수연이는 그돈을 소중하게 주워 세었다
오백만원 . 그에게도 적지않은 돈이었다.
" 바보 . 왜 자꾸 나를 초라하게 만드는거야 "
" 엄마 . 이거 웬 돈이야 ?"
갑작스런 상황에 딸애는 무척 놀라면서도 반가워하는 눈치였다.
" 누가 다녀갔어 ?"
" 누구긴 누구야 ! 넌 알 것 없어 "
" 혹시 정현아저씨 다녀간거 아니야 ?"
" 아니야 ~ 얘는 "
수연은 엄마가 한동안 정현과 사귀고 있었던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내 마음을 들킨 것 같았다
전화기를 들었다 .
그러나 막상 휴대폰에는 남자의 전화번호가 없었다 .
" 바보 같은 사람 "
결국 엘리에게 물어서 그에게 전화를 하였다.
< 더 이상 나에게 다른 사랑은 없다는 걸 나는 알아요 ..... > 유 해준의 컬러링이 흘러 나온다.
노래를 듣자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 이 사람도 바꾸지 않았네. 바보같은 사람 ...."
그러나 노랫소리는 멈출줄 몰랐다 .
원고지 뭉치는 그가 쓰다만 소설이 있었다.
< 당신과 다시 만나는 날 . 이 원고를 이어 갈 수 있을겁니다 ㅡ 정희의 벗 . 현 ㅡ>
🍏
https://youtu.be/8nlnJDNaj78
우리는 그렇게 또 헤어지고 말았다.
몇번 더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나는 받지 않았다 .
나는 진정으로 정희가 건강을 되찾아 자기만의
밝은 삶을 찾아가며 살아가기를 바랬다
어둠이 아직 남아있는 성당안은 적막속에 잠들어있다
제대 뒤로 성체를 모신 감실의 등불만이 붉게 그분의 사랑처럼 빛나고 있었다.
< 저를 사랑하시는 저의 님 .
오늘도 당신이 사랑하시는 아들 .
야고버, 아버지 앞에 엎드렸습니다
제 삶에 가장 어색했던 단어는 아버지였지요.
그 아버지라는 말을 알게 해주신 나의 아버지께 감사드립니다.
저는 오늘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허물많고 교만으로 가득찬 저의 발길을
눈물로 이끌어 주심을 감사합니다.
당신은 제게 이 세상 모든 기쁨을 주셨지요
그러나 허겁지겁 제 입맛에 달기만한 과일만 따먹고 당신의 주신 진리와 자유에서 멀리 벗어나기만 하였습니다.
세상의 유혹과 타협하고 은밀한 욕망과 손잡으며 잠을 잤고, 옳게 살아간다하며 뻔뻔스러이 당신을 팔고 다녔고
제 안의 저에게 거짓의 가면으로 살았습니다 .
당신 앞에 무릎꿇고 저의 잘못과 허물을 告 하나이다
당신께 자비를 구하옵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
저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 주소서
아버지 . 저는 저의 어리석음과 미망에 빠졌던 잘못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당신의 뜻대로 살아온 여인은 시련과 고통의 늪에 빠졌습니까 ?
그녀는 항상 옳게 살려하였고 자신보다 다른이의 아픔을 먼저 생각하는 순수한 영혼입니다.
당신의 딸에게 희망의 빛을 주소서
그녀에게 기적을 나타내 보여달라함이 아닙니다
그녀의 어깨에는 힘이 떨어지고 다리는 일어 설 기력도 없습니다
지금의 고통을 이겨내는 용기를 주십시요
이 세상에서 밝게 살아가는 환희의 눈을 뜨게 해 주십시요.
저는 지금 너무 괴롭습니다.
제가 그녀를 사랑하고 함께 하지 못함이 아닙니다.
당신은 구하는 이에게 온갖 좋은 것을 다 주시니 그녀에게도 삶의 희망을 주시고
영혼의 아픔을 낫게 하소서
저 . 당신께 머리 조아려 엎디어 비오니
당신의 딸에게 당신의 사랑을 주십시요
병마를 이겨내려는 의지와
참다운 삶에 이르는 길을 걷게해 주십시요
도대체 저 여인이 당신 앞에 무슨 잘못을 그리 했단 말입니까 !
왜 !!!
왜 !!
무엇이 그리 아버지를 분노케 했단 말입니까 !!
아버지 .
그리도 노하셨다면 보잘 것 없는 저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요.
저 여인의 모든 아픔을 저에게 주십시요
저 여인의 모든 슬픔과 상처를 저에게 주십시요
제가 안고 갈것은 제 자신이 아니라 저의 벗인 여인이 지고 갈 당신의 십자가입니다.
저를 받아 주시고 벗에게 밝은 빛을 내려 주십시요.
아버지.
저의 간절한 기도가 당신 발끝에라도 오르게 하소서 >
남자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었다.
<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서 새벽이 슬금슬금 성당안에 무지개를 뿌리고 있었다.
남자의 굽은 어깨위에도 서리듯 환한 빛이 내리고 있었다.
영혼 깊은 곳에서 끓어 오른 간절한 기도는 정희를 위한 나의 마지막 소망이었다.
폐렴이라는 무서운 병을 지나보내고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바라본 인생이란 것이 한갖 부질없음을 느끼게 하였다.
진정 정희가 아픔과 상처를 딛고 밝게 살아가기를 원하였다.
지울 수는 없지만 그렇게라도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었다.
계절이 돌고 돌았다.
새로운 직장은 예전보다 수월하였다.
대신 급여는 적었지만 나 하나 앞가림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았다.
나의 규모와 필요에 따라 생활을 해야하기도 했지만 그 이상의 것은 스스로 자제하였다
새벽에 눈을 떴다
아침 기도를 하고 출근 준비를 할때였다.
언제나 늘어져 쉬고 있던 휴대폰의 벨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알람 때문에 볼륨을 키위 놓았던 탓이었다 .
모르는 번호였다.
" 여보세요 "
" 여보세요 . 저 혹시 정현아저씨 전화 맞으신가요 ? "
" 네 . 그런데 누구시지요 ?"
" 구정희씨 딸입니다 "
순간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맞은것 같았다
첫댓글
저녁 출근 하십니까..?
ㅎ
종일 바빳던 나는 이제 들어와
된장찌게 바글바글 끓이고
어제 황새님이 보내 준
풋고추에 된장
호박 새우젖 넣고 들기름에 볶고~~
근데
답답하네요
왜 두사람은 짝이 아니라면서
자꾸 헤어지는 얘기만 하는 건지요?
처음에 나는 구 정희님이 중병에 걸려서
일부러 피하는 줄 알았더니
병이 발발한건
헤어진 후 이군요
거참!!
이해 불가~~
뒷편 보면 알게 되려나요?
후후후 ~
저도 냉장고 정리하면서 게. 오징어. 조개 종류 몽땅 쏟어붓고 된장 1. 2. 3 + 청양고추 풍덩 / 된장찌개 육수맹글어 냉동실로 슛 !!
호박 자랄 때 까지 ....^^*
만나면 헤어지고 그립고 기다리고 그러다 다시 보고 ~(다시 보기 쉽지 않은데 .....)
머 흔해 빠진 이야기예요 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러길레요 ~ㅉㅉ
나이 60 넘으면 사랑도 그저 밍숭맹숭 소금 안들어간 고깃국 같아서 .....
저도 뭔지 모르겠어요 ^^*
정현의 간절한 기도가 너무나 절절하여 눈물이 나네요. 어릴 적, 비슷한 기도를 했던 것 같습니다.
진실로 사랑하는 이가 내 앞에 처참한 모습으로 누워있다면 누군들 신 앞에서 외치지 않겠어요 !
노을향님의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게 했나봅니다
절망 앞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인 것 같아요 ~
비가 많이 내린답니다
빗속에 젖어가는 가을, 마음껏 품어도 좋을 계절입니다 .....